‘미키17’의 흥행 못지않게 관심을 끄는 건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의 영화가 중국에서 소개됐다는 점이다. 가장 최근 중국에서 정식 유통된 한국 영화는 2022년에 개봉된 ‘오! 문희’였다. 이는 비교적 소규모 영화로 분류되는데, 한국을 대표하는 거장인 봉 감독의 신작이 중국에서 대대적으로 소개됐다는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그동안 양국 간 문화 교류의 발목을 잡은 한한령(限韓領)이 풀리는 시발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이유다.

‘미키17’의 중국 개봉을 두고 “마냥 낙관적으로 볼 순 없다”는 반응도 있다. 봉 감독이 연출을 맡았지만 이 영화의 국적은 사실상 ‘미국’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글로벌 영화 투자배급사인 워너브러더스가 배급한 영화다. 주연 배우 역시 로버트 패틴슨과 마크 러팔로이기 때문에 이 영화에서 한국적 색채를 찾긴 어렵다.
게다가 콘텐츠의 주인은 ‘자본’을 중심으로 결정된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리즈는 한국 감독이 찍고 한국 배우들이 대거 참여했지만 지식재산권(IP)은 넷플릭스가 가진 미국 콘텐츠다. 이 작품이 미국을 대표하는 방송 시상식인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 등을 석권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미키17’은 한국 콘텐츠라 보면 곤란하다는 의견이 적잖다. 이런 기준으로 볼 때 ‘미키17’의 중국 개봉을 곧바로 한한령 해제와 연결 지을 순 없다는 것이다.
반면 긍정적인 평가도 많다.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은 해외 콘텐츠 공개에 앞서 철저하게 심의 및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 ‘기생충’으로 칸국제영화제와 아카데미 시상식을 거머쥔 봉 감독은 ‘미키17’의 홍보를 위해 전면에 나섰다. 중국인들이 ‘미키17’을 보며 자연스럽게 한국을 대표하는 봉 감독을 떠올리고 그의 인터뷰를 찾아볼 가능성이 높다.

‘미키17’이 한중 양국 간 교류 재개를 앞두고 일종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초 중국을 찾은 우원식 국회의장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오는 11월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면 한국 방문을 검토하겠다는 입장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의 정상들이 만날 때는 통상 서로에게 ‘선물 꾸러미’를 안긴다. 이 꾸러미 안에 ‘한한령 해제’가 포함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아울러 중국은 APEC 정상회의 준비기구인 ‘중국아태협력중심’의 문화사절단을 한국에 파견할 예정이다. 정치·경제·외교 등 다소 딱딱한 현안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기 전 문화적 교류를 통해 화해 무드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미키17’은 양국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받는 소재가 될 수 있다.
#한한령 해제돼도 예전 같지 않다?
한류는 아시아 시장에서 두 차례 도약기를 가졌다. 2000년대 초반 ‘겨울연가’가 일본 시장에 소개되며 일본 내 한류 열풍에 불을 댕겼다. 현재까지도 일본은 한류 최대 소비국이자 가장 안정된 시장이다. 2010년 이후에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와 ‘태양의 후예’가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별에서 온 그대’에 소개된 한국식 ‘치맥’을 찾는 이들이 급격히 늘었고, 이를 관광코스에 포함시킨 패키지에 참여한 중국인 관광객 행렬이 줄을 이었다. 이 때만 해도 중국은 한국에게 기회의 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땅덩이와 압도적인 인구를 가진 중국은 침체기에 빠진 K-콘텐츠 시장의 돌파구로 손꼽힌다. K-팝의 경우 이미 지난해부터 앨범 판매량이 급감하며 매출과 수익이 줄었다. 공연 시장 역시 포화 상태다. 하지만 중국은 각 성만 돌아도 월드투어 못지않은 매출을 올릴 수 있다.
또한 중국에서는 넷플릭스가 서비스되지 않는다. 현재는 넷플릭스 자본으로 만들어진 콘텐츠가 넷플릭스 주도 아래 전 세계에 공급되기 때문에 개별적 판매로 인해 수익을 거두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중국 시장이 열리고 중국 내 유통망을 구축한다면 제작비 상승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는 드라마 시장에 단비가 될 수 있다.
다만 역으로 K-콘텐츠 시장이 중국 자본에 장악당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한한령 이전 중국 자본이 한국으로 대거 유입됐고 유명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인수하기도 했다. 한한령이 해제되면 다시금 중국 자본이 쏟아질 것이고, 최근 경영난에 허덕이는 제작사나 매니지먼트사가 헐값을 받고 중국 자본에 매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시 말해 한한령 해제로 인한 중국 자본의 유입은 기회이자 위기임을 명심해야 한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