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이 열리기 전 가장 큰 관심사는 이번에도 ‘제2의 임영웅은 탄생할까?’였다. 다소 단정적으로 말하자면, 제2의 임영웅은 없다. 향후에도 탄생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역대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스타 중 임영웅 정도의 성과는 낸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반드시 ‘제2의 임영웅’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제1의 김용빈’, ‘제1의 박서진’으로도 충분하다. 대중은 항상 새로운 스타를 갈망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챕터를 마친 두 프로그램의 의미와 성과를 짚어본다.
#‘심사위원 만점’ 경쟁자 이긴 김용빈의 대중성

이날 김용빈은 인생곡으로 나훈아의 ‘감사’를 불렀다. 할머니를 향한 그리움을 담은 노래였다. 김용빈은 트롯 신동 출신이다. 12세였던 2004년 ‘남인수가요제’에서 청소년부 대상을 받으며 데뷔했지만 20년 동안 무명의 설움을 겪었다. 그런 그를 든든히 지켜주던 분이 할머니였다. 김용빈의 ‘미스터트롯’ 출연을 바란 이도 할머니였다. 하지만 할머니는 더 이상 곁에 없다. 지난해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그런 할머니를 그리며 부른 ‘감사’는 절절했다.
우승 직후 김용빈은 “20년 동안 노래했지만 1등은 처음 해본다”면서 “집에서 지켜보고 있을 가족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저희 할머니가 이 모습을 보셨더라면 정말 행복해 하셨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고, 이 모습을 지켜보던 심사위원 김연자는 “천국에 계신 할머님이 좋아하셨을 것 같다”고 감동적인 심사평을 남겼다.
김용빈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손빈아의 독주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최종 순위가 발표되기 전까지 손빈아는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미스터트롯3’의 마지막으로 무대를 장식한 손빈아는 박우철의 ‘연모’를 선곡했다. 어린 시절 자신을 돌봐준 할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였다. 그는 손색없는 가창력을 선보였고 ‘미스터트롯’ 시리즈 역대 최초로 결승에서 심사위원 점수 만점이 나왔다. 김용빈보다 10점 앞섰다.
김용빈은 팬덤과 대중의 지지로 이를 극복했다. 대국민 응원 투표에서 만점을 받았고, 그 결과 두 사람의 결승 중간 점수는 동점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실시간 문자 투표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김용빈은 1200점, 손빈아는 937.96점이었다.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 김용빈은 대국민 응원 투표가 시작된 이후 내리 1위를 달렸다. 1주 차 때 5위였던 손빈아는 2주 차부터 붙박이 2위를 기록했다.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손빈아도 팬덤을 점차 키워갔지만 최종 우승은 김용빈의 몫이었다. 우승 왕관을 쓴 김용빈이 “문자 투표 많이 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한 이유다.
#‘장구 세계화’ 기치 올린, 박서진의 확장성

결승곡으로 ‘흥타령’을 선택한 박서진은 장구채를 다시 잡았다. 그는 ‘장구의 신’이라 불린다. 신들린 듯한 장구 퍼포먼스는 명불허전이다. 하지만 ‘장구’로만 기억되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미스터트롯2’에 참여했다가 탈락의 아픔을 맛본 박서진은 다시금 ‘현역가왕2’에 도전장을 냈다. 그리고 몇몇 무대는 장구 없이 가창력만으로 승부하며 그를 향한 선입견을 씻어냈다.
그런 박서진은 마지막 순간에 다시 장구의 신으로 돌아왔다. 과거 선배 가수가 장구를 치는 것을 두고 ‘각설이짓 하지 말라’고 타박했다고 전한 그는 “제가 제일 잘하는 걸로 마지막 무대를 하고 싶다”는 소신을 밝혔고, 우승이라는 값진 결과를 일궜다. 향후 일본 TOP7과 한일 대항전을 치르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일본에도 우리의 장구를 알리고 싶다”고 말한 그의 바람이 현실화된 순간이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그가 예선을 거치지 않고 본선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에 상응하는 핸디캡을 적용받았고, 다른 참가자들도 모두 인정하면서 최종 합류가 결정됐지만 이는 내내 박서진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는 TOP7 기자간담회에서 “우승자로 제 이름이 발표되고 기쁜 것보다는 ‘큰일 났다’는 생각을 더 많이 했고, ‘앞으로 그 큰 무게를 어떻게 견뎌야 되나’라는 생각이 많았다”면서 “가왕의 벨트가 무겁기 때문에 더 열심히 노력해서 ‘한일가왕전’에 나갔을 때 부끄럽지 않은 가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