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1월 29일 ‘청와대 노동조합’이 종로구청으로부터 설립 신고증을 발급받았다. 청와대는 2022년 5월 일반 시민들에게 개방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직후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옮기면서다. 청와대가 민간에 개방된 이후 초기엔 문체부가 문화재청 산하 한국문화재재단에 청와대 관리·활용 업무를 위탁했다. 2023년 12월 문체부는 청와대를 위탁 관리할 전문 기관으로 민간 비영리재단법인 청와대재단을 설립했다. 이에 따라 현재는 청와대 관리·활용 업무가 ‘문체부→청와대재단→민간 용역업체’ 구조로 외주화됐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문체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청와대 권역의 방호, 미화, 조경관리, 시설관리, 온라인 홍보 대행, 온라인 대민서비스 운영 및 유지관리, 입장게이트 장비 운영, 콜센터 운영, 셔틀버스 및 휠체어리프트 운행 및 관리, 청와대 개방 관람 운영 등 사업을 10개 용역업체가 각각 나눠서 맡고 있다. 2024년 12월 중 민간위탁 용역 공개 경쟁입찰이 이뤄지면서 10개 용역업체 중 6개 용역업체가 새롭게 선정됐다.
청와대 노동조합은 지난해 청와대 권역 미화 업무를 위탁 받은 용역업체 A 사의 비정규직 직원 김 아무개 씨가 세웠다. 김 씨는 A 사에 2023년 6월 입사해 청와대에서 일했다. A 사에서는 지난해 전·현직 근로자들의 휴일근로수당이 과소 지급되는 일이 있었다. 청와대 노동조합에는 청와대 권역 현장에서 시설관리, 조경, 미화 등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 30명 정도가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노동자가 200명이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노조에 모인 노동자들이 많지는 않다.
지난 3월 17일 만난 김 씨는 일요신문과 만나 “일할 때 필요한 장갑이나 마스크 구입비조차 지급 받지 못해 직접 사야 했다. 다른 용역업체에서도 근로자들의 급여나 수당과 같은 문제가 제기됐다. 근로계약서를 몇 달에 한 번씩 쓰는 용역업체도 있다고 들었다”며 “청와대재단은 용역업체에 관여하면 경영권 침해가 된다며 근로자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 않았다. 청와대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고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현재 청와대 권역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청와대 노동자 B 씨는 “비정규직이다 보니 용역업체가 바뀔 때마다 고용 승계가 안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며 “재난 문자가 오지 않으면 폭염·혹한에도 탄력 근무 등의 융통성이 아예 발휘되지 않는다. 청와대 현장을 잘 관리하려면 야외 근무를 하는 근로자들의 고충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이를 말할 창구가 거의 없다. 때문에 노조에 가입하려는 의사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에는 “용역계약서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을 승계함을 명시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이와 관련, 하은성 샛별노무사사무소 공인노무사는 “보호지침에도 불구하고 노동자가 부당해고를 주장하려면 근로관계 승계에 대한 갱신청구권이 있다고 다퉈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C 사는 “기존 업체에서 근무하시던 분들, 그리고 저희 회사에서 새로 낸 공고를 보고 지원한 50여 명이 면접을 봤다. 청와대 업무에 필요한 인원은 36명 정도라 10여 명이 면접에서 탈락했다. (김 씨의 경우) 면접관이 복수로 판단한 결과 면접에서 탈락한 사례로 알고 있다”며 “회사 입장에서 고용 승계를 하고 싶어도 근로자들의 요구 사항이 회사랑 안 맞을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재하청 구조, 높아지는 고용 불안전성
재하청 구조에서는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정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공공부문에서는 이를 염두에 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간접고용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오래 대두된 문제다. 문재인 정부 시기엔 공공부문 비정규직 직접고용 정책이 나왔다”며 “청와대재단을 만들어서 용역업체에 하청을 주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도 없을 뿐더러 기존 정책보다 후퇴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청와대는 과거엔 정부 조직의 대표적인 기관이었다”며 “비정규직을 최소화하자는 우리 사회의 요구를 역행하는 행보”라고 지적했다.

한편에서는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동 관련 법령에 근로관계 승계에 대한 갱신청구권을 명문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민주당 민생경제회복단은 2차 입법과제를 발표했다. 여기엔 사업 이전 시 근로자 고용을 의무화하는 근로자보호법 제정안이 담겼다. 용역업체가 변경되는 경우도 사업 이전에 해당한다고 봤다.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사업이전의 경우 근로관계 승계에 대한 갱신청구권을 명문화하면 노동자 입장에서 갱신청구권에 대한 증명의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와 관련, 문체부 한 관계자는 “청와대재단 용역업체가 변경될 때 고용 승계는 기본적으로 지침과 법에 따라 최대한 준수하도록 요청했다. 지난해 일부 용역업체에서 수당 등 문제가 불거진 이후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했다. 문체부에서도 정기적으로 감독해야 하는 부문이다. 노조 설립은 자율로, 정확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며 “직접 고용을 하면 이상적이겠지만 청와대재단에 내려가는 사업비 예산도 부족한 실정이다. 재단의 사업 역량을 입증해 예산을 따고 직접 고용 비중을 늘려가는 순차적인 구조가 현실적”이라고 밝혔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