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섭 산림청장이 3월 21일 아시아산림협력기구(AFoCO)와 국립수목원에서 진행한 '세계 산림의 날' 기념행사에서 한 말이다. 이날 산림청은 "국내 선진 산림관리 기술과 정책을 전 세계와 공유하겠다"며 'K-FOREST FOR ALL' 슬로건도 처음 선보였다.
그러나 이 같은 선언이 무색하게 이날 경남 산청군에선 초대형 산불이 터졌다. 인명 피해가 발생했고 '심각 단계' 국가위기경보도 발령됐다. 산불 원인은 인재로 파악됐다. 다만 정부가 그동안 재난 예방을 위해 충분한 노력을 기울여 왔는지를 놓고도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행정안전부는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산불 관련 범정부 총력 대응을 위해 3월 22일 울산광역시, 경상북도, 경상남도 일원에 재난사태를 선포했다. 국가위기경보는 심각 단계다. 이날 전국에서 16건의 산불이 추가 발생한 데 따른 조치다. 산불로 재난사태가 선포된 사례는 이번이 6번째다.
이번 산불에 따른 산림 피해는 3월 23일 기준 3286.11㏊ 규모로 조사됐다. 축구장 약 4600개 크기다. 지역별로 보면 경북 의성 1802㏊, 산청 1329㏊, 울주 85㏊, 경남 김해 70.11㏊ 등이다. 이 가운데 산청군 산불은 진화에 나선 소방인력 4명의 생명을 앗아갔고 부상자도 6명씩이나 낳았다.
정부 중앙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동시 다발적 산불을 진화하고자 전국에는 4875명의 소방인력이 투입됐다. 하지만 건조한 날씨 탓에 진화에 애를 먹고 있다. 피해가 확산할 수 있으므로 의성에서 951명, 산청 335명, 울주 80명, 김해 148명 등 주민 1514명은 인근 임시주거시설로 대피했다.
산불 원인은 대부분 사람 실수로 파악됐다. 산청 산불은 예초기에서 불씨가 튄 탓으로 알려졌다. 의성에선 묘지를 정리하던 성묘객의 실화가 문제였다. 울주는 인근 야산 인접지(농막 등) 용접 불꽃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단, 산림청이 철저한 예방책을 시행해 왔는지도 의문이 이어진다. 되레 문제를 키워왔단 지적마저 나온다. 매년 수백 억 원을 들이는 '숲가꾸기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사업은 인공조림지나 천연림이 건강하고 우량하게 자랄 수 있도록 숲을 가꾸고 키우는 작업이다. 지난 5년 동안 약 43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올해도 860억 원가량 들여 축구장 약 8만4000개 면적을 대상으로 사업이 이뤄진다.
문제는 상당수 사업이 활엽수는 배고 소나무를 심는 형태란 점이다. 활엽수가 잡목으로 취급되는 탓인데, 산불에는 수분을 머금은 활엽수가 강한 편이다. 반면 소나무는 건조한 데서도 생육이 잘 되는 편으로, 산불 발생 때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소나무 대신 활엽수를 심어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산림청은 "대부분 산이 사유림에 해당한다"며 "산주가 소나무 등 침엽수를 선호한다" 등 이유로 대대적인 개선에 나서지 못했다.

이는 통계로도 드러난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 동안 전국 산불 현황을 보면 한해 평균 발생 건수는 경기·인천 지역이 146건으로 가장 많았지만, 평균 피해 면적은 경북이 2125.1㏊로 경기·인천(146㏊)를 압도했다. 경북 다음은 역시 동해안 지역인 강원으로 1101.1㏊ 크기였다.
국내 산불 피해는 개선은커녕 오히려 더 심해지고 있다. 2011년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은 총 277건이었다. 2012년은 197건, 2013년은 296건으로 비슷했다. 그러다 2019년 653건, 2020년 620건까지 치솟았다. 훨씬 이전인 1980년대 평균 산불 발생 건수는 238건, 1990년대는 336건이었다.
국내 산림면적이 1990년 647만6000㏊에서 2020년 623만6000㏊까지 줄어든 점에 비춰보면, 지난 30여년 동안 산은 24만㏊ 규모가 사라졌는데 산불은 훨씬 빈번해진 셈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황폐해진 산불 피해지는 산림 골격을 다시 갖추는 데만 30년 이상 걸린다. 생태적 안정 단계에 이르기까진 최소 100년 걸린다. 산림청은 우선 "소나무 단순림의 경우 침엽수와 활엽수가 공존하는 혼합림으로 바꾸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활엽수 조림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시민들의 주의도 당연히 필수다. 산불은 사소한 실수가 원인이어도 행위자로 확인되면 산림보호법에 따라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타인 소유 산림에 불을 지르면 5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