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경찰이라고 해서 모두가 현장을 누비며 범인을 검거하는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범죄와 관련된 정보뿐만 아니라 사회적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모든 자료를 수집하는 일만 전담으로 하는 부서도 따로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경찰에게 정보원이란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무언가가 아니라고 한다. 그들이 보고 듣고 만나는 모든 것이 ‘정보’이기 때문이다.
정보과 관계자는 “누굴 만날 때 딱히 ‘저 사람은 나의 정보원이다’라는 생각을 갖진 않는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은 정말 다양하다. 정치권의 고위 관계자부터 기업인, 언론인, 학자, 시민단체, 노동조합원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지어 유명 연예인이나 고급 단란주점 운영자들도 그들에겐 중요한 정보원이었다. 앞서의 관계자는 “정재계 비리 및 추문에 관한 소식은 유명 연예인이나 매니지먼트 사업가가 누구보다 빨리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도 특정 연예인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며 정보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직접 현장을 뛰는 전·현직 경찰관에게 최고의 정보원은 누구인가를 물었더니 한결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바로 ‘내 손을 거쳐 갔던 사람’이다. 부서마다 정보원의 신분이나 세부적인 사항은 크게 달랐지만 전반적으로 자신이 직접 검거했던 사람이란 답변이 절대적이었다.
특히 강력범죄에 있어서는 동종 전과를 가진 정보원의 활약이 뛰어났다. 그들만이 형성하고 있는 인맥의 끈을 잡으면 전국 방방곡곡 연락이 닿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20여 년 세월을 형사로 지내고 은퇴를 한 김 아무개 씨도 유난히 전과자 정보원이 많다. 김 씨는 “범죄의 세계는 상상 이상으로 복잡하고 치밀해 내부인사가 아니고서는 상황파악 조차 안 될 때가 많다. 이럴 때 동종 전과자들은 그들만의 생리를 잘 알고 있어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해준다”며 “하지만 모든 전과자를 알고 지낼 순 없기에 내 손을 거친 사람만이라도 정보원이라는 이름으로 친분관계를 쌓아두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정보원의 도움으로 사건을 해결한 사례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현직 강력팀장 신 아무개 씨는 정보원이던 부산 유명 조직폭력배의 행동대원 덕분에 살인사건의 진범을 잡을 수 있었다.
▲ 영화 <공공의 적>의 한 장면. |
그가 들고 온 종이에는 자신이 속한 조직의 관리구역 및 활동일지, 주요인물 등이 빼곡히 기록돼 있었고, 거기에 신 씨가 수사하고 있던 살인사건의 피의자도 포함돼 있었던 것이다. 수사 결과 해당 살인사건은 조직폭력배 사이의 순위 다툼에서 발생한 것으로 일이 확대되지 않게 증거를 인멸하고 입을 맞춰뒀다는 사실이 밝혀져 진범을 잡을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경찰의 정보원이라고 해서 모두가 전과자인 것은 아니다. 일부 부서에서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실적을 올리기 위해 무리하게 정보원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부산의 한 경찰관이 10대 청소년을 정보원으로 활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된 것도 이런 배경이 바탕이 됐다.
생활안전과 소속의 한 경찰은 “과거보다는 많이 사라졌다고는 하나 실적을 위해 무리하게 정보원을 끌어들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출 청소년이나 소위 일진으로 불리는 불량학생들과 접촉한 뒤 금품을 제공하면서 정보원으로 만든다. 이후 경찰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애들을 압박하면 애들이 겁을 먹고 친구들의 범행을 알려주는 식”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만난 한 경찰관은 “요즘 같이 학교폭력이 사회적 문제가 될 땐 어린 학생들이 정보원으로 제격이다. 애들은 적은 액수의 용돈에도 원하는 정보를 알려주기 때문에 관리도 쉬워 실적 올리기로는 제격이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또한 시대가 바뀌면서 인터넷이 중요한 정보원이 됐다. 특히 사이버수사대는 이러한 특징이 두드러진다. 한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요즘은 인터넷에서도 충분히 범죄 정보를 수집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정보원에 목매지 않는다. 더욱이 부서 특징상 사람에게서 정보를 얻기란 쉽지 않다. 음란물의 기준 규정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불법요소를 판단하고 정보를 주겠느냐”며 “우리에겐 전국 사이버수사대 모니터링 요원이 정보원인 셈”이라고 말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잘못하면 ‘뒤통수’
베테랑 경찰이라도 ‘알짜배기’ 정보원을 만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여러 가지 편의를 봐주며 친분을 쌓아가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지만 요즘은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과거엔 더 큰 물고기를 잡기 위해 한 번쯤 범죄를 눈 감아 주는 일도 비일비재했다지만 최근엔 이러한 ‘융통성’이 허락되지 않는다.
한 강력계 형사는 “불과 십여 년 전만 하더라도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정보원 관리에 힘썼다. 정보원들도 대가 없이는 절대 움직이지 않기에 경찰도 그들의 범죄 사실을 덮어주고 대신 더 큰 사건에 대한 정보를 얻어내는 식으로 정보원을 활용했다”며 “하지만 요즘엔 그런 식으로 수사하다가는 언젠가 뒤통수를 맞기에 경찰도 몸을 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형사가 말하는 ‘뒤통수 맞는 일’이란 자신의 정보원으로 활동하던 사람이 다른 쪽으로 넘어갈 때를 말한다. 또 다른 강력계 형사는 “경찰의 정보원 노릇보다 검찰의 정보원으로 활동하는 것이 더 멋있어 보이지 않느냐. 상황이 이렇다보니 실컷 공들여 수사한 사건을 검찰에 쏙 넘기는 정보원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더욱이 경찰은 정보원을 이용한 함정수사가 불가능하고 재판과정에서 이를 인정해주지도 않기 때문에 더 이상 정보원을 둘 필요가 없어졌다”고 털어놨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