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건을 2024년 8월 경찰에 고소한 사람은 피의자 7명과 같은 럭비부원이던 피해자 박정서 씨의 아버지 A 씨다. A 씨는 “정서의 한을 풀고 다시는 정서와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피의자들 악행을 낱낱이 밝히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돼 많은 고민 끝에 고소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정서 씨는 서울 잠실에서 중학교를 다니다 럭비 특기생이 되기 위해 2021년 6월 Y 중학교 3학년으로 전학했다. 당시 럭비부엔 초·중학교 동창인 피고소인 7명이 있었다. Y 중학교 럭비부에 8번째로 입단한 박 씨는 2022년 Y 고 럭비 특기생으로 진학했다.
박 씨의 아버지 A 씨에 따르면 “정서는 럭비부 피의자들의 공동폭행과 모욕 등 집단 따돌림을 견디지 못해 2023년 1월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고등학교로 전학 갔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정서는 마음을 달래기 위해 2024년 2월 필리핀 보홀(Bohol)에서 여행사의 패키지 관광을 하던 중 현지에서 갑자기 사망했다”고 전했다. 3학년으로 진급하기 한 달 전쯤이었다.
A 씨는 “피의자들은 정서뿐만 아니라 정서 친구인 같은 럭비부원에게도 폭행, 모욕, 협박한 학교폭력 가해자들”이라며 “피의자들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같은 학교를 다녔다. 다른 학교 출신인 정서와 정서 친구를 걸핏하면 때리거나 모욕하는 등 장기간 지속적으로 괴롭혔던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피의자 7명은 지난 2월 Y 고를 졸업했다.
경찰 수사 결과 피의자 7명은 2022년 4월 오후 4시에서 저녁 10시경 Y 고 운동장에서 정서 씨 등 럭비부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정서 씨 부모가 이혼해 정서 씨가 아버지와 사는 점을 놀리듯 말해 모욕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럭비부 피의자 B 씨는 “너는 왜 엄마가 없어? 알에서 태어난 거야?”라 했고, 피의자 C 씨는 “그래서 정서는 ‘박 씨’야?”라며 여러 차례 놀렸다고 경찰은 파악했다. 알에서 태어났다는 신라의 시조이자 초대국왕 박혁거세를 빗대 모욕감을 줬다는 것이다. 공동폭행과 모욕 혐의를 받고 있는 C 씨는 일요신문과 전화통화에서 “(혐의들은) 사실이 아니다.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만 밝혔다. 모욕 혐의를 받는 B 씨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피의자들은 2022년 5월에도 Y 고 1학년 한 교실에서 럭비부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정서 씨를 둘러싸고 또 다른 모욕을 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서 씨 친형이 우리나라 유명 발레단 단원인 사실을 놓고 정서 씨에게 “남자가 발레하면 호모야? 게이야?”라고 여러 차례 놀리듯 말했던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피의자 C 씨는 2022년 11월초 저녁 9시경 Y 고 기숙사 숙소에서 청소 당번 문제로 정서 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손으로 정서 씨 상체를 여러 차례 밀치는 등 폭행을 가한 혐의도 받고 있다.
여기에 피의자 D, E, F 씨 등은 이날 싸움을 말리는 척하면서 정서 씨 양팔을 잡고 손으로 상체를 여러 차례 툭툭 치고 밀치는 등 폭행을 가했다. 경찰은 피의자들이 공동으로 정서 씨를 폭행했다고 결론 내렸다. 공동폭행과 모욕 혐의를 받고 있는 D 씨는 “두 가지 (혐의) 다…”라고 말한 뒤, E 씨는 “아는 게 없다”고 짧게 말한 뒤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F 씨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제동이 걸렸다. 검찰은 3월 25일 경찰에 불송치 결정(공동협박·또 다른 모욕 혐의들)에 대해 재수사를 요청하는 처분을 내렸다. 이미 송치된 결정(공동폭행과 모욕 혐의들)에 대해선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검찰의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와 기소 의지가 강해 보이는 대목이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재수사 요청은 검사가 경찰의 불송치 결정이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판단할 때 경찰에 다시 수사하도록 요청하는 제도다. 보완수사 요청은 검사가 경찰로부터 송치 받은 사건에 대해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거나 공소유지를 위해 추가 수사가 필요한 경우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제도다.
검사의 재수사 요청은 경찰의 불송치 결정을 번복하기 위한 조치다. 재수사 요청을 받은 경찰은 반드시 재수사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결론을 바꿀 의무는 없다. 보완수사 요청은 이미 송치된 사건의 증거를 보강하기 위한 것이다. 보완수사 요청은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할 수 없다.
경찰은 보완수사 요구·재수사 요청을 3개월 이내에 이행하도록 돼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의 재수사 요청과 보완수사 요구는 통상적으로 피의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Y 고 럭비부는 전통 명문으로 럭비 특기 졸업생은 유수 대학에 진학했다. 따라서 진학 경쟁도 상당히 심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내부 경쟁과 견제 심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정서는 고등학교 진학 후 피의자들의 교묘하고 지속적인 괴롭힘으로 인해 결국 훌륭한 럭비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하고 전학 갈 수밖에 없었다”며 “이 과정에서 정서는 ‘운동부에 대한 실망과 갈등이 커서 운동을 계속할 의욕이 없다’며 가장 싫어하고 화나게 하는 대상으로 럭비부 동기들을 지목하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모욕 혐의를 받고 있는 럭비부원 출신 G 씨는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걸(이 사건)로 힘들어 하는데 연락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F 씨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