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경산업은 주가와 이익을 비교하는 주가이익비율(PER)이 8배에 그치는 반면, 목표 PER이 30배 이상인 경쟁사도 수두룩하다. 화장품은 기본적으로 영업이익률이 높다 보니 고성장세만 보이면 PER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 있는 구조다. 브랜드 경쟁력이 있는지 없는지, 수출 경쟁력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몸값이 크게 차이 나는 구조인 것이다.
결국 애경산업이 부진한 것은 전략의 부재 때문이다. 해외시장 다변화는 물론 판매처 다변화, 그 어느 것도 성공하지 못해 점점 잊혀가는 주식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너무 높은 중국 비중…올해도 제자리걸음 예상
메리츠증권이 주요 상장 화장품사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시에 뒷걸음질 친 것은 애경산업과 클리오뿐이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띈 것이 애경산업의 역성장이다. 매출은 2.6% 감소, 영업이익은 46.4%나 줄었다. 이는 수출 부진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애경산업의 화장품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역성장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올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6개월 전만 해도 증권사 연구원들은 애경산업이 올해 매출액 7978억 원, 영업이익 789억 원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3월 30일 기준으로는 매출 및 영업이익 전망치가 각각 7096억 원, 494억 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매출은 11%, 영업이익은 37% 깎였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468억 원이니, 400억 원대 영업이익 전망치는 결국 올해도 제자리걸음을 할 것으로 본다는 이야기다.
애경산업 전망이 안 좋은 이유는 첫째, 이 회사가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매출 비중이 압도적이란 점에 있다. 지난해부터 일본, 베트남, 미국 등을 공략하려고 시도하고 있으나 뚜렷한 성과가 없거나 잠시 반짝했다가 되돌아가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일본, 베트남이 지난해 3분기 호실적을 냈다가 4분기 다시 주춤한 것이 대표적이다. 애경산업 전체 화장품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80%대 중반에 달한다. 지난해 4분기엔 비중국 지역마저 부진해 중국 비중이 90%로 늘어났다.
애경산업이 살아나려면 결국 미국시장 공략이 중요한데, 아직은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미국의 경우 주력 제품인 에이지투웨니스(Age20′s) 에센스팩트를 11개 호수로 확장하고 제품 구성 리뉴얼, 아마존 마케팅 집중 등을 실시했으나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미국의 수입 화장품 시장은 프랑스를 제치고 한국이 선두를 차지했다”면서 “지금 같은 호황기에도 애경산업은 이 정도 성적에 그치는 상황인데, 지금부터 갑자기 잘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꼬집었다.
국내 또한 잘하고 있다고 보기는 애매하다. 애경산업은 과거 홈쇼핑을 통한 판매 비중이 너무 높다는 지적을 받았다. 2015년엔 전체 매출의 80%가 홈쇼핑에서 발생했을 정도다. 상장 과정에서 홈쇼핑 편중 지적을 받은 이후 꾸준히 유통채널 다변화 정책을 편 덕분에 2019년에는 홈쇼핑 비중이 23%까지 줄었는데, 애경산업이 잘했다기보다는 홈쇼핑 채널 위축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경쟁사들에 비해 올리브영을 비롯한 H&B(헬스앤뷰티) 채널이나 온라인 시장 개척이 더뎠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는 다이소에 전용브랜드 루나 투에딧을 론칭하기는 했으나 다이소라는 채널 특성상 공급 가격이 낮아 수익성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진단이 나온다. 루나 투에딧 제품은 아이라이너와 아이브로우, 멀티 스틱, 팩트 등 28종으로 구성됐다.
#AK홀딩스, 애경산업 매각 저울질
애경산업은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24.4% 감소했지만, 그럼에도 지난 3월 28일을 기준으로 주주들에게 2024년과 똑같은 주당 580원을 배당했다. 시가배당률은 4.45%다. 애경산업이 고배당을 집행한 것은 최근 증시 트렌드가 주주 환원에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기류 영향도 있지만, 모회사 AK홀딩스의 빡빡한 자금 사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애경그룹은 유통과 화장품 및 생활용품, 화학 그리고 항공업으로 구성돼 있는데 지난해 실적이 모두 좋지 않았다. AK홀딩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303억 원으로 전년(2791억 원)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자회사를 연결하지 않은 별도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이 274억 원에 불과하다. 자회사들을 통한 현금 배당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애경그룹 자회사 중 가장 빨리 턴어라운드할 수 있는 업종이 애경산업일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과 화학은 구조적으로 침체 국면에 접어든 반면, 화장품은 그래도 성장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한때 그룹을 책임졌던 제주항공 또한 당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올해 항공업은 ‘규모의 경제’ 실현을 위한 이합집산이 예상된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진에어, 에어부산 등 저비용항공사 자회사들 또한 통합이 예상되고, 대명소노그룹은 티웨이항공 인수 이후 에어프레미아를 비롯한 다른 인수 후보를 물색 중이다. 사모펀드 품에 있는 이스타항공, 에어인천 등도 자금 수혈을 통한 외연 확장을 검토하고 있다. 냉정하게 보면 애경그룹의 제주항공은 오히려 그룹으로부터 추가 투자를 받아야만 하는 상황이다.

일부 전문가는 AK홀딩스가 애경산업을 팔지 않을 것이라면, 역으로 애경산업이 외부에서 추가 자금을 조달해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다행인 점은 AK홀딩스의 애경산업 지분율이 63%대로, 당장은 외부 자금을 유치해도 경영권이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애경산업쯤 되는 회사는 기본적으로 경영 판단이 보수적이고, 그러다 보니 빠르게 돌아가는 코스메틱 산업 흐름을 쫓아가기 쉽지 않다”면서 “아모레퍼시픽이 미국 코스알엑스 인수를 통해 활로를 찾았듯 애경산업도 현금 여력은 있는 만큼 M&A를 통해 대응해 나가는 방법이 바람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메리츠증권 박종대 연구원은 지난 1월 애경산업에 대한 보고서에서 “올해 상반기까지 감익이 예상되므로 당분간 보수적 접근이 바람직하다”면서도 “화장품은 비중국 지역이 성장하는지 여부, 그리고 M&A를 포함해 신규 브랜드 투자 확대가 이뤄지는지 등을 봐야 한다”고 했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실적과 관련해 “지난해 영업이익은 감소했지만 매출은 성장했다”면서 “코로나 이전 매출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중국 중심의 매출처에 대해서는 “코로나 이전 사드 이슈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은 이후 매출처 다변화 작업을 추진해 일본에서 가시적인 성과 거뒀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채널 다변화 노력을 했다. 다이소 등 유통채널 개척 등 다각화에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면서 “새로운 성장 채널에 맞춘 채널 다변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경산업 매각 추진 소식에 대해서는 “확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민영훈 언론인 master@ilyo.co.kr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