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생활건강의 2024년 실적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2024년 매출액은 6조 8119억 원으로 전년(6조 8048억 원) 대비 71억 원 늘었다. 2024년 영업이익은 4590억 원으로 전년(4870억 원) 대비 260억 원 줄었다. 2024년 4분기 음료사업 부문 인력 구조조정에 따른 일회성 비용(200억 원)이 영업이익 감소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실적을 지켜냈지만 국내 증권사 중 LG생활건강에 대한 투자의견이나 목표주가를 하향한 곳이 적지 않다. 올해 2월 이후 LG생활건강 관련 보고서를 낸 16개 증권사 중 ‘보유’(Hold, Marketperform 등 포함) 투자의견을 낸 곳은 10곳이다. 국내 증권시장에서 보유 의견은 사실상 매도 신호로 읽힌다. 목표주가를 하향한 곳은 10곳으로 한국투자증권은 아예 목표주가를 제시하지 않았다.
증권가에서는 LG생활건강이 중국 의존도가 크고, 북미 등 비중국 지역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을 지적하고 있다. 한한령(한류콘텐츠 금지령)과 내수 부진 장기화로 중국 경제 불확실성이 여전해 성장세를 지속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2024년 LG생활건강의 중국 매출은 7930억 원으로 전체 해외 매출 중 37.7%를 차지했다. 전년(7241억 원) 대비 689억 원 증가했다. 북미 매출은 역성장세를 보였다. 2024년 북미 매출은 5662억 원으로 전년(6413억 원) 대비 751억 원 감소했다.
이승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면세점, 방문판매 등 전통 채널들의 매출 감소로 인해 성장성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며 “2025년 해외 사업 성장률이 타 K뷰티 화장품 회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전체적인 성장 전망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고 내다봤다. 오린아 LS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가 강한 상황이기 때문에 내수 회복에 대한 신호만 나타난다면 턴어라운드가 가장 강하게 나올 수 있다”며 “북미 아마존 사업 개편 성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LG생활건강 화장품 사업의 대표 브랜드는 ‘더 히스토리 오브 后(후)’(더후)다. LG생활건강의 실적 발표에 따르면 2024년 4분기 기준 화장품 사업 부문에서 더후의 매출 비중은 49%다. LG생활건강은 중국 시장에서 ‘숨’ ‘오휘’ 등 오프라인 매장을 철수하고 더후 리뉴얼에 집중했다. 이 때문에 중국 매출이 성장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중국 현지법인은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군제(11월 11일,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와 더후 리브랜딩 등 마케팅 비용 확대로 적자가 지속됐다는 것이 LG생활건강 측 설명이다.
LG생활건강이 북미 시장 교두보로 삼기 위해 2019년 8월 인수한 미국 화장품 브랜드 에이본(Avon)의 부진도 여전하다. LG생활건강의 미국 종속회사 ‘더 에이본 컴퍼니’(The Avon Company)는 2024년 당기순손실 280억 원을 기록했다. 에이본 캐나다 법인(The Avon Company Canada Limited)도 67억 원, 에이본 광저우 생산 법인(Avon Manufacturing(Guangzhou), Ltd.)은 12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더 에이본 컴퍼니와 캐나다 법인은 2023년에 이어 2024년 기준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반면 △빌리프 △CNP △더페이스샵 등 미국 아마존에 진출한 LG생활건강 브랜드들은 시장에서 연착륙하고 있다. LG생활건강 미국법인(LG H&H USA Inc.)의 2024년 매출은 1189억 원으로 전년(656억 원) 대비 533억 원 늘었다. 2024년 당기순이익은 67억 원으로 전년 대비 흑자전환했다.
화장품업계 한 관계자는 “LG생활건강이 다양한 지역과 채널을 구축하려는 노력을 보이지만, 인디 브랜드들의 해외 진출 진입 장벽이 낮아졌기 때문에 브랜드 간 경쟁이 치열해져서 어려움을 겪는 측면도 있다”며 “글로벌 사업 리밸런싱 작업을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자회사 에이본에 대해서는 인력 구조조정, 포트폴리오 강화 등 강도 높은 사업 재정비를 진행하고 있다”며 “주요 브랜드를 앞세워서 북미, 일본 등 해외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