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작물 수입 이어 ‘통감자’ 추가 임박, 식량주권 등 논란…학계 일각 “인체 위해성 우려 과도”
[일요신문] LMO(Living Modified Organisms·유전자변형생물체) 감자가 수입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논란이 일파만파다. 현재도 국내엔 사료용과 식품용으로 콩, 옥수수 등 LMO 작물이 수입되고 있다. 기존에 수입 승인된 LMO 작물과 달리 감자는 형태가 유지된 채로 소비자들이 섭취할 수 있다는 데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LMO 감자의 수입이 승인되면 해외 종자 의존이 심화해 식량주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한 대형마트 감자 매대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연합뉴스#매년 국내에 1000톤 LMO 들어와
LMO는 현대 생명공학기술로 새롭게 조합된 유전물질을 포함한 동물, 식물, 미생물을 말한다. LMO는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와 혼용돼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GMO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유전자변형 작물이 상업화되면서 널리 쓰인 용어다. LMO는 생물이 생식과 번식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단어다. LMO는 생물다양성협약(CBD)이나 국제협약에서 주로 사용된다. 유전자변형생물체를 포함하거나 유전자변형생물체에서 유래한 원료를 사용한 식품과 사료를 각각 GM 식품, GM 사료라고 부른다.
LMO 작물은 대부분 사료용과 식품용으로 나뉜다. 국내에서 직접 재배(생산)하는 LMO 작물은 없다. 현재 콩, 옥수수, 면화, 카놀라(유채), 알팔파 5개 품목이 사료용으로 승인돼 수입되고 있다. 이 5개 품목에 사탕무를 더해 6개 품목이 식품용으로 승인을 받아 수입되고 있다.
매년 국내에 들어오는 LMO 양은 1000만 톤(t)을 웃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가 발표한 ‘2024년 유전자변형생물체 주요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로 반입된 식품용·사료용 LMO는 총 1092만t으로 2023년(1028만t) 대비 64만t(6.2%) 증가했다. LMO 전체 수입 물량 중 사료용 LMO가 945만t으로 전체의 86.6%를 차지한다. 사료용 GM 옥수수 수입 물량이 931만t으로 전체 수입 물량의 85%에 달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미국으로부터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다.
LMO 수입 절차는 까다롭다.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 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유전자변형생물체법)에 따라 식품용 LMO 작물을 수입하기 위해서는 환경부, 해양수산부, 농림축산식품부(농촌진흥청)의 환경 위해성 심사를 거쳐야 한다.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체 위해성 평가까지 통과해야 수입이 이뤄진다. 사료용 LMO 작물의 경우 환경위해성 심사만 통과하면 농림축산식품부가 수입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LMO 감자 논란 이는 까닭
농촌진흥청이 지난 2월 21일 LMO 감자 ‘SPS-Y9’의 작물재배 환경위해성 심사에서 적합 판정을 내렸다. 사진=농촌진흥청 자료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식품용 LMO 감자는 수입 마지막 관문만을 남겨두고 있다. 농진청이 지난 2월 21일 LMO 감자 ‘SPS-Y9’의 작물재배 환경위해성 심사에서 적합 판정을 내린 사실이 알려졌다. 식약처의 인체위해성 심사를 통과하면 국내에 처음으로 식품용 LMO 감자 수입이 이뤄지게 된다.
농촌진흥청은 심사 결과 보고서에서 “SPS-Y9가 비의도적으로 방출되더라도 국내 작물재배환경에 위해를 일으킬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 SPS-Y9과 유전적 특징이 유사해 교배될 수 있는 식물이나 야생종이 없고, SPS-Y9가 겨울을 나기 어려운 데다 다른 식물종과 경합해 살아남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SPS-Y9는 미국 감자 생산업체 심플로트(J.R. Simplot Company)가 2018년 4월에 수입 승인을 신청한 LMO 감자다. 심플로트는 맥도날드에 들어가는 감자튀김을 주로 공급하는 회사다. 심플로트가 개발한 SPS-Y9도 튀김에 특화된 감자 품종으로 알려졌다. SPS-Y9은 튀겼을 때 발생하는 발암 생성 물질인 아크릴아마이드를 줄이고, 기존 감자보다 검은 반점이 덜 생기도록 개량됐다.
식품용 LMO 감자는 소비자가 직접 눈으로 보고 섭취할 수 있다는 데서 수입 승인 심사 자체만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유전자변형 콩은 대부분 식용유 제조용으로 이용된다. 유전자변형 옥수수는 대부분 사료 원료로 이용되고 일부 전분이나 전분당으로 사용된다. 유전자 변형 감자의 경우 튀김 등 가공된 형태로 제공되더라도 감자의 형태가 유지된다. 이 때문에 소비자는 이를 유전자 변형 감자라고 인지하며 섭취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식량 주권이 위협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전자 변형 감자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지면, 해외 감자 종자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GM 작물은 특정 기업이 종자에 대한 특허권을 갖고 로열티를 받는다”며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이 유전자변형 감자에 길들여지면 장기적으로 국내 토종 감자 종자 활용이 줄고 국내 농업 기반도 위축될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국내 감자 자급률은 75% 정도다. 20% 정도에 불과한 곡물 자급률에 비하면 높은 수준이다. 다만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앞서의 정치권 관계자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많은 감자 종자를 보유한 심플로트사가 우리 감자 품종 수급 차질의 공백을 노리려 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2013년 미국 아이다호주에 있는 심플로트(J.R. Simplot Company) 본사 온실에서 유전자변형 감자가 자라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시민단체를 중심으로는 LMO 감자가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감자는 씨감자(재배용 감자)가 아니더라도 덩이줄기를 통해 쉽게 번식할 수 있다. 3월 25일 전라남도 측은 심플로트 LMO 감자 수입 적합 판정 철회 촉구안을 통해 “2018년에 미승인된 LMO 유채 종자 방출은 현재까지도 생태계 교란이 우려되고 있다. 2023년에는 LMO 종자로 개발한 주키니호박 품종이 8년간 무단 생산·유통된 사례가 있었다”며 “한 번 유출된 LMO 작물은 통제가 어렵고 장기적으로 생태계에 위협이 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수입 통관 과정에서 LMO 감자에 발아억제제를 처리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자생하거나 생육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수입금지식물 중 미국산 감자의 수입금지 제외기준 고시에 따라 미국 농무부(USDA) 산하 동식물검역소(APHIS)에 등록된 미국 수출 시설은 한국 수출용 감자를 선적하기 전에 발아억제제를 처리하고 처리 증명서를 발급해야 한다.
유전자변형생물체법 제40조에 따르면 유전자변형생물체를 승인받지 않고 국내에서 재배하면 수입·생산한 자에게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다만 시민단체에선 완전한 통제는 불가능하다는 반론을 제기한다. 문재형 GMO 반대전국행동 상임집행위원장은 “그간 수입된 유전자변형 작물 중에선 운송 과정에서 낙곡(비의도적 환경방출)이 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라고 말했다.
4월 1일 농민단체 회원들이 전북 전주 농촌진흥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산 LMO 감자 수입 승인 절차 중단을 촉구했다. 사진=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 제공일각에서는 LMO 감자를 섭취했을 때 인체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도 지적한다. 앞서 2016년 2월에 심플로트가 식품용으로 수입 승인을 신청한 LMO 감자 ‘SPS-E12’는 수입 승인이 보류됐다. 2018년 6월 식약처는 SPS-E12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수입 적합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2018년 10월 심플로트에서 근무한 카이어스 로멘스 박사가 책 ‘판도라의 감자(Pandora's Potatoes : The Worst GMOs)’에서 GMO 감자가 병균과 독소를 축적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반면 정부의 까다로운 검사를 거치므로 LMO 작물은 안전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식약처는 인체안전성 평가를 통해 유전자변형 식품의 독성·알레르기 유발 물질, 새로운 위해 요인, 영양소 손실 여부 등을 확인한다. 곽상수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명예교수는 “인체와 환경에 해가 되는지 평가하는데 많게는 1000억 원의 비용이 들어간다”며 “LMO가 인체 안전성 검사를 받고 승인 허가가 난 이후 인체에 해가 된다는 보고는 없었다”고 말했다.
#지속된 논란에 학계는 아쉬움 토로
전 세계에서 최초로 상업적으로 승인된 GMO는 1994년 미국 생명공학기업 칼젠(Calgen)이 출시한 ‘플레이버 세이버 토마토’다. 플레이버 세이버 토마토는 세포벽 분해 효소 생성을 방해하는 유전자를 추가한 ‘무르지 않는 토마토’였다. 하지만 맛이 좋지 않아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결국 1997년 생산이 중단됐다. 1996년에는 미국 몬산토(Monsanto)와 스위스 노바티스(Novartis)가 각각 제초제 저항성 콩과 병충해 내성 옥수수를 개발하면서 GMO의 상업적 생산이 본격화됐다.
국내에는 1990년대 후반부터 유전자 변형 콩과 옥수수의 수입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유전자 변형 생물체의 잠재적 위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국제사회 논의가 이뤄지면서 2000년 1월 생물다양성협약의 부속의정서로 ‘바이오안전성에 관한 카르타헤나의정서’가 채택됐다. 카르타헤나의정서는 2003년 9월 발효됐다. 올해 2월 기준 카르타헤나의정서 가입국은 우리나라와 EU(유럽연합)를 포함해 172개국이다.
2014년 미국 다국적 농업 기업 몬산토에서 GMO 옥수수를 재배하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연합뉴스카르타헤나의정서 사전주의 원칙에 따라 수입국은 과학적 정당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유전자 변형 작물이 환경에 중대한 피해를 준다고 판단할 경우 수입 규제를 할 수 있다. 하지만 LMO 작물 재배율이 높은 미국, 아르헨티나, 캐나다, 볼리비아, 호주, 칠레는 의정서 가입국이 아니다.
한편에서는 LMO 작물이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44.4%, 곡물자급률은 20.9%다. 곽상수 명예교수는 “식량이 부족하면 가축부터 굶어 죽는다. 우리나라는 경지면적이 좁아 곡창 지대와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며 “오히려 기후변화에 잘 대응할 수 있는 LMO 작물을 개발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는 “선진국들은 유전자 변형 생물체를 국가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LMO가 정말 안전하지 않은지, 또 향후 우리 농가에서 LMO를 재배할 경우 정말 농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인지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 한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최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정부, 미 11개주 감자 수입 추진…심플로트 수혜 보나
정부가 그간 수입이 금지됐던 미국 11개 주의 감자 수입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지난 2월 17~24일 식물검역심의위원회를 열고 미국 11개 주산 감자 병해충 위험관리방안을 확정했다. 11개주에는 캘리포니아주, 콜로라도주, 미시간주 등이 포함됐다.
병해충 위험관리방안 작성은 수입허용에 필요한 8개 단계 중 5번째 단계다. 이후 수입검역요건 초안 작성, 수입금지 제외기준 입안 예고, 고시 및 발효를 거쳐 수입이 최종 허용된다. 농림축산검역본부 한 관계자는 “양국 간 협의를 마무리하는 상태”라며 “11개 주도 발아억제제를 쓰고 세척을 하는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감자에 한해 수입이 가능토록 고시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국산 감자는 현재 미국 22개 주에서 들여올 수 있다. 기존에 금지병해충 미분포 지역 19개 주에서만 수입이 허용됐다. 2019년 12월 미국 아이다호주, 워싱턴주, 오레곤주 등 3개 주에서도 감자 수입이 조건부로 허용됐다. 이 3개 주에서는 가공용 감자만 수입이 가능하다는 등의 조건이 붙었다.
LMO 감자 수입 절차를 밟고 있는 심플로트가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조건부로 허용된 3개 주에는 심플롯농업인솔루션(SGS)이 적용된 점포가 즐비하다. SGS는 심플로트가 종자, 비료, 농업재 등을 팔고 경영 컨설팅 등 토탈 농업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심플로트는 수입 허용 절차가 진행 중인 11개 주 중 7개 주에 가공시설과 SGS 점포를 둔 것으로 나타났다.
LMO 감자 수입 절차를 밟고 있는 심플로트가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자료=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한편 미국산 감자 수입 통상 압력이 이어질 수 있단 관측도 제기된다. 우리나라는 가공용 감자에 12~4월에는 물량 제한 없이 무관세가 적용된다. 이외의 기간에는 38% 관세가 부과된다. 마트에서 판매할 수 있는 일반 감자는 연간 4406톤(t) 초과분에 304%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 이에 따라 미국산 감자 수입량은 연간 1만~2만t으로 조절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무관세가 적용되는 물량을 늘리라고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송옥주 의원은 11일 일요신문에 “고삐 풀린 심플로트 감자가 이상기후와 할당관세 확대에 힘입어 차츰 우리 입맛을 길들이며 국산 감자를 밀어내고, 독점권을 행사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속단할 수 없다”며 “종자 독점과 안전성 논란 때문에 일부 나라들 외에는 수입 승인이 이뤄지지 않은 GMO 감자를 병해충 관리 조건부 수입 허용까지 하면서 서둘러 우리 식탁에 올려야 할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