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주택도시공사 강서센터가 관할하는 A 아파트 임차인대표회의는 2월 정기회의에서 기존 주택관리업자와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의결을 한다. 정기회의 결과에는 ‘현 관리주체 재계약 반대 입장 정리’라는 안건과 결과가 기재돼 있고 ‘회계 관련 서류에 대한 공개와 투명성 확보가 되지 않으면 재계약 반대 입장을 고수한다’는 이유도 명시돼 있었다.
통상 서울주택도시공사 주거안심센터는 이 같은 임차인대표회의 의결 결과를 참고해 주택관리업자를 선정한다. SH 관계자는 “의무사항은 없지만 대체로 임차인대표회의 의결을 반영해 관리주체를 선정한다”라고 했다. 임차인대표회의의 결정과 정반대의 선택을 하는 건 이례적이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서울주택도시공사 강서센터는 A 아파트 주택관리업자 재계약 반대 의결이 나오자 3월에 같은 내용을 다시 의결해달라고 임차인대표회의에 요구한다. 통상 대표회의에서 의결한 사안을 다시 의결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SH 본사 측도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SH 본사 관계자는 “의결한 내용을 다시 의결해달라고 했단 말인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SH 강서센터 담당자의 요구에 A 아파트 임차인대표회의는 3월에 같은 사안을 다시 의결하기로 했다. 그사이에 A 아파트 주택관리업체(관리주체) 사장은 임차인대표회의 감사를 만나 회계 관련 서류를 일부 공개하겠다는 제안을 하며 재계약에 찬성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3월 임차인대표회의 의결에서도 주택관리업자 재계약과 관련한 안건은 부결된다. A 아파트 임차인 동대표 일부가 회계 관련 서류 공개 약속이 지켜지면 재계약에 찬성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냈지만 치열하게 찬반 의견이 대립하며 안건은 부결됐다.
그러자 서울주택도시공사 강서센터는 다시 한 번 의결을 요구했다고 한다. A 아파트 임차인대표회의 동대표는 “우리가 3월 의결 결과와 의견을 취합해서 SH 강서센터에 공문으로 보냈는데 센터에서 그걸 다시 의결을 해달라고 했다. 3월에 조건부 찬성을 하신 분들이 있는데 계약에 조건부 계약은 없으니 조건이 없는 상태로 찬반을 좀 말해 달라고 했다. 그래서 4월 6일 임시 회의를 열 계획이다”라고 했다.
SH 강서센터의 반복된 요구에 대해 임차인들은 “이미 2월에 나온 결과를 3월에 다시 해달라고 요구하고, 부결되자 4월에 다시 해달라고 요구하는 건 기존 주택관리업자 재계약 가결이 될 때까지 하라는 것 아니냐”면서 “SH 요구를 거부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A 아파트 임차인 동대표들은 임대사업자인 SH 강서센터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어 세 번째 의결을 진행하기로 한다.

SH를 비롯한 주택관리업계 관계자들은 강서센터의 반복된 의결 요구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다른 서울주택도시공사 혼합단지를 관리하는 관리사무소장은 “기존 의결이 있는 상황에서 같은 의결을 다시 하라고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했고 SH 관계자도 “같은 내용의 의결이었나”라고 물으며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A 아파트 임차인들은 강서센터가 기존 주택관리업자와 수의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의결을 재차 요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SH 강서센터가 재의결을 요구하고 그사이 기존 주택관리업자가 일부 동대표를 회유해 찬성표를 얻어내려 한 게 아니냐는 것. 실제로 두 번째 의결인 3월에는 3명의 동대표가 조건부 재계약 찬성 쪽으로 돌아서기도 했다.
한 임차인은 “3월에 재계약 안건이 부결됐지만 동대표 3명이 돌아섰으니 한 번 더 의결하면 가결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무슨 같은 의결을 3번이나 하는 경우가 있나”라고 했다.
서울주택도시공사에 강서센터가 반복적으로 의결을 요구한 까닭을 묻자 공사는 “주택관리업자 선정 시 임차인대표회의 의견을 서면 조회하도록 돼 있어 요청한 것”이라면서 “3월 실시한 회의결과로는 임차인대표 과반 이상의 의견을 특정하기 어려워 임차인 대표회장 명의 공문과 찬반 의결서를 서면으로 제출해야 함을 안내한 것이었고 임차인대표회장이 임시회의를 개최해 제출하겠다고 답변한 것”이라고 했다.
강서센터 담당자는 4월 7일 “4월 의결은 의결을 또 해달라고 한 게 아니고 대표들의 의견을 정확히 알 수 있는 서면 의결서를 요청했고 그게 아니면 안 된다고 말씀 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