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기력으로만 봐도 쟁쟁한 후보군이고, 특히 유아인의 경우는 '승부'에서 이병헌에게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평단과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만큼 그의 이름이 오른 것만을 두고는 큰 이견이 없다. 그러나 유아인이 마약 상습 투약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 받은 점, 지난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감형받고 석방됐지만 여전히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점 등을 본다면 나름 이름 있는 시상식에서 논란의 배우가 후보로 거론된 데에 대중들의 따가운 비판을 피할 수는 없어 보인다.
유아인의 범죄 혐의가 단순히 한 개인의 일탈이나 오판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는 점도 비판 여론을 더욱 거세게 만들고 있다. 기존 마약 범죄 연예인과 다르게 유아인이 초범임에도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것은 그의 마약 투약 횟수, 종류, 그리고 다량의 마약류 향정신성의약품을 타인의 명의로 제공받은 점 등이 법의 허점을 노린 것으로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받았기 때문이었다.

2023년 10월 검찰이 최종 기소한 내용에서 유아인이 투약한 것으로 파악된 마약류는 프로포폴, 미다졸람, 케타민, 레미마졸람 등 4종의 향정과 대마였다. 마약 범죄를 저지른 연예인은 많았으나 한 명이 이 정도로 다양한 마약류를 다량 상습 투약한 것은 생소한 일이었기에 기소 전 수사 단계에서부터 대중들의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그나마 그의 상습 마약 투약의 배경에 극심한 수면장애와 우울증이 있었다는 점이 참작돼 선처한 것이 징역 1년이었고, 항소심에선 그마저도 집행유예로 감형했다. 현재 이 사건은 4월 17일자로 대법원 주심대법관과 재판부가 배당된 상태다.

앞서서도 국내 영화판에서는 대중들의 부정적인 반응을 무시하고 논란 배우의 재기를 돕거나 그들에게 아낌없는 지지를 보여주는 일이 종종 지적돼왔다. 2016년 홍상수 감독과 불륜한 배우 김민희를 향해 2016 디렉터스컷 어워즈에서 이현승 감독이 "감독들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연기와 영화적 열정에는 다른 것을 생각하지 않고 투표했다. (김)민희야, 감독들을 널 사랑한단다"고 공개적인 응원을 보낸 것이나, 2024년 11월 제45회 청룡영화상에서 혼외자 논란이 불거진 배우 정우성의 '사과 스피치' 자리가 마련되고 업계인들의 물개 박수와 환호가 이어진 것이 대표적인 '그들만의 리그' 예시로 꼽힌다. 당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이 지적되며 이들을 향한 여론이 곤두박질치고 있던 차에 업계인들이 나서서 적극적인 지지를 펼친 점이 대중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실제로 이번 유아인의 후보 선정이 알려진 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유아인을) 복귀시켜주려고 시동거는 것을 보니 한국 영화계는 더 망해 봐야 한다" "영화 개봉은 피해를 보는 다른 동료와 업계를 위해서 눈감아준다고 쳐도 (배우상) 후보는 제외하는 노력이라도 해야 되는 게 아니냐" "최소한의 도덕적 기준도 없이 범죄자도 자기들 카르텔이면 다 품어주느라 자기들끼리 썩은 채 발전도 없는 거면서 관객 탓, 국민 탓, 정부 탓을 한다" "아무리 세계를 뒤흔들 명연기를 펼쳤대도 마약으로 지금 재판 받고 있는 상황인 배우를 후보 명단에 올린다는 것 자체가 용납하기 어렵다"는 성토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죄와 별개로 상을 받을만 하다'고 판단돼 유아인을 후보에 올린 만큼, 과연 이번 시상식에서도 여론과 반대되는 업계만의 결론이 내려질 것인지 관심이 집중된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