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9일 1500을 돌파한 지 70여 일 만인 지난 6월 18일 1800고지를 돌파했다. 조정이 올 것이라는 일부 증권사의 예측을 비웃기라도 하듯 조정다운 조정을 거치지 않고 가파르게 상승한 것이다. 1700을 돌파한 이후 11거래일 만에 1800 고개를 넘은 증시는 지난 20일 24.06포인트 하락한 것을 시작으로 단기 조정국면에 들어간 모습이다. 이 대목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고민은 깊어진다.
본격적인 조정을 기대하고 좀 더 기다려야 하는지, 아니면 반대로 대세 상승을 꿈꾸며 이를 이용해 증시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 놔야 하는지, 갈피를 못잡고 있다.
증권 전문가들의 전망은 후자에 가깝다. 최근 조정은 그리 길지 않으며, 연말까지 대세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부에서는 올 연말 2000시대를 맞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이처럼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 것일까.
우선 돈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규제에 막혀 갈 곳 없는 수백조 원의 부동자금이 증시로 몰리고 있다. 국민연금도 기금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 채권시장에 안주하던 형태에서 벗어나 주식시장에 좀 더 발을 깊숙이 담글 수밖에 없다.
참여정부 핵심 인물인 이해찬 전 총리는 지난 5월 뉴욕에서 부동산 문제에 대해 “큰 가닥은 잡혔다”면서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되는 자본이 줄어드는 등 자본과 유동성 측면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내년 동탄 2신도시(6조), 검단신도시(5조), 파주신도시 3지구(3조 3000억), 평택신도시(3조), 양주신도시회천지구(1조 2000억), 송파신도시(1조 5000억) 등 20조 원에 달하는 신도시의 토지보상금이 풀릴 전망이다. 그 지역 인근 증권사는 몰려들 돈폭탄 맞을 준비에 여념이 없다.
국민연금도 오는 2012년까지 주식투자 비중을 현재 11%대에서 30% 이상으로 확대, 최소 120조 원을 투자한다. 2012년 말 예상 기금적립액이 398조 원에 이르는 만큼 120조 원 이상이 국내외 주식시장에서 유통될 전망이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자본시장통합법 통과로 간접투자가 더욱 확산될 전망이고 국민연금의 주식 투자금 확대와 퇴직연금 시행으로 주식시장에 쏠리는 자금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산업구조도 증권시장이 상승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변하고 있다. ‘한국의 워런 버핏’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한국밸류자산운용 이채원 전무는 “선진국의 예를 보면 경제가 고속성장할 때는 (설비투자 등에) 자금 수요가 많아 주가가 오르지 못하다가 성장이 둔화되면서 넘쳐나는 유동성으로 인해 주가가 급등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국내 시장 역시 그 단계에 진입한 게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주식시장에 몰려들고 있는 투자자금도 과거와 달리 양질이다. 이번 상승을 이끈 개인 투자자들도 적립식 펀드를 통해 주식시장에 참여하고 있고 직접 투자자들 역시 과거 ‘묻지마 투자’가 아니라 꼼꼼히 따져보는 ‘정석 투자’가 많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일본처럼 선진형 투자 문화가 정착되면서 한국증시의 새 역사가 쓰여지고 있다”면서 “80년대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494.2% 오르고 90년대 미국 다우30지수는 309.1% 상승했다. 한국증시는 그 발자국을 밟아 가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중장기 전망은 이처럼 밝다지만 연말까지 단기 전망은 어떨까. 특히 일부에서 예상하는 올 연말 2000시대를 과연 맞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먼저 삼성증권은 최근 수개월의 상승으로 한국증시의 재평가와 장기 상승전망이 힘을 얻고 있지만 그 속도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주식시장은 이미 심리적인 고평가국면에 진입해 있다는 것.
유승민 연구위원은 “6월 중순까지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투자심리가 단번에 식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으나 뒤늦게 낙관론에 동참하고 있는 투자자들은 지수의 단기 조정 폭을 제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지수는 1750∼1820, 넓게 1700∼1850구간에서 제한적인 등락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유 연구위원은 “7월에 지수를 상승시킬 근거가 나타나지 못한다면 3분기 내내 조정장세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물론 4분기로 넘어가면서 회복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 경우에도 올해 하반기 최고치는 6∼7월 사이 형성될 고점을 넘기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도 “조정의 시기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9월까지 오른 이후 4분기에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으로 내놓고 있다. 그 폭은 다른 강세장과 달리 고점 대비 15% 이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주식시장의 펀더멘털이 양호하고, 기업실적의 개선세가 뚜렷한 데다 경기회복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조정이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5월 말 개최한 ‘기관투자가 리서치포럼’에서 이르면 연내에 코스피지수가 2000을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전망의 근거는 지출 위축을 가져왔던 기업의 과잉설비와 가계의 신용카드 부채부담이 이미 해결된 데다 중국의 저금리, 고성장 기조가 장기추세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는 자유무역협정(FTA) 체제로 인해 상품·서비스 시장 확대 및 직접투자 증가효과에 따른 수혜도 예상된다.
신성호 동부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조정을 기다리던 자금이 참지 못하고 일시에 주식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주가가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을 보이고 있지만 상승 흐름은 향후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연내 2000 돌파를 전망했다.
전용기 파이낸셜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