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LG가 4세인 구광모 회장과 허윤홍 사장 소송전이어서 법조계 일각에서 소송 초기부터 관심을 끌었다. LG의 구씨 가(家)와 허씨 가는 경남 진양군(현 진주시) 지수면 승산마을에서 오랜 과거부터 대대로 사돈관계를 맺으며 살았다. 그러다 1947년 창업 이래 57년 동안 굳건한 동업관계를 맺었다. 범LG가가 형제간, 사돈간 ‘인화’를 최우선시 한 내력이다.
LG그룹은 2005년 1월 LG와 GS로 분리됐다. 허씨 가는 LG그룹 산하 15개 회사를 넘겨받아 지주회사 GS홀딩스를 창업하면서 살림살이를 나눴다. LG건설도 이때 GS그룹 계열로 들어갔다. 2005년 3월 LG건설 상호도 GS건설로 변경됐다. 따라서 이번 소송 화근인 LG가 근저당권설정을 한 1998년엔 GS건설 상호로 바뀌기 전인 LG건설이었다.
1998년 8월 시행사 (주)순천엘지는 전남 순천시 연향동 1326-1에 지하 4층, 지상 10층 규모 근린생활시설 등 오피스텔을 신축했다. 공사는 GS건설(당시 LG건설)이 맡았다. LG 측은 이 오피스텔 7층에 입주해 임대차에 대한 담보로 3억 6000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하지만 GS건설은 해당 건물 시공에 대한 공사비를 받지 못했다. 이에 2003년 11월 GS건설과 시행사는 화해하며 12월 소유권이전 등기를 마쳤다. 이후 LG는 이 건물 7층의 임대차 계약이 만료돼 임대보증금을 반환받았다. 하지만 근저당권설정 등기는 말소하지 않았다.
이에 GS건설은 LG 측에 해당 부동산의 근저당권설정에 대한 말소등기를 요청했다. 하지만 LG 측은 “당시 담당했던 직원이 모두 퇴사한 상태라 알 수 없다”는 입장만 밝혔다. GS건설 측 요청에 응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해당 근저당권은 등기 당시 피담보채권을 성립시키는 법률행위가 없으므로 무효”라며 “설령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설정된 지 26년이 지나 그 피담보채권은 소멸시효 완성으로 소멸됐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해당 근저당권설정 등기는 그 원인이 끝났으므로 LG는 GS건설에게 말소등기 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LG가는 구인회-구자경-구본무 그리고 구광모 현 회장까지 장자승계 전통이 확고하다. 구본무 회장은 동생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장남인 구광모 회장을 2004년 양자로 들였다. 구본무 회장 친아들 구원모 씨는 1994년 19세 나이에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이에 딸이 둘인 구본무 회장이 대를 잇기 위해 구광모 회장을 양자로 삼은 것이다. 구광모 회장은 LG 오너가 4세다.
LG그룹 허만정 공동창업주 아들로 2002년 작고한 허준구 회장의 마지막 직책은 LG건설 명예회장이었다. 허 명예회장은 허창수 GS그룹 초대 회장(장남)과 허태수 GS 회장(5남)의 아버지다. 현재 GS건설 허윤홍 사장은 허창수 GS건설 회장(GS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GS그룹 4세인 셈이다.
결과적으로 이들 LG그룹과 GS그룹 4세들이 법적 공방을 벌였다. 재계에 따르면 1979년생 허 사장(46)과 1978년생 구 회장(47)은 사적으로 매우 절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인사는 이번 소송과 관련해 “‘근저당권 말소’와 같은 어찌 보면 사소한 문제를 구두 상으로 해결할 수도 있는데 법정으로까지 끌고 갔다. 공사(公私) 구분에 냉철한 기업가들 면모가 다시금 확인된 소송이다”라고 평가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구씨와 허씨 집안의 이번 소송에서 어느 쪽이 승소했는지는 큰 의미가 없다”며 “두 집안 후손들이 ‘인화’의 전통을 깨고 소송을 벌였다는 상징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그러나 LG와 GS건설 양사는 협의에 의한 무변론판결일 뿐 분쟁에 의한 소송이 아니라고 밝혔다. LG 관계자는 “약 30년 전 임대차 관계로 인한 근저당권의 말소와 관련된 것으로, 시간이 오래 지나면서 근저당권 등기필증 등 말소에 필요한 서류들이 남아있지 않아 통상적인 절차로 진행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양측이 협의해 법원에서 무변론판결로 근저당권을 말소하게 된 것이며 분쟁으로 인해 소송이 제기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