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업은 한전이 2014년부터 추진해온 송변전 시설 확충 계획의 일환으로,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를 통해 들어올 초고압직류전력(HVDC)을 수도권 동부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기반 구축 사업이다. 한전은 약 7000억 원을 투입해 2026년 6월까지 하남시 감일동 일원 동서울변전소 부지 내 옥내화 공간에 HVDC 변환소를 증설할 계획으로, 전력난 방지와 전기요금 인상 요인 완화를 위한 전략적 인프라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부지가 주거지와 가까운 데다 향후 개발 예정지와도 겹친다는 점에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었고, 하남시는 2023년 건축 허가를 불허하면서 사업은 중단됐다. 이에 한전은 경기도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지난해 12월 위원회는 하남시의 불허 결정을 취소하라고 판정했다.
하남시는 행정심판 결과에 따라 총 4건의 인허가 중 3건은 허가했으나, 나머지 1건은 경관심의 등 절차를 이유로 보류한 상태다. 한전 측은 이 보류 건이 변환소 증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인허가라며, 사실상 사업 전체가 착수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전 관계자는 "전력망 건설이 계속 지연될 경우 수도권 동부지역은 값비싼 전기를 우회 수급해야 하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요금 인상 요인은 연간 약 3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며 "행정심판에서 이미 불허가 부당하다는 결론이 나왔음에도 하남시가 사실상 법적 판단을 무시하고 있는 점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남시는 한전이 지역과의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시는 "대규모 증설로 기존 용량의 3.5배에 달하는 시설이 주거 밀집지역에 들어서는 상황에서, 주민 의견 수렴과 수용성 확보를 한전 측에 여러 차례 요청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전도 지난해 12월 보도자료와 올해 4월 공문을 통해 주민 수용성 확보 의지를 밝힌 바 있지만, 감일신도시 주민들의 불안은 여전하다는 것이 하남시의 설명이다. 하남시는 변전소 건립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며, "진정한 공공성을 갖춘 국가사업이라면 시민 설득과 신뢰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4월 24일,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과 이현재 하남시장이 하남시청에서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이번 만남은 동서울 변전소 증설을 둘러싼 인허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취지였으며, 양측은 기관장 면담 직후 실무진 협의까지 이어갔지만, 핵심 쟁점에 대한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 측은 "하남시와의 협의에서 하남시는 '옥내화 허가'는 가능하지만, 증설의 경우 주민 수용성이 확보되지 않아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증설 없이 기존 시설만 옥내화하는 것은 동해안~수도권 초고압직류송전(HVDC) 전력을 공급받는 본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며 "이 같은 부분허가는 실질적인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지하화나 대체 부지 확보를 절충안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많다. 한전은 변전소를 지하로 건설할 경우 수천억 원의 추가 비용과 장기간의 공사 기간이 불가피하다며 난색을 표했고, 입지 변경 역시 새로운 부지 선정과 주민 수용성 확보에만 수년이 걸릴 수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한전이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한전은 2015년 하남시 사례와 유사한 충남 당진시의 ‘북당진 변환소’ 건축 불허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바 있다.
김영식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