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당시 10만 원…오너 4세 매각 땐 '30원'
효성그룹 조석래 명예회장이 별세한 뒤 효성은 오너 3세인 조현준·조현상 형제의 독립 경영을 선언했다. 지난해 7월부터 장남인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기존 지주사 효성을, 삼남인 조현상 부회장이 신설 지주사 HS효성을 이끌고 있다. HS효성은 △효성첨단소재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효성토요타 △광주일보사 △효성홀딩스 USA △효성 비나 물류법인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조현상 부회장은 HS효성을 통해 지배하는 이들 계열사 외에도 개인회사 ‘신동진’과 ‘에이에스씨’를 통해 HS효성 수입차 관련 계열사 5곳을 지배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딜러사 HS효성더클래스 △토요타 딜러사 HS효성토요타 △호남지역 토요타 딜러 HS효성더프리미엄 △랜드로버·재규어 리테일러 HS효성프리미어모터스 △중국 BYD 상용차 딜러사 HS효성오토웍스 등이다.

신동진은 보유하고 있던 HS효성오토웍스 지분 전량을 지난 4월 3일 조현상 부회장의 어린 세 자녀에게 매각했다. 1주당 매각가는 ‘30원’으로, 2015년생 장남 조재하 군이 지분 80%를 786만 원에 매입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장녀(2010년생) 조인희 양과 차녀(2012년생) 조수인 양이 각각 지분 10%를 98만 2000원에 매입해 2대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세 자녀가 HS효성오토웍스 지분을 확보하는 데 든 금액은 982만 4000원이다.
HS효성오토웍스는 조현상 부회장의 세 자녀에게 지분을 매각하기 약 한 달 전인 3월 7일 주주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실시했는데, 당시 신주 발행가액은 1주당 10만 원이었다. 유상증자 한 달 만에 주식의 가치가 ‘1만 분의 3’으로 하락했다.
유상증자 실시 이유는 신동진에 빌렸던 차입금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HS효성오토웍스는 유상증자를 통해 주식 9만 376주를 신주로 발행했다. 조달금은 90억 3760만 원이다. 자금조달 목적은 ‘기타자금’으로 ‘최대주주 미지급금의 출자전환(상계)’였다. 즉 신동진이 HS효성오토웍스에 빌려준 차입금 90억 3760만 원을 현금 대신 신주로 받은 것이다.
HS효성오토웍스의 지난해 기준 자본금 총액은 35억 원으로 이번 유상증자까지 총 125억 원이 넘는 돈을 투입했지만 신동진이 조 부회장 세 자녀에게 매각하고 챙긴 현금은 1000만 원도 채 되지 않는다.
#조현상 부회장에게 빌린 돈으로 HS효성오토웍스 옥상옥 ‘포석’
조현상 부회장 세 자녀가 ‘982만 원’으로 전체 지분을 확보한 HS효성오토웍스는 매출 1조 2000억 원 규모의 HS효성더클래스에 영향을 미치는 회사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기준 이들 5개 계열사의 전체 매출은 1조 4393억 원으로, HS효성더클래스 매출(1조 2773억 원)이 90%가량 차지하고 있다. HS효성더클래스의 최대주주인 조 부회장의 개인회사 에이에스씨는 HS효성더클래스 지분 93.04%를 보유하고 있다.

이후 지난 4월 24일 에이에스씨는 운영자금 확보 목적으로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에이에스씨는 지난해 말 기준 이익잉여금 2508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유상증자 없이도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현금이 충분한 상태였다. HS효성오토웍스는 지난 4월 26일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단독 참여해 지분 22.08%를 확보했다.
에이에스씨는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로 신주 발행가액은 1주당 5000원으로 총 1만 8005주를 발행했다. 지난 4일 매매거래 당시 1주당 310만 원으로 평가받았던 에이에스씨 주식이 20일 만에 액면가액인 5000원으로 내려온 것이다. 4일 매매거래 당시 기준인 310만 원으로 해당 주식을 매입했을 경우 559억 원 규모다.
주주배정 유상증자였지만 조 부회장은 신주 배정을 포기했고, HS효성오토웍스만 참여했다. HS효성오토웍스가 유상증자에 사용한 금액은 9002만 5000원이다. 유상증자 후 HS효성오토웍스의 지분은 22.08%로 상승했으며 조 부회장 지분은 77.92%로 하락했다.
에이에스씨는 2017년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조현상 부회장으로부터 1200억 원가량을 조달한 바 있다. 당시 신주로 발행된 주식은 1주당 238만 원으로 약 5만 주를 발행했다. 8년 전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한 신주 가격보다 지난 4월 유상증자 발행가액이 한참 낮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오너 4세 회사인 HS효성오토웍스는 수입차 관련 계열사들의 지주사 격인 에이에스씨 주요 지배주주로 올라섰다.
HS효성오토웍스의 지난해 기준 자본금은 마이너스 120억 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손실이 계속 쌓이고 있다. 다만 HS효성오토웍스가 에이에스씨 지분 22.08%를 확보하며 사실상 수입차 관련 계열사의 ‘옥상옥’ 자리를 구축했기에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에이에스씨가 보유 중인 이익잉여금을 통해 배당을 실시할 여력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HS효성오토웍스가 배당 등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현금으로 추가로 지분을 늘릴 가능성도 있다.
HS효성오토웍스-에이에스씨 간 주식 가격과 지분 변동 사항을 분석한 한 기업회계 전문가는 “그동안 기업집단에서 볼 수 없었던 유상증자 형태의 신종 지분 증여 형태로 보인다”며 “조 부회장이 자녀 회사에 돈을 빌려줘 지분 매입에 필요한 금액을 댔으며 자녀들은 사실상 별도의 증여세 없이 1000만 원 수준의 돈으로 주요 회사의 지배력을 확보한 셈”이라고 말했다.
HS효성 관계자는 “HS효성오토웍스 사정이 좋지 않아 책임경영 차원에서 오너 일가가 지분을 매입한 것”이라며 “HS효성오토웍스가 에이에스씨 지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차익에 대해 적법하게 세금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동민 기자 workhar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