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전 후보가 19일 대선 투표를 마친 후 미국으로 떠났다. 사진공동취재단 |
지난 19일 오후 4시 10분경,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가 샌프란시스코행 탑승 수속을 위해 인천공항에 등장했다. 박선숙·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과 유민영 대변인 등 참모 30여 명이 동행했다.
출국 당시 안 전 후보는 함께 온 참모들에게 귀국 시기를 따로 못 박아두지 않았다고 한다. 일단 아내와 딸 설희 씨 방학을 맞아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한두 달 정도 머물 것으로만 알려진다.
하지만 안 전 후보의 출국을 ‘단순한 휴식’으로 보는 이들은 별로 많지 않다. 안 전 후보는 지난 16일 참모들과의 오찬에서 “5년 뒤 시대정신은 다를 것이다. 준비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건넸다. 출국을 앞두고 자신의 지지자들에게는 “제게 보내주신 열망을 온전히 받들지 못해 죄송하다. 이제 초심으로 돌아가 사랑에 보답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깊이 고민해보겠다”라는 공항메시지를 별도로 전달하기도 했다.
그의 출국 이후 정치권에서는 선거법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안철수 재단의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박영숙 재단 이사장 등 주요 관계자들은 빠르면 22일께 이사회를 열고 구체적인 활동 계획을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다. 또 내년 1월 출범과 함께 현재 주소를 두고 있는 경기도 분당의 안랩 연구소를 떠나 새로운 공간에 사무실을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안철수 진심캠프 정책포럼에 참가했던 한 인사는 “재단이 공식 출범하게 되면 안 전 후보 역시 가타부타 말이 있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내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기 전, 재단을 통해 ‘안철수식 통합메시지’가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안철수 재단 관계자는 “안철수 전 후보는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난 9월 중순 인사차 안랩 사무실을 찾은 적이 있지만 이후 안철수 재단을 방문하거나 관련된 일을 맡아오지 않았다”라는 입장이었다.
일각에서는 안 전 후보가 내년 4월로 예정된 재보궐 선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미 지난달 23일 사퇴를 결심하기 직전 참모들에게 “이게 끝이 아니다. 내년 재보궐 선거도 있지 않느냐”라고 전했다.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도 “국회의원을 한 번 하고 대통령에 도전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의 캠프 인사는 “안 전 후보가 당장 재보궐 선거에 나올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대신 다음 큰 선거까지 충분한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자신의 역할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안 전 후보의 행보와 관련해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여야 중도세력을 모아 독자적인 신당을 꾸리는 일이다. 하지만 신당 창당은 당면 과제가 만만치 않다. 대선 이후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양당 체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어설픈 규모의 세력 규합은 힘을 받지 못한 채 사라지거나 다른 당에 흡수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 시민캠프에서 활동한 민 아무개 씨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민주통합당 핵심 세력이 안철수 신당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 같다”라며 “안 전 후보 새정치에 공감하는 편이지만 이번 대선에서 민주통합당 역시 1400여 만 표나 얻었다. 이후 계파 갈등이 있을 수는 있지만 당을 쉽게 뛰쳐나가기는 어렵다고 본다”라고 전했다.
민주통합당 한 보좌관 역시 “이번 대선에서 민주통합당이 서울에서 별로 선전하지 못하고 경기도는 박근혜 당선인에게 졌는데 안철수 전 후보의 역량 부족도 있었다고 본다”라며 “안 전 후보가 민주통합당의 승리를 확신했다면 입당을 해서라도 도왔을 것이다. 아직 여야 어느 쪽도 마음에 두지 않고 있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세력 이탈이 우려스러운 것은 여당인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다. 안 전 후보가 신당을 만든다면 새누리당 성격과도 겹치는 부분이 많아 상당 부분 지분을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대선 이후 열린 첫 의원총회에서 이한구 원내대표는 “지속적 정치쇄신을 통해 안철수 현상이 자리 잡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라며 안 전 후보를 공식석상에서 거론했다.
그럼에도 안철수의 신당을 갈망하는 목소리는 그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안철수 캠프의 SNS 대변인실 역할을 담당했던 페이스북 <안스피커> 페이지에는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 됐어야 했다” “새 정치는커녕 정권교체도 못했다” “부디 가까운 미래엔 새로운 정당으로 정권교체를 이뤄주시길 부탁드린다”는 식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역시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민주당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려놓으리라 기대하지 않는다. 그들 스스로가 이미 너무도 기득권화됐다”며 “새로운 대안적 야당을 만들어내는 데 국민의 힘을 모아야 한다. 안철수는 그 과정에서 구심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안철수 신당론’에 무게를 실었다.
앞서의 시민캠프 관계자 민 아무개 씨는 “안철수 전 후보는 중도사퇴 이후 할 수 있는 책임을 다 했다. 문제는 안철수의 생각이 아닌 안철수로의 단일화를 내심 바랐던 ‘민주당 내 의원들의 생각’일 것이다. 이들이 바라는 것은 안 전 후보가 이야기한 새 정치일지, 아니면 민주통합당을 장악하거나 해체 후 재창당하는 일에 그를 이용하는 일일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1 박 당선인은 개헌 이후 1번째 여성 대통령이자 부녀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51.6 박 당선인의 득표율이 51.6%다. 87년 직선제 부활 이후 처음으로 유권자 과반 득표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516’이라는 숫자를 두고 박 당선인의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정권을 잡게 된 계기인 5·16 군사 쿠데타와 연관 지어 얘기하고 있다. 여기에 박 전 대통령의 집권 시기인 1961년 5월과 박 당선인이 당선을 확정지은 2012년 12월까지 51년 6개월(실제로는 51년 7개월)이라는 얘기도 있다. 참 묘한 인연이다.
333 박 당선인은 오는 2월 청와대에 다시금 입성한다. 지난 1979년 11월, 청와대를 나오고 정확히 33년 3개월 만이다.
108 박 당선인과 문재인 후보와의 표 차이는 약 108만 표. 묘하게도 불교의 ‘백팔번뇌’를 연상케 한다. 박 당선인은 이번 대선 레이스 동안 ‘과거사 논란’ ‘네거티브 공세’ 등 일평생 한 중생이 겪는다는 108가지의 번뇌를 다 겪고도 남았다.
162 박 당선인이 지난 7월 10일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출정식을 가진 이후 대선 투표일까지의 날짜 수.
4 이번 18대 대선에서 공식 후보로 등록한 여성 후보자의 숫자다. 역대 최다다. 박 당선인을 비롯해, 김순자, 김소연 후보와 중토 사퇴한 이정희 후보가 있었다. 실로 ‘여성 상위시대’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75.8 이번 대선의 투표율은 75.8%로 기록됐다. 87년 직선제 부활 이후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줄곧 하락세를 보이던 투표율이 이번 대선을 기점으로 처음으로 반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