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사성행위업소 ‘샤워방’의 내부. |
집창촌, 안마시술소 등 기존의 성매매 업소들이 경찰의 단속으로 타격을 입으면서 상대적으로 유사성행위업소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대딸방’, ‘유리방’, ‘립카페’ 등 유사성행위업소들은 전국 골목골목으로 암암리에 파고들며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활황을 맞고 있다. 하지만 고객들의 요구를 맞추기 위해선 끊임없는 변화가 필요했다. 이러한 트렌드의 변화에 발맞춰 이번엔 ‘샤워방’이 등장했다. 기존의 유사성행위업소들의 서비스에 샤워 서비스까지 겸비한 것. 박리다매에 고급화 전략으로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샤워방’ 영업현장을 직접 찾아가 봤다.
올해 초 처음 등장한 ‘립카페’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서울과 경기 일대에 급속한 속도로 퍼져나갔다. 현재는 서울 강남에서만 어림잡아 100개가 넘는 업소가 영업을 하고 있을 정도다. 이렇게 립카페가 난립하다보니 시장은 포화상태가 돼 간판을 내리는 곳도 생겼다. 하지만 유사성행위업소들은 변화를 거듭하며 생명력을 이어 왔다. 그렇게 립카페와 차별화를 선언하며 지난 8월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 ‘샤워방’이다.
샤워방은 진한 애무가 곁들여진 ‘오럴 서비스’라는 기존의 립카페와 서비스 면에서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에 샤워방은 방마다 샤워시설이 있어 남성이 씻고 있으면 아가씨가 들어와 샤워를 도와주는(?) 샤워 서비스가 추가된다. 샤워시설을 갖춘 탓인지 가격은 다른 유사성행위업소에 비해서는 조금 비싼 편이다. 립카페보다 비싼 4만~5만 원의 시세가 형성돼 있다. 시간은 기존의 15분인 립카페보다 긴 30분이다.
지난 17일 오후 3시 서울 잠실의 한 주택가. 인터넷 음란사이트에 올라온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평일 오후 시간이었지만 전화를 받은 남성은 “예약이 밀려 1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시간에 맞춰 남성이 알려준 장소로 찾아갔다. 다른 유사성행위업소들처럼 간판도 붙어있지 않은 허름한 건물을 생각했지만, 예상과 달리 업소 앞에는 ‘○○클리닉’이란 커다란 간판이 걸려있었다. 문을 열고 지하로 내려가자 깔끔하고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천장에는 거대한 배수관이 보였다. 가게 한쪽에는 6개의 방이 촘촘히 이어져 있었다.
기자가 찾은 업소는 비키니 바를 하다 지난 8월 ‘샤워방’으로 업종변경을 한 곳이었다. 업소를 관리하는 실장 A 씨는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술을 마시러 오는 손님이 점점 줄었다. 술장사에 비해 유사성행위업소는 점심시간부터 새벽까지 영업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손님도 끊이지 않아서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저녁 7시에서 10시가 가장 붐비는 시간이라, 이 시간에는 예약 없이 이용하기 힘들 정도”라고 귀띔했다.
실장의 안내를 받고 방에 들어가니 2평 남짓한 공간에 샤워시설과 침대가 놓여 있었다. 실장은 샤워를 하며 잠시만 기다리라고 했다. 잠시 후 기모노 속옷을 입은 여성이 들어왔다.
기자가 인터뷰를 요청한 샤워방 종업원 아영 씨(가명·여·23)는 야간대학에 다니고 있는 학생이라고 했다. 그는 “처음 이 일을 시작한 건 학비를 벌기 위해서”라며 “지난 8월 여름방학 때 시작했는데 수입이 괜찮아 개강하고도 시간을 줄여 계속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립카페에서 일하다 지난 9월 샤워방으로 옮겨왔다는 또 다른 종업원 희진 씨(가명·여·26)는 “이용료 4만 원 중 우리가 2만 5000원을 가져간다”며 “들어오는 수익은 립카페보다 많지만 서비스 수위는 큰 차이가 없어 훨씬 만족스럽다”고 설명했다. 찾아오는 손님이 어느 정도 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이 업소에서는 오전과 오후 3명씩 일하고 있는데 손님이 많을 때는 잠깐 쉴 틈도 없이 계속 손님을 받아야 할 때도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기자가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2시간 동안 샤워방 앞에서 지켜본 결과 5명의 손님이 들어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3명의 아가씨가 거의 쉬지 않고 손님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용하는 남성들도 샤워방에 대한 반응이 좋다. 온라인 카페를 통해 접촉한 직장인 B 씨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잠깐 찾는 경우가 많다. 샤워시설을 완비하고 있기 때문에 여성 종업원에게 서비스도 받고 개운하게 씻을 수도 있어 점심시간을 이용해 찾는다”고 밝혔다.
서울 잠실에서 처음 생겨나기 시작한 샤워방은 서울 강남과 신촌을 거쳐 최근에는 인천과 수원, 안산 등 경기지역에까지 퍼지고 있다. 서울 신촌과 강남 등지에는 현재 10개 정도의 업소가 영업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샤워방을 비롯한 유사성행위업소들은 과거 전단지를 활용한 오프라인 홍보 대신, 최근에는 인터넷 온라인 카페들을 이용해 업소 홍보를 하고 있다. 따라서 경찰은 이러한 유사성행위업소를 단속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점점 희한한 성매매 업소들이 생겨나고 있고, 인터넷 등을 통해 음성적으로 손님들을 끌어들이고 있어 효과적인 단속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이런 업소들을 뿌리 뽑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