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구택 회장 | ||
포스코는 올 초 한국코아를 인수 합병했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본격적인 신 사업 분야 진출을 통한 문어발 확장에 나설 것이란 평이 흘러나온다. 5대 재벌 못지않은 대형 그룹으로의 도약을 꿈꾼다는 것이다. 포스코의 몸집 키우기에 대한 시각은 외국 기업의 적대적 M&A나 이구택 회장의 향후 행보와 관련된 이야기를 낳기도 한다. 포스코는 과연 어느 정도까지의 사세 확장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그 배경엔 어떤 노림수가 있을까.
포스코의 몸 불리기는 적극적인 M&A 참여를 통해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올 하반기 최대 매물 중 하나로 꼽히는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이 포스코의 본격적인 사세 확장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구택 회장은 기자회견 등을 통해 대우조선 인수전 참여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다수의 업계 인사들도 포스코가 대우조선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는 이미 조선업용 철강자재를 생산해 다른 업체에 공급해왔지만 대우조선을 인수할 경우 철강자재 공급에서 조선업으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가 가능해진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포스코의 철강제품 판매 자회사 포스틸이 철강 중간재 생산업체인 한국코아(현 포스코아)를 인수해 쇳물 제조부터 제품 생산까지 수직 계열화를 이룬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포스코의 대우조선 인수전 참여 전망은 포스코가 왜 몸집 불리기에 나서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현대차그룹이 현대제철을 통한 자동차용 철강재 자체수급을 꿈꾸는 것과 관련이 있다.
현대차가 현대제철 고로시설을 통해 자동차 제작에 필요한 철강재 자체수급 라인을 구축하게 되면 현대차를 주고객 중 하나로 삼아온 포스코로선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포스코가 생산하는 철강재의 품질이 세계적 수준이며 자동차업체들이 보통 여러 철강회사로부터 자재를 납품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와의 거래관계가 끝나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신규 수입원 발굴도 수반돼야 할 것이다. 대우조선 인수를 통한 철강재 생산-조선업 수직계열화 실현 의지가 클 수밖에 없는 셈이다. 동국제강 등의 인수전 참여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자산총액이 6조 원을 상회하는 대우조선을 독자적으로 인수할 수 있는 기업은 국내에 포스코 외엔 없다는 평이다. 현대제철이 완공될 경우 현대차는 물론 국내 최대의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도 현대제철과의 특수관계를 고려하면 포스코의 매출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크다.
포스코의 확장은 비단 조선업에만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다수 업계 인사들의 시선은 포스코가 이미 에너지 분야에 대해 상당한 노하우를 축적해 놓은 상태라는 점에 쏠리고 있다. 포스코는 포항과 광양의 제철소 안에 자체 전력공급 시설을 갖추고 있다. 제철과정에 필요한 전력 중 80%가량을 자체 수급할 수 있는 규모라고는 전언이다. 얼마 전엔 포스코의 계열사 포스코파워가 투자전문 기업인 HS홀딩스와 연료전지 발전시스템 판매 및 유지보수를 위한 상호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포스코파워의 기술 장비를 지원받는 HS홀딩스는 약 2300가구에 1일 8시간 사용 기준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게 돼 국내 1호 민간사업자가 될 예정이다. 향후 포스코가 본격적으로 에너지사업 분야에 뛰어들기 위한 내공은 이미 쌓여 있는 셈이다.
포스코가 몸집을 키우려 한다면 이는 불투명한 국제 철강시장 전망에 대비한 신 성장동력 발굴 필요성 때문이겠지만 이를 적대적 인수합병 방지 차원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포스코는 올 초부터 세계 1위 철강 업체인 미탈의 M&A 표적이 됐다는 소리를 들어왔다.
포스코는 미탈의 적대적 인수 합병 가능성에 대해 단호하게 손사래를 쳐 왔지만 업계 인사들은 ‘포스코가 M&A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주가 관리를 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주가가 높으면 쉽사리 M&A 위험에 놓이지 않는 까닭에서다. 지난 1월 10일 기준 28만 4500원이었던 포스코 주가는 이후 쉴 새 없는 상승곡선을 그리며 6월 18일 현재 48만 1000원에 이르렀다. 5개월 만에 두 배 가까이 뛰어오른 배경엔 사상 초유의 증시 활황이라는 호재도 있었지만 현대중공업 동국제강 등과의 지분 맞교환과 같은 포스코의 주가 관리 노력도 어느 정도 결실을 맺은 셈이다.
포스코의 사세 확장 전망을 이구택 회장의 향후 입지와 연관 지어 보는 시각도 있다. 포스코가 삼성이나 현대차 같은 오너 집안의 기업은 아니지만 이구택 회장의 입지가 최근 들어 크게 강화됐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올 초 연임 성공을 전후로 이구택 체제가 마치 다른 재벌의 ‘총수 체제’에 버금가는 장악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평이 나돌게 됐다. 이 회장 측근세력이 포스코 요직을 꿰차고 있다거나 이 회장 체제 강화를 위해 정보라인을 강화했다는 식의 이야기가 업계 인사들 사이에 끊이지 않았다.
반면 이 회장 연임과정에서 이 회장 비토론도 간간이 흘러나왔고 포스코 측이 다소 억울해할 만한 비방 소문들이 나돌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올 2월 연임에 성공한 이 회장은 사세 확장을 통해 비토세력에게 뭔가 보여주려 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올 초 인수한 한국코아를 포스코아로 개명했으며 계열사 포철산기는 포스맥으로, 창원특수강은 포스코특수강으로 각각 이름을 바꿨다. 단순히 쇳물 끓여내는 기업 ‘포스코’가 아닌 5대 재벌에 준하는 ‘포스코그룹’으로서 업계에 각인시키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적대적인 인수합병에 대한 대응이라는 점과 신규 경쟁업체에 대비한다는 점 등 적당한 명분도 갖췄다. 이렇다보니 업계 인사들은 대우조선 인수를 비롯한 포스코의 신 사업 진출 성공 여부에 따라 이구택 회장의 향후 위상도 달라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