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하이파이브’는 장기이식으로 우연히 각기 다른 초능력을 얻게 된 다섯 명이 그들의 능력을 탐하는 자들과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믹 액션 활극이다. 극 중 이재인은 심장을 이식받고 괴력을 지닌 초능력자로 다시 태어나게 된 ‘태권소녀’ 완서를 연기해 다양한 액션을 선보였다.
“완서 역할은 코미디적 요소보단 좀 더 사랑스러운 느낌에 주목하려고 했어요. 그러면서도 조금은 웃긴 캐릭터로 그리려고 했죠(웃음). 대사를 툭툭 던지는 완서만의 어투라든지, 순간순간 컷이 지날 때마다 얼굴이 휙휙 바뀌어 있다든지 하는 만화적 요소에 특히 집중했어요. 그런 부분들이 관객들이 보시기에 자연스러우면서도, 만화 캐릭터처럼 귀엽게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박진영 배우님의 영춘을 보면 빌런으로서 너무 멋있고 강한 느낌이 나거든요. 때릴 때도 힘이 좋다 보니 타격감이 잘 느껴지는데 저는 아무래도 체구가 작아서 그런 느낌을 내는 게 쉽지 않았어요. 지금 생각해도 ‘완서의 액션을 더 멋지게 살려내면 좋았을 텐데’란 아쉬움이 있어요. 그래도 박진영님이 제 단점을 고려해서 맞는 연기를 실감나게 해주셨기에 함께 신을 살려낼 수 있었죠(웃음). 저도 사실 태권도를 배우긴 했는데, 일곱 살 때 1년 정도였거든요. 너무 오래전이고 짧게 배워서 촬영하기 전 5개월 정도 액션스쿨에 다니며 다시 배워야 했어요.”
이재인이 박진영과 맞춘 합이 ‘액션 케미스트리’였다면, 말 그대로 순도 100%의 ‘내추럴 케미스트리’를 보여준 것은 안재홍, 그리고 오정세와의 호흡이었다. 각각 폐를 이식받아 강하게 숨을 내뱉는 초능력자가 된 작가지망생 지성, 심장이 약한 딸 완서를 과보호하는 태권도 사범 종민을 연기한 이들과 함께하는 현장에선 때때로 액션 연기보다 ‘웃참’(웃음 참기)이 더 어려웠다는 게 이재인의 이야기다.
“지성과 완서는 삼촌과 조카 같기도, 친구 같기도 한 미묘한 관계인데, 그 모습이 현실에서 안재홍 배우님과 제 관계와도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함께 촬영할 땐 정말 웃긴 장면이 너무 많아서, 저는 진지하게 연기해야 하는데도 웃음을 참기가 너무 힘들더라고요(웃음). 또 오정세 배우님은 ‘하이파이브’에서 처음 만나서 아빠와 딸로서 촬영하게 됐어요. 제가 딸 역할을 많이 해 봤는데 완서처럼 반항적인 딸이 처음이라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평소 현장에서 오정세 배우님을 ‘아빠’라고 부르면서 정말 아빠와 딸처럼 지내려고 했어요. 단점은 서로 장난을 계속 치는 바람에 진지한 연기 얘기를 할 수 없었다는 것이에요(웃음).”

“제가 사실 코미디 연기에 정말 엄청난 초보예요. 진지하고 무거운 작품의 연기를 많이 하다 보니 코믹한 연기는 대체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정말 고민되더라고요. ‘남을 웃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진짜 기초적인 고민요. 그래서 안재홍 배우님이 참 부러웠어요. 어떻게 하면 이렇게 웃긴 연기를 저렇게 재미있게, 또 귀엽게 하실 수 있을까? 원래도 정말 웃기신 것 같아요. 평소 대화하실 때 보면 개그 포인트가 있거든요. 저는 내향형이라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편인데 먼저 제게 말도 걸어주시고, 장난도 쳐주셔서 같이 있던 시간마다 항상 재미있었어요(웃음).”
‘초보의 코미디 도전’이라고 겸손하게 말했어도 영화 ‘하이파이브’는 5월 30일 개봉 후 호평 속 흥행 순항 중이다. 그리고 이 같은 호평의 중심에는 당연하게도 이재인의 열연이 있었다. 아역 시절부터 어떤 역할을 맡아도 눈길을 사로잡는 연기를 보여줬던 그가 ‘하이파이브’를 통해 새로운 연기 변신에도 합격점을 얻어 낸 만큼, 성년을 맞이한 지금 더욱 다양하게 펼쳐 보일 연기 스펙트럼에도 벌써부터 기대가 모이고 있다.
“10대를 통째로 배우 생활을 하며 보냈는데 ‘이제 10대 때 겪은 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것을 하게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편으론 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생각에 또 힘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고요. 다시 시작한다는 느낌도 들어요. 20대엔 또 20대 때 보여드릴 수 있는 매력이 있으니까요. 그런 걸 잘 보여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저는 ‘아, 그 사람이 저 사람이야?’라는 반응을 듣는 게 너무 좋거든요. 엄청 뿌듯하면서 ‘그렇습니다, 접니다’라고 말해주고 싶어요(웃음). 앞으로 더 필모그래피가 쌓이고 나면 그런 반응들이 더 늘어날 수 있겠죠.”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