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물 논란 휘말렸지만 해프닝
6월 9일 경찰은 서울 강남경찰서가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이경규를 입건 전 조사(내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경규는 8일 오후 2시께 서울 강남구의 한 주차장에서 주차 관리 요원이 실수로 자신의 차종과 같은 다른 사람의 차를 건네주자 이를 직접 운전해서 이동했다.
이경규가 몰고 떠난 차의 주인은 이런 사실을 모르고 차량 절도 의심 신고를 했고, 자신의 차량이 아님을 알고 주차장으로 돌아온 이경규는 관련 조사를 받았다. 주차 관리 요원의 실수에서 빚어진 일이지만 경찰의 음주·약물 검사에서 문제가 드러났다. 음주는 하지 않았지만 약물 간이시약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 것. 그러나 이경규는 공황장애 약을 복용했을 뿐이라며 불법 약물 복용 혐의를 부인했고, 이를 입증할 처방전도 존재했다.
#처방약 먹었어도 '운전 불가' 판단 땐 처벌
문제는 해당 약물을 복용한 뒤 운전을 한 행위가 불법이라는 점이다. 정례 간담회에서 취재진을 만난 경찰청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처방받은 약물일지라도 그 영향으로 운전을 못 할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는 운전하면 안 된다는 도로교통법상 약물 운전 관련 규정이 있다”고 말했다.
도로교통법 제45조(과로한 때 등의 운전 금지)는 ‘운전자는 과로, 질병 또는 약물(마약, 대마 및 향정신성의약품과 그 밖에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것)의 영향과 그 밖의 사유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자동차 또는 노면전차를 운전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한 벌칙은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벌칙) 4항에서 ‘제45조를 위반해 약물로 인해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운전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경규의 해당 약물 복용은 의사 처방에 따라 합법적으로 이뤄졌지만 약물 복용 상태에서 운전을 한 행위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불법 행위다.
이경규의 처벌이 확정된 상황은 아니다. 향정신성의약품 등을 처방받아 복용한 뒤 운전했을지라도 법조문에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라고 규정돼 있어 경찰이 ‘정상 운전이 불가능한 상태였는지’를 판단한 뒤 처벌 여부를 정한다. 이를 위해 경찰은 인지 능력이나 비틀거림 등 신체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앞서의 경찰청 관계자는 “폐쇄회로(CC)TV 영상과 관련자 진술을 바탕으로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경규의 경우 차종인 같은 다른 사람의 차를 인지하지 못한 채 운전해 이동했다는 부분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다. 이경규는 문화일보와 인터뷰에서 “차를 잘못 탔다. 주차장에서 색깔도 같은 차량의 키를 잘못 줬다”면서 “내 가방이 없는 것을 알고 차를 다시 주차장에 갖다 줬다. 그사이 차량이 없어서 도난 신고를 한 것이고, 차를 돌려주고 끝난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향정신성의약품 처방 시 고지 강화 필요
도로교통법이 규정한 약물은 ‘마약, 대마 및 향정신성의약품과 그 밖에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것’으로 그 종류가 수백 가지나 된다. 대표적인 약물로 급성 불안과 흥분 상태를 조절해 신경세포의 흥분을 줄이는 역할을 하는 벤조디아제핀이 있다. 수면장애, 불안장애 등의 증상을 완화하는 데 쓰이는 벤조디아제핀은 복용 후 졸림이나 나른함, 집중력 저하 등을 겪는 사람이 있어 운전을 하면 안 된다. 그렇지만 공황장애 등의 불안장애, 불면증 등을 겪는 이들만 벤조디아제핀 같은 향정신성의약품을 복용하는 것은 아니다.
대한약사회 부회장을 지낸 민필기 경기도약사회 분회장협의회장은 언론을 통해 “꼭 수면장애가 아니더라도 정형외과에서 근이완 등을 위해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하는 경우가 있고, 속이 쓰려 내과에 가도 해당 약품을 처방받을 수 있다”면서 “환자가 복용 여부를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 운전자에게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할 때 고지와 상담이 강화돼야 하고, 대국민 홍보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근육통으로 처방받는 근육이완제, 속 쓰림 증상 치료 약 등으로도 향정신성의약품이 처방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운전할 때 복용하면 안 되는 약물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도로교통법 제45조를 위반하고 있는 운전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

#단속 어려운 약물 운전…사고 나면 상황 심각해져
약물 운전은 단속조차 쉽지 않다. 음주 단속은 도로에서 음주 측정기로 불특정 다수의 운전자를 대상으로 실시할 수 있지만 약물 단속은 이런 방식으로 하기 힘들다. 교통사고가 나거나 이상 행동을 하는 운전자가 대상일 수밖에 없다. 이경규 역시 차량 절도 의심 신고가 접수돼 경찰의 음주·약물 검사가 진행된 것이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