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회장(왼쪽), 신헌철 사장 | ||
신 사장은 사업자회사로 개편 이후 증시에 호재가 될 말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7월 19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도 인수합병과 관련해 “낚싯대를 많이 드리워 놓아 내년 정도면 재미있는 뉴스가 많이 나올 것”이라며 투자자들의 귀가 솔깃할 만한 말을 쏟아냈다. 또 자체 사업분야에서도 분사가 필요한 부분은 분사시켜 나스닥 등 해외 증시에 상장시킬 것이라는 등 SK에너지의 장밋빛 미래를 장담했다. 이는 최근 SK가 해외 유전개발 참여 등 단순한 정유업체에서 ‘에너지를 개발하는 수출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듣기에 따라서는 최근 증시를 흔들고 있는 ‘유전 테마’를 능가하는 대형 호재가 SK에너지에도 터질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실제로 SK그룹은 현금이 풍부하고 유동성도 좋은 SK텔레콤이 막대한 현금을 비축하고 있어 인수합병전에 나선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합병전’에 대한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다. 때문에 SK그룹의 양대 간판 중 하나인 SK에너지 인수합병전을 본격적으로 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
게다가 이는 SK의 오너인 최태원 회장의 이익과도 직결이 된다. 최태원 회장의 SK(주) 지분은 0.96%다. 최 회장은 SK(주)가 지주회사로 바뀌면서 기존 SK 주식 1주당 SK(주)0.29주, SK에너지 0.71주를 받았다. 때문에 SK에너지가 인수합병 전략이 성공해 실적이 나아져 주식시장에서 SK에너지의 주가가 급등하면 최 회장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그가 SK에너지의 주식을 매각해 SK(주)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 지배구조를 확실히 할 것은 예정된 수순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신헌철 사장이 SK에너지의 실적호조에 관해 쏟아낸 말들은 최 회장에게도 호재인 셈이다.
분할 작업을 앞두고 지난 6월 27일 장 종료와 함께 거래정지된 SK(주)의 주식은 7월 26일 재상장된다. 신 사장의 발언을 이제 막 출범한 SK에너지에 대한 덕담이자 희망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최고경영자의 한마디 한마디가 투자자의 투자판단 기준이 되는 주식시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인터넷 게시판에선 엉뚱한 내용으로 클릭을 유도하는 것을 ‘낚였다’라고 부른다. 신 사장의 발언이 내용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투자자들을 물먹이는 ‘낚는’ 립서비스였는지 내년이면 판명될 것이다. 시장이 그의 말에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된다.
김진령 기자 kj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