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너 2세가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하기 위해선 지배력이 동반돼야 한다. 승계를 일찍이 준비하지 않은 서정진 회장은 상속·증여를 통해 지배력을 통째로 넘겨줘야 할 입장인데 국내 상속·증여세율은 최대주주의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 20%가 붙어 최대 60%의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장남 서 대표가 보유 중인 셀트리온 주식은 3254주(0.00%)로 사실상 없는 것과 다름없다.
현재 셀트리온그룹의 지배구조는 서 회장(98.13%)→셀트리온홀딩스(29.82%)→셀트리온→자회사로 이어지는 구조로 사실상 서 회장 1인에게 지배력이 쏠려 있다. 이에 서 회장은 보유하고 있는 셀트리온 지분이 상속 등을 거치며 희석돼 지배력이 약화되는 문제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주사 셀트리온홀딩스는 비상장사이기에 주식 가치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비상장 지주사의 주식 가치는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들의 지분과 자산, 시장에서 평가받는 가치 등을 고려해 평가된다. 셀트리온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는 셀트리온 지분의 가치는 11조 원 이상, 보유 현금은 3조 6000억 원 수준이다. 이 지분을 서 회장이 장남 서 대표에게 넘겨주기 위해선 오너 일가가 천문학적 수준의 상속·증여세를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정진 회장은 지난달 15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제 입장에서는 어차피 상속세는 내야 하는 것이고, 오너 2세들이 안정적으로 경영을 하게 하는 방법은 제 지분율을 키우는 것”이라며 “현금을 배당 받으면 세금이 50%에 달하는데 자사주를 확보해 소각한다면 세금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셀트리온은 올해 1~5월 9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단행했다. 지난해 소각 규모인 7000억 원을 벌써 뛰어넘었다. 뿐만 아니라 오는 8월까지 1000억 원가량의 자사주 추가 매입을 결정하는 등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지난달 26일에는 보통주 1주당 신주 0.04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도 결정했다. 발생되는 주식은 849만 주로, 셀트리온이 2023년 10월부터 지난달까지 1년 6개월 동안 소각한 840만 주에 맞먹는 규모다.
서 회장을 이 같은 방식을 통해 주식 가치 희석을 최소화하며 셀트리온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셀트리온홀딩스가 보유한 셀트리온 지분은 21.96%였지만 지난 10일 기준으로는 29.82%로 높아졌다.
서정진 회장은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죽으면 회사 지분의 절반은 국가가, 절반은 오너 2세가 지배력 용도로 활용하지 않겠느냐”며 상속 방법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과거 넥슨이 지주사 NXC 지분을 활용해 29.3%를 ‘주식 물납’ 형태로 상속세를 납부한 바 있는데 서 회장도 비슷한 방식으로 상속세를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상속 전까지 최대한 많은 지분을 확보해둬야 2세 체제에서도 지배력 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 셈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서 회장이 여러 방식으로 셀트리온 지분을 지속해 확보한 뒤 셀트리온홀딩스를 서진석 대표에게 상속해 승계를 마무리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상속 후 대주주 지배력이 약화되지 않는 선에서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 지분을 적절히 나눠 물납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경영권 승계 등에 대해서 따로 알고 있는 바는 없다”고 답했다.
정동민 기자 workhar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