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 ‘비밀의 정원’ 콘셉트 사진 144만 순간 중 하나…합성·보정 작품보다 생동감·흡입력 강해
[일요신문] 요즘은 사진 보정을 카메라 셔터 누르는 것만큼 당연하게 생각한다. 애초에 보정을 염두에 두고 촬영을 하기도 하고 합성을 위한 하나의 소재로 사진을 찍기도 한다. 찍은 사진을 재료 삼아 후보정이나 합성 등을 통해 전혀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파인아트 사진(Fine Art Photo)이 하나의 장르가 돼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셔터를 누른 사진 한 장의 힘은 어떤 보정이나 합성으로도 나타낼 수 없는 흡입력과 생동감을 준다. 정리하면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셔터를 누르기 전까지 노력을 더 하느냐, 아니면 셔터를 누르고 난 다음 노력을 더 하느냐의 차이다. 나의 경우는 전자다. 이번에는 스튜디오 촬영에서 조명과 연동되는 카메라의 셔터스피드 1/200초, 그 찰나의 순간에 담긴 합성인 듯 합성 아닌 합성 같은 사진에 대한 이야기하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보정이나 합성을 할 때 포토샵(Photoshop) 프로그램을 사용한다고 하면 가장 기본 원리가 되는 레이어(Layer)를 알고 이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레이어(Layer)를 쉽게 설명하면 원본 위에 다른 이미지가 그려진 투명한 종이를 쌓아 올려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것으로 합성이나 보정의 가장 기초적인 개념이다. 하지만 나는 레이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피사체를 바라보고 셔터를 누른 순간 이미 사진은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진 속 피사체를 바라보는 데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정리하기 위해 포토샵의 기본적인 툴(Tool) 정도만 사용한다. 색감 같은 경우도 밝기만 조절한다. 촬영 당시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 목적으로 보정할 뿐이다.
2016년 장은정 무용단 '비밀의 정원' 콘셉트 촬영. 사진=옥상훈 작가이 사진은 현대무용가 장은정 선생님의 작품 '비밀의 정원' 콘셉트 촬영 중에 나온 한 컷으로, 이를 보는 대부분의 사람은 각각의 무용수를 찍어서 합성해서 만들었을 거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무용수 개개인의 움직임이 살아 있으면서 묘하게 조화로운 이 장면을 한 프레임에 담는 건 정말 힘들기 때문이다. 무용수들의 기량과 연습으로 이뤄진 상호 간의 호흡이 없으면 아무리 동시에 뛰고 움직여도 이러한 장면이 나올 수 없다. 이 사진의 카메라 세팅 값은 조리개 수치 10, 셔터스피드 1/200, 그리고 감도(ISO)는 400이다. 촬영 시간은 2시간 정도 걸렸는데 이 시간을 초로 환산하면 7200초가 된다. 지금 보는 사진 결과물은 2시간의 촬영 시간 동안 셔터스피드를 기준으로 할 때 사진으로 나올 수 있는 144만 번의 순간 중 하나인 것이다. 우리가 보는 한 장의 사진에는 수많은 시간이 응축돼 있다.
영상 촬영 기법 중에 원테이크(One Take) 방식이 있다. 편집 없이 하나의 카메라로 중간에 끊지 않고 한 번의 컷으로만 촬영하는 기법으로 촬영 후 편집이나 시각적 효과를 넣지 않기 때문에 촬영 전 섬세한 사전 조사와 디테일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원테이크 영상은 화려한 편집과 효과가 더해진 영상물보다 더 생생하고 부드러우며 현장의 생동감을 극대화시킨다.
나는 '비밀의 정원' 콘셉트 촬영처럼 보정이나 합성이 들어가지 않는 원테이크 사진을 추구한다.
옥상훈 공연예술사진작가, 스튜디오 야긴 대표, 온더고필름 디렉터. 국악반주에 맞춰 추는 승무에 반해 춤 사진을 찍은 지 20년이 됐다. 서울무용제(SDF), 창작산실,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KIADA) 등 다수의 공연예술페스티벌과 안은미컴퍼니, 정동극장, 경기아트센터 등 여러 예술가 및 기관, 단체들과 지속적인 공연 작업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