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트페어와 경매 침체기 경향 두드러져
2023년부터 미술시장 관련 기사는 매번 ‘침체 속 개최된 아트페어의 실적 부진’이나 ‘침체 속에도 기회를 본 아트페어’ 주제로 다뤘다. 침체기가 길어지면서 아트페어마다 돌파구를 찾아보려는 절실함이 보인다. 아트페어든 경매든 모두 작가와 컬렉션의 명성에 기대는 침체기의 경향이 두드러졌다. 뉴욕 경매에서는 크리스티와 소더비 모두 근대 작가의 작품이 고가에 낙찰되거나 경매 최고가 신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각각 ‘컬렉터 부부’ 리지오 컬렉션과 글래드스톤, 룩셈부르크 같은 전설적인 갤러리스트의 컬렉션을 선별하며 불확실성 속에서도 선방했다.
#시장의 주기
미술시장은 금융시장의 움직임과 일치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양상을 띠거나 시차를 두고 반응하기도 하는 특수한 시장이다. 그 이유는 미술 작품 구매층이 적고, 부유층에 집중돼 있으며, 필수재가 아닌 사치재에 가깝기에 일반적인 경제 상황과 궤를 달리한다. 게다가 미술시장 관련 데이터는 여전히 경매 결과를 중심으로 집계된다. 갤러리와 딜러의 거래 정보는 납세 내역이 공개되는 일부 대형 갤러리 외에는 직접 공개하는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에 불투명한 편이다. 그래서 우리가 알게 되는 미술시장의 거래 데이터는 일부에 불과하다.
미술시장이 호황기이던 2022년 6월은 프리즈 서울의 첫 개최를 목전에 둔 시기였다. 당시에는 ‘아트 테크’라는 용어로 투기를 권하는 세력과 돈이 있는 곳에 몰리는 사짜들이 더 활개쳤다. 외국 대형 갤러리 중 처음으로 2016년 한국에 지점을 연 페로탕을 시작으로 프리즈의 서울 개최 소문과 확정 소식을 전후해 다양한 갤러리가 한국으로 향했다. 서울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춤했던 홍콩의 아성을 대체할 미술시장 허브로 꼽히기도 했다. 이처럼 미술시장 역시 호황과 거품을 지나 침체기를 겪고 있다.

하지만 여러 차례 언급했듯 다양성을 띤 주요 허브가 몇 곳 있다는 것은 이상적인 현상이다. 서울의 추격에 위기의식을 느낀 홍콩이 아트 바젤 홍콩을 위시한 대대적인 문화스포츠 주간을 홍보하고, 훌륭한 전시와 행사를 기획하는 행보는 다른 도시의 미술계 주체에 긍정적 자극을 줄 수 있다.
미술계 역시 기업과 작가 같은 타 분야 간의 마케팅 일환의 협업뿐 아니라 같은 분야의 상생과 협업 움직임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한 갤러리와 오랫동안 협업하는 작가도 있지만, 기존 갤러리와의 계약을 마무리한 뒤 갤러리를 옮기는 경우도 많고, 소수의 인기 많은 작가는 지역 또는 국가별로 다수의 갤러리와 협업하는 경우도 있다. 대형 갤러리는 단독 전속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하우저 앤 워스가 ‘컬렉티브 임팩트’라는 기존 갤러리와의 공동 전속 및 작품 판매 시 갤러리의 수익을 일대일로 보장하는 모델을 발표하면서, 작가를 먼저 발굴하고 협업해온 갤러리를 존중하는 움직임이 강해졌다. 갤러리들이 국제 아트페어에 전략적으로 협업 부스를 꾸리기도 한다. 이처럼 건강한 경쟁을 통해 더 발전하는 전략을 세우고 협업을 통해 리스크를 줄여 지속 가능성을 높이며, 더 큰 가능성을 띠는 선순환이 늘어나기를 바란다.
이경민은 미팅룸의 미술시장 연구팀 디렉터로, 국내외 미술시장과 미술산업 주체의 움직임에 주목해 다양한 매체와 기관을 통해 글을 기고하고 강의한다. 최근 작품 유통을 중심으로 한 미술시장 너머 기술과 주체가 다변화된 미술산업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갤러리현대 전시기획팀에 근무했고, ‘월간미술’의 기자로 활동했다. 공저로 ‘셰어 미: 공유하는 미술, 반응하는 플랫폼’(스위밍꿀, 2019)과 ‘셰어 미: 재난 이후의 미술, 미래를 상상하기’(선드리프레스, 2021), ‘크래시-기술·속도·미술시장을 읽는 열 시간’(일민미술관, 미디어버스, 2023)이 있다.
이경민 미팅룸 미술시장 연구팀 디렉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