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기업으로 각인된 포스코의 영업이익 신장은 각광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런데 이를 대하는 시선이 모두 호의적인 것만은 아닌 모양이다. 일각에서 포스코의 1위 등극을 달갑지 않게 바라보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를테면 포스코가 삼성전자의 전성기 시절 영업이익에는 못미치는 액수로 1등을 차지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부진’이라는 화두가 ‘포철의 영업이익 1위’라는 화두를 압도하는 실정이기도 하다. 물론 포스코의 영업이익 1위 달성과 현대중공업의 기록적인 주가 상승행진 등은 올 상반기 철강 조선 등 기계공업의 부활을 알린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점에서 이견이 없다.
포스코는 삼성전자와 더불어 올 상반기 여론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은 기업이다. 이구택 회장의 연임을 둘러싼 이런저런 이야기가 불거졌는가 하면 외국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설에 휩싸이기도 했으며 철강 원자재 가격 인상 논란에도 시달렸다.
삼성전자가 주가 하락과 실적 부진에 따른 문책성 인사 등으로 매스컴에 오르내린 반면 포스코는 각종 구설수에도 삼성전자를 누른 영업이익 1위 기업이 됐으니 기염을 토한 셈이다.
그러나 포스코를 향한 시선이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포스코의 영업이익 관련 보도가 나가자 철강자재를 구입해 제품을 만들어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업체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올 들어 원자재 블랙홀로 불리는 중국이 1조 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고를 앞세워 철강 원자재 사재기 전략에 돌입하자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고 이에 따른 후폭풍이 국내시장에도 불어닥쳤다. 원자재를 수입해 철강재를 만들어내는 포스코를 비롯한 국내 철강업체들 또한 일제히 철강재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
포스코로부터 철강재를 받아 기계부품을 만들어 대기업에 납품하는 업체들 중 일부는 자신들이 만든 부품의 가격을 올렸다간 대기업 납품 경로가 막히게 돼 ‘울며 겨자 먹기’식의 허리띠 졸라 매기 경영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포스코로부터 철강재를 구입하는 일부 기계부품 납품업체들은 포스코의 2분기 영업이익 1위 보도가 나가자 몇몇 언론에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띄우기도 했다. 그동안 포스코가 영업이익 1위 달성 배경 중 하나로 협력업체들과의 상생경영을 들었지만 포스코 주변의 모든 업체들을 만족시킬 순 없었던 모양이다.
▲ 포스코빌딩 | ||
포스코와 관련된 M&A 논란은 비단 대우조선해양 건에만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세계 1위 철강사인 미탈이 2위 아르셀로를 인수 합병한 후부터 포스코는 미탈의 적대적 M&A 위협에 노출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올 초부터 포스코 측이 적극적인 주가 관리와 M&A 추진을 선언한 것도 적대적 M&A에 대비한 몸값 올리기와 몸집 늘리기 차원의 행보로 풀이됐다.
일각에선 아르셀로-미탈의 포스코 M&A 실현 가능성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올 초 미탈 측 인사가 포스코를 방문하면서 M&A설이 본격화되긴 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에 대한 의구심이 업계 인사들 사이에 퍼져 있는 것이다.
지난 6월 8일 제8회 철의 날 행사 직후 이구택 포스코 회장이 항간에 떠도는 M&A설에 대해 “포스코 시가총액이 현재 450억 달러에 이른 만큼 포스코를 사려면 600억 달러는 줘야 한다”며 “시가총액이 커지다 보니까 이제는 조금 안심이 된다”고 밝혔다. 이날 이 회장은 아르셀로를 인수한 미탈의 시가총액이 800억 달러라고 밝혔다. 이 회장이 스스로 적대적 M&A 가능성이 낮음을 수치 비교를 통해 알린 셈이다.
아르셀로-미탈과 포스코의 규모 비교와 국민정서를 감안할 때 포스코에 대한 적대적 M&A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인사들 사이에선 ‘포스코 M&A설의 진원지가 포스코일 것’이라 말하기도 한다. 국내 기간산업이나 다름없는 포스코를 지켜야 한다는 국민 정서에 부채질을 한 것이 결국 주가 상승과 영업이익 1위 등극의 견인차가 됐다는 지적이다.
포스코 주가는 올 1월 중순께 28만 원대였다. 그러나 이 무렵 아르셀로-미탈의 포스코 M&A 추진설과 포스코의 대우조선해양 M&A 추진설이 본격적으로 퍼지면서 주가가 치솟기 시작해 올 초보다 두 배 가까이 오른 56만 6000원(7월 25일 종가 기준)을 기록하게 됐다.
이 같은 시선을 의식했는지 이구택 회장은 철의 날(6월 8 일) 행사에서 “어떤 분은 ‘포스코가 위기를 과장하는 것 아니냐’고 말씀하는데 제 입장에서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로 이와 관련해서는 완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언급한 ‘대책’ 중 하나는 M&A를 통한 덩치 키우기일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같은 대형 매물 인수전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로 받아들일 수 있는 셈이다.
포스코의 영업이익 대박은 2~3년 뒤 현대제철이 고로를 완성해 경쟁 체제로 접어들기 전에 마지막으로 누리는 단물일 수도 있다. 포스코로서는 거래처도 확보하고 또다른 캐시카우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인수합병전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그런 면에서 미탈 등 ‘외부 공격설’은 포스코 경영진에게 사업확장을 위한 명분으로 활용할 만한 것이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