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역시 계양구 계양산 정상에서 만난 한 등산객은 러브버그 떼를 쫓아내기 위해 연신 팔을 휘둘렀다. 등산객으로 북적였던 정상에는 단 두세 명만 보였고 그마저 많은 수의 러브버그에 놀라 금세 하산했다.

인천시에는 6월 23일부터 7월 1일까지 러브버그 관련 민원이 1392건 접수됐다. 그중 계양구에서만 444건이었다. 계양구 주민 이소라 씨는 “제 차가 흰색인데 매일 아침 러브버그로 까맣게 뒤덮인다”며 “사체가 잘 닦이지도 않고 차량이 부식될까 걱정”이라고 했다.
서울특별시에서는 2025년 6월까지 4695건의 러브버그 관련 민원이 발생했다. 2022년 4418건, 2023년 5600건, 2024년 9296건이었다. 매년 6월 이후 민원이 줄어드는 양상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오름세가 한풀 꺾인 모양새다. 2023년까지 은평구 등 서울 서북권 중심이던 민원 지역은 2024년 25개 자치구 전체로 확산됐는데 올해도 그 경향은 유지됐다.
러브버그 민원은 6월 중순부터 7월 초 집중된다. 러브버그가 성충으로 우화하는 시기다. 성충 수컷은 3~5일, 암컷은 일주일 정도 생존한다. 성충 때 짝짓기하며 서로 붙어있는 채로 비행을 해 러브버그라는 별명이 붙었다. 러브버그는 서로 비슷한 시기에 우화하기에 2주 정도 대규모로 발생하고 이후 급격히 개체수가 줄어든다.
러브버그는 생태계에 도움이 되는 익충이다. 러브버그 유충은 낙엽 등 토양 유기물을 분해하여 땅을 기름지게 하는 역할을 한다. 성충은 꽃가루를 옮겨 수분을 해주는 화분매개자이기도 하다. 게다가 독성이 없고 물거나 질병을 옮기지 않는 등 사람에게 해를 가하지 않는다.
환경부는 러브버그를 잡을 때 살충제를 뿌리는, 화학적 방제를 지양하라고 권고한다. 러브버그가 살충제에 내성이 있고 화학적 방제는 다른 생명이나 사람에게 해가 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제안한 일상생활 속 대처 수칙은 △분무기 사용 △휴지, 빗자루 등으로 제거 △외출 시 어두운 옷 착용 △실내조명 최소화 등이다.
지자체에서는 환경부 권고에 따라 ‘친환경 방제’로 러브버그에 대응하고 있다. 러브버그가 물에 약한 점을 이용해 살수차로 물을 뿌려 잡는 것도 그 중 하나다. 접착제가 묻은 끈끈이 롤 트랩, 빛이나 냄새로 곤충을 유인해 잡는 포충기 등도 동원했다.
서울시의회는 3월 7일 ‘대발생 곤충 관리 및 방제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 러브버그나 동양하루살이 등 대발생 곤충에 관한 통합 대응 체계 마련에 나섰다. 이 조례에는 친환경 방제를 우선으로 한다는 것과 대발생 곤충 관리를 위한 지원 계획을 마련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서울시는 이 조례를 근거로 ‘유행성 생활불쾌곤충 통합관리계획’을 수립하여 대발생 곤충 관리에 나섰다. 사업비 1억 5000만 원을 투입, 대발생 곤충에 관한 개체수 감시체계와 친환경 방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서울시는 대발생 곤충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 피해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방제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연구원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발생 곤충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다른 해충보다 많다는 답변이 42%, 유사하다는 답변은 52%에 달했다.
방제를 위주로 한 서울시의 대발생 곤충 조례와 통합관리계획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 조례는 2024년 8월에 발의됐는데 입법 예고 당시 380여 건의 반대 의견이 달리며 조례안이 보류되기도 했다.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시민 불편이 크다는 이유로 조례는 3월 7일 원안대로 통과했다.
조례를 발의했던 윤영희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시민의 실질적인 피해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생태계를 고려한 절충안이었다”며 “생태계 교란 우려와 관련해서는 모니터링을 진행하며 제도를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환경단체와 시민들이 꾸린 ‘대발생 곤충 방제 지원 조례를 반대하는 시민모임(시민모임)’은 방제로 인한 생태계 교란이 우려된다며 조례를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대발생 곤충의 정의가 불분명하고 친환경 방제는 권고 사항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시민모임은 친환경 방제라도 지금 방식으로는 목표 종만 죽이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다른 곤충에 피해가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영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팀장은 “방제로 러브버그가 사라지면 그 생태적 틈새로 또 다른 곤충이 대발생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며 “방제 위주 조례는 폐기하고 유행성 생활불쾌곤충 통합관리계획은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모임은 방제보다는 곤충 대발생 원인을 파악하는 기초 조사와 연구가 우선이라는 견해다. 기후변화, 서식지 파괴, 방제로 인한 천적 감소 등 러브버그 대발생에 관한 다양한 가설이 세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확한 분석과 그에 맞는 대응이 먼저라는 것이다.
시민모임은 자연의 회복 능력을 믿고 인내할 필요가 있다며 꽃매미를 예시로 들었다. 예전에 대유행하던 꽃매미는 방제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천적인 꽃매미벼룩좀벌의 확산과 꽃매미를 감염시키는 바이러스가 생기며 개체수가 크게 줄었다.
한편, 서울시와 국립생명자원관은 생태계 교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러브버그에 관한 선별적 방제 방법을 전문가와 연구하고 있다. 신승관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러브버그가 빛에 이끌리기에 서식지 주변에서 광원으로 포집하는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며 “다른 곤충의 피해가 최소화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민호 인턴기자 kmh2938@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