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지하 주택이 몰려있는 신사동은 침수 위험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2022년 집중호우로 일가족 3명이 물이 가득 들어찬 집에서 탈출하지 못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당시 관악구에서만 4800여 가구가 침수됐다.
이듬해 서울시는 물막이판 등 침수 방지 시설을 무료로 설치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 날 찾아가 본 반지하촌 일대는 물막이판을 미설치한 가구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한 반지하 주택은 창문이 물막이판 없이 빗물받이와 닿아 있기도 했다.
침수 피해를 겪은 주민들은 물막이판으로는 피해를 막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이 아무개 씨(75)는 “(2022년) 당시 물막이판 틈새 사이로 물이 다 들어왔다”며 “인근 노인들은 물막이판을 어떻게 설치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인근 다세대주택에서 거주하는 한 주민은 “물막이판을 설치해도 집 내부 하수구에서 물이 역류하면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관악구청 관계자는 “2023년부터 설치를 반대하는 집주인들을 여러 차례 찾아가 설득했지만, 침수 지역 낙인 등을 우려해 반대하는 사례가 있다”며 “물막이판은 집주인의 요청에 따라 높이를 조절해 제공하며, 실사용에 무리가 없게 지원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2년 8월부터 5월까지 서울시가 파악한 전체 반지하가구 22만 1324개 중 침수 우려 가구는 2만 4842개였다. 이 중 물막이판을 설치한 가구는 67%(1만 6626개)였다.
강남역 일대 역시 지대가 낮아 물이 고이기 쉬운 지형이다. 2022년에는 시간당 100㎜가 넘는 집중호우로 지하철역과 도로, 상가 등이 물에 잠기면서 큰 피해가 발생했다.
6월 17일 만난 강남역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집중호우 당시 차량이 물살에 밀려와 유리문이 파손되며 700만 원 가까이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그는 “막상 대비해도 문 밖에 물막이판을 설치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최근 2년처럼 그냥 별 피해가 없이 지나가길 바랄 뿐”이라 말했다.
상가 1층에서 도장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당장 장사가 안 되는 게 걱정이지 장마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며 “특별히 장마에 맞춰 준비하고 있는 건 없다”고 말했다.
강남구는 2022년 침수 사태 이후 수해 방지 시설 사업을 본격화했다. 강남역 일대 저지대(역삼초·논현초 부근)에 지하 매설 인공수로인 하수암거를 신설하고, 하수관·빗물받이 등 관련 시설과 맨홀 추락 방지 장치를 추가로 설치했다. 집중호우 시 도로 침수 예보·경보 발령 체계도 운영 중이다.
강남역에 이어 2022년 집중호우 때 피해를 봤던 서초구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찾았다. 지하주차장 입구엔 물막이판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아파트 한 입주민은 “장마철만 되면 지하주차장 침수로 피해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는데 올해는 피해를 막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수방 대책 일환으로 대심도 빗물터널 공사를 2023년 하반기 착공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비용 문제로 늦춰졌고, 올해 10월 공사에 돌입할 것으로 전해졌다. 대심도 빗물터널은 지하 40∼50m 지점에 터널을 뚫어 많은 비가 내릴 때 빗물을 저장·하천으로 방류하는 시설이다.
기상청은 6월 20일경부터 장마가 시작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평년(1991∼2020년)보다 중부지방은 5일, 남부지방은 3일가량 이른 시점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최근엔 이상기후 여파로 국지성 호우가 잦기 때문에 일시에 한 장소에 비가 쏟아지는 경우도 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개인도 물막이판이나 모래주머니 등 침수 예방 안전장비를 미리 준비하고, 필요한 물품은 지자체에 적극적으로 요청해야 한다”며 “지자체 역시 과거 침수 사례를 참고해 지역별로 안전장치 기준을 마련하고, 현장에 어느 정도 대비가 이뤄졌는지 적극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승구 인턴기자 tmdrn3040@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