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마이니치신문에서 알앤엘바이오사의 무허가 원정치료를 고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없음. 일요신문 DB |
국내에서는 황우석 박사의 연구를 계기로 줄기세포 치료에 대해 사회적으로 관심을 갖게 됐다. 하지만 2005년 황 박사의 연구에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줄기세포 치료분야도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다. 그러나 각 대학 및 벤처기업의 연구진들은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고 한국의 기술력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수준에 올랐다고 평가 받고 있다.
알앤엘바이오사를 이끄는 라정찬 줄기세포기술원 원장도 서울대 수의학과 출신으로 황 박사와 인연이 있는 인물이면서 오랜 시간 이 분야에서 활동해왔다. 비록 줄기세포가 한창 붐을 일으킬 땐 황 박사의 그늘에 가려져 빛을 발하지 못하다가 지금은 알앤엘바이오사를 통해 이름을 알린 것은 물론이고 부와 명예도 함께 얻고 있다. 또한 그를 통해 줄기세포 치료를 받은 유명 기업인과 정치인, 연예인들도 상당해 화려한 인맥을 자랑하기도 한다.
업계에서도 그의 활약을 높이 사고 있다. 줄기세포 치료제의 대중화에 앞장서며 경쟁을 통해 비교적 빠른 시일 내 일정궤도에 올려놓았다는 것이다. 라 원장의 손을 거쳐 간 환자들은 지난 5년 동안만 하더라도 2만 8000여 명에 이르며 줄기세포 치료만 바라보고 있는 난치병 환자들은 그를 마지막 희망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번 마이니치신문 보도로 줄기세포 치료에 대한 논란이 일자 환자들이 직접 나서 알앤엘바이오사를 옹호하기도 했다. ‘명동 돈가스’ 윤종근 회장은 국내 신문광고를 통해 “교통사고로 장애를 가진 아들의 치료를 위해 줄기세포 치료를 받아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었다”며 30차례 치료과정에서 부작용도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줄기세포 치료제 분야뿐만 아니라 의약계에서는 라 원장을 마뜩찮게 바라보는 시선도 상당수 존재한다.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한 효과가 검증된 바가 없는 상태에서 달콤한 말들로 환자들을 현혹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줄기세포 치료제 생산업체 관계자는 “알앤엘바이오사는 현재 줄기세포 치료제로 허가받은 제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업적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 무리하게 줄기세포 치료제를 활용하려다보니 자꾸 문제가 생기는 것이고 이번 사태도 그런 일환으로 보고 있다”며 “이런 식의 사고가 반복되다 줄기세포 치료분야에 대한 인식이 나빠질까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알앤엘바이오사의 영업형태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줄기세포 치료제를 사용하는 한 의료진은 “알앤엘바이오사의 영업방식에 대해 말이 많다. 환자들에게 줄기세포 치료를 받으면 엄청난 효과를 얻을 것처럼 광고한다. 그러면서 해외 어떤 곳에서는 배양까지 마친 뒤 줄기세포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말도 해준다”며 “본인들은 정보를 알려주는 것뿐이라고 하지만 다단계 영업이나 다름없지 않느냐. 심각한 부작용을 겪을 수 있음에도 ‘해외 관광’처럼 치료를 권하는 행태는 지양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알앤엘바이오사는 식약청으로부터 줄기세포 치료제 허가를 받은 제품이 없는 상태다. 국내에서는 줄기세포를 배양할 자격도 없기에 이와 관련한 작업은 해외에 있는 배양센터에서 진행된다. 환자들의 체내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 보관하는 것까지는 국내에서 진행하고 이후 배양 및 투여만 해외에서 하는 방식이다. 국내와 달리 일본·중국을 비롯한 몇몇 나라에서는 의사의 판단에 따라 줄기세포 치료를 할 수 있어 원정을 떠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알앤엘바이오사는 한 명당 1000만~3000만 원 상당의 비용을 받는데 적지 않은 금액임에도 불구하고 호황을 누리고 있다. 신주쿠클리닉에도 한 달에 500명에 달하는 한국인들이 줄기세포 치료를 받고 갔다고 한다. 단 일본인 환자에게는 줄기세포 치료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물론 해외에서 치료를 받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국내 의료법상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에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가 금지돼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위법 소지가 있다. 일본에서도 논란이 거세지자 신주쿠클리닉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알앤엘바이오사로부터 협력금을 받아 줄기세포 주사액을 투여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보도한 바 있어 보건복지부에서도 자체 조사를 할 예정이다. 또한 일본 언론에서는 치료제 허가를 받지 않은 ‘부작용이 우려되는’ 행위를 했다는 것도 문제 삼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알앤엘바이오사는 모든 부분에서 문제될 게 없다며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알앤엘바이오사 관계자는 “일본 마이니치신문을 상대로 법적 대응까지 고려하고 있다. 현재는 해당 기사를 삭제한 상태다. 우리는 줄기세포를 보관하고 있다가 환자가 원할 경우 이를 일본으로 보내주는 역할만 하고 있을 뿐이다. 환자가 원하는데 내어주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신주쿠클리닉과의 관계성에 대해서도 극구 부인했다. 앞서의 관계자는 “특정 병원에 한국 환자가 많은 것도 입소문이 났거나 편리성, 서비스가 뛰어나기 때문이지 우리가 개입된 부분은 없다. 한국 환자가 많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무엇을 받거나 하는 것이 없기 때문에 법적으로도 걸릴 부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