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 사는 현재 애플 미국 본사에 사실 확인 등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애플 본사가 서울시교육청과 국내 컨소시엄에 대한 소송에 나서는 등 단순한 논란이 넘어 국제분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디지털 학습 환경에 대처하기 위한 1인 1스마트기기 보급을 목적으로 교육용 태블릿 PC ‘디벗’을 보급하고 있다. ‘디벗’은 '디지털'과 '벗'의 합성어로, 현재 중학교 1학년과 2학년에 보급됐다. 교육부의 AI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되는 2025년부터 초등학생들에게도 디벗을 보급하는 등 교육청의 핵심사업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서울시교육청을 포함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는 내국세의 20.79%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배정하는 현행 제도를 감안해 학생 수가 줄수록 1인당 교육 투자비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 관련 사업에 대한 규모와 비중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번 사업의 사업자 선정도 관심을 모았다. 서울시교육청은 LG헬로비전(지분 40%)과 LG유플러스(10%) 등이 참여한 LG헬로비전 컨소시엄으로 사업자로 선정했다. LG헬로비전은 기업의 미래사업으로 디지털 학습기기 보급 시장을 염두에 두고 사활을 걸고 있다. 현재까지 유력 경쟁사인 KT 컨소시엄과 관련 사업 대부분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어 두 컨소시엄 간의 경쟁도 치열하다.
의혹이 제기된 스마트 기기는 태블릿PC와 연결하는 키보드로 포고핀(Pogo Pin) 방식을 적용했다. 이 키보드는 애플이 특허권을 가지고 있는 칩셋이 사용되고 있어 공식 MFI 인증(Made for iPhone/iPad/iPod, Apple Inc.에서 제공하는 공식 인증 프로그램) 혹은 일련번호 등을 등록해 공급되고 있다. 애플 사이트에서 정품 인증 등록이 확인된다. 이 같은 공식 절차 등이 포함되지 않거나 확인되지 않는 제품은 특허권을 침해한 불법 복제품 즉 짝퉁 기기인 셈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공식 인증 제품과 이른바 짝퉁 제품의 가격 차이는 해당 키보드의 경우 한 대당 3만~10만 원가량이다. 서울시교육청이 공급한 수량만 4만 대가 넘어 차액만 수십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과 LG헬로비전은 수입 통관 및 KS인증 같은 기술인증 상의 모든 문제는 없으며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해당 기기는 요구 규격을 충족하는 제품이 되었고, 우리 교육청에서는 해당 제품의 검수를 위해 정식 제조 및 수입을 확인할 수 있는 증빙(포고핀칩 구매내역, 방송통신기자재 등의 적합등록 필증, 수입신고필증, 각종 인증서 등)을 확인하였고 학교 현장에서 이상없이 사용됨을 테스트 진행하였다. 결국 제안요청서 규격에 맞는 호환 가능한 제품으로 판단된다. 저희가 파악할 수 있는 모든 선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LG헬로비전 컨소시엄에서 기기 납품을 담당했던 B 사와 수입사 관계자는 “MFI 인증은 애플이 제품을 보증하는 것이지만, 2023년 후반부터 애플이 인증을 중단했다. 칩 생산은 대만에서 이루어지고, 중국에서 실용신안 특허를 가진 회사가 위탁 제조를 하는 등 애플 공식 리셀러로서 제조나 부품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 서울시교육청에 관련 문서를 이미 제출한 상태”로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또한 “포고핀 방식은 애플 고유 기술이 아닌 산업 기술 방식으로, 애플이나 혹은 삼성 같은 일부 기업이 점유할 수 없다. 과거 경기도 교육청 사업에서도 MFI 인증 없는 포고핀 키보드가 사용되었으며, 블루투스 키보드 또한 제조사가 다양하다. 정품 개념과 인증 개념이 2023년 이후 모호해졌다. 공공기관에 MFI 인증 없는 제품이 보급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며, 지적재산권 관련 문제는 없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하지만 A 사의 법무법인 수오재 권기준 대표변호사는 “실용신안권은 특허권과 비교가 될 수 없으며 기능 절차상의 문제나 만족도에 문제가 없다고 지적재산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며 문제점을 제기했다. 실제로 2023년 이후 애플은 특허권 침해 방지를 위해 MFI 인증 업체를 제한하고 공식 인증공급사와 제조사에 대한 권리를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대표변호사는 서울시교육청이 지적재산권에 대해 무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도 “애플은 지난해 3월부터 MFI 신규 공장 등록을 더 이상 받지 않고 있는데 이는 너무 많은 공장을 MFI 업체로 등록하면 관리상 부실이 발생할 수 있기에 기존 MFI 공장에서 제품 등록 및 생산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애플 정품 칩을 사용하지 않는 포고핀 제품은 불법 복제품으로 모두 회수, 폐기 대상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B 사 등은 이번에 공급한 해당 제품에 MFI 인증이 없는 것은 인정했다. 하지만 제품의 품질이나 만족도에는 문제가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번 서울시교육청 디벗 환경 구축 제안요청서에는 스마트 기기 악세사리와 포고핀 키보드 등에 대한 소프트웨어 기반 정품제품 공급이 명시되어 있다. 정부 및 공공기관의 지적재산권 보장은 물론 정품 공급은 필수사항이다. 이를 어기는 것은 심각한 위법 소지가 있다.
과거 독일에서 불법 복제 포고핀 키보드를 출하했다가 3개월 만에 애플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먹통이 되어 전량 회수, 폐기된 사례도 있었다. A 사는 손해배상 및 통신기술 불법 복제 및 특허 침해 등의 민형사상 고소고발을 고려중이다. 아울러 애플 본사의 해당 사건 관련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업계 안팎에선 컨소시엄 선정과정에서 무리한 가격 경쟁으로 불법 복제품 등의 공급을 묵인하거나 부조리한 납품 절차 등의 각종 비리가 없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됐다. 전국 시도교육청의 관련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공공조달시스템에 있어서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제고와 규정강화가 시급해 보인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