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2000을 돌파한지 얼마 되지 않아 1800대로 급락했다. 최근 또다시 1900선을 넘어서면서 투자자들의 혼을 쏙 빼놓고 있다. 예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급등락 장세에 투자자들은 현기증이 날 정도다.
‘너무 과열된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번 반등을 이용해 주식을 팔고 현금화시켜야 하나’, ‘아니면 대세상승 흐름속의 잠깐의 출렁거림으로 이번 조정을 이용해 오히려 주식을 더 사야할까’
그 어디서도 이러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해주지 못하고 있다.
각종 언론에서도 ‘오른다’, ‘내린다’라는 양비론을 펼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이에 <일요신문>에서는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과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10명에게 익명을 전제로 솔직한 전망을 물어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들 중 6명은 대세상승의 시작이기 때문에 장기투자 관점에서 현 지수와 상관없이 주식비중을 늘릴 것을 권했고 3명은 장기전망은 좋지만 현 주가 수준은 부담스러운 만큼 ‘조정을 이용한 저가매수’ 전략을 추천했다. 반면 1명은 현 주가 수준이 너무 높은 만큼 직접 주식 비중을 줄이고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와 채권, 부동산, 회원권 등 다른 부문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선 대세 상승론자의 설명을 들어보자.
A 증권사 P 리서치센터장은 “지금 주식시장에 참여해도 결코 늦지 않다”고 단언했다.
그는 “최근 단기 급등했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보면 1850∼1950을 오르내리는 박스권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하지만 큰 조정은 없을 것으로 보여 조정을 기다리기보다는 향후 상승흐름을 보고 주식수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상승흐름의 이유로 그는 자금이 주식시장에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는 수급적 요인과 중국과 인도 등 이머징마켓(신흥시장)의 경제성장에 따라 한국 주식시장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수출기업의 실적이 지속적으로 좋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봤을 때 IT(정보기술) 관련주가 좋아 보이고 중장기적으로는 이머징마켓의 영향을 받는 건설, 철강, 중공업, 화학 등 굴뚝주가 매력적”이라고 분석했다.
B 증권사 J 애널리스트는 “개인적으로 주식을 사야 하나, 팔아야 하나라고 묻는다면 ‘더 사도 된다’라고 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주식시장이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기업의 실적을 보면 주식을 사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의 실적이 좋아져 상대적으로 주가 매력도가 높아지는 대표적 업종을 조선주로 들었다.
최근 조선주가 많이 올랐지만 내년, 내후년 실적을 놓고 보면 여전히 저평가됐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현대중공업의 올해 실적을 기준으로 한 주가수익비율(PER)은 12.6배 수준으로 내년 실적을 기준으로 하면 10배도 안된다는 것이다. 조선업은 오는 2011년까지 실적이 좋아지기 때문에 주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논리다.
C 증권사 H 투자전략팀장 역시 “한국증시는 중장기적 상승 사이클에 접어들었다. 향후 2∼3년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식시장 움직임이 이렇게 안정적인 적은 없었다. 대표적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의 위험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노령화를 준비해야 하는 40∼50대가 더 적극적으로 주식시장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옛날과 같은 ‘묻어두기식 투자’는 안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즉, 주식시장을 철저히 공부하고 투자하는 똑똑한 투자자들이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그렇지 않는 투자자들은 펀드를 하는 게 더 낫다는 것이다.
D 증권 P 애널리스트와 E 증권 B 펀드매니저는 장기적 관점에서 주식시장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종목별 차별화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실적을 중심으로 한 철저한 종목투자를 요구했다.
P 애널리스트는 “기본적으로 재테크는 부동산이 아닌 주식으로 해야 한다. 의식주 중 하나인 부동산을 가지고 재테크를 하는 것은 ‘생필품 사재기’와 마찬가지다”면서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은 종목은 여전히 많기 때문에 주식시장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B 애널리스트 역시 “테마에 휩쓸려 이성을 잃은 투자를 하지 말고 둘러보면 실적에 비해 싼 종목이 많기 때문에 공부하고 연구하면 틀림없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주식시장이 단기과열 조짐을 보이는 만큼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F 증권사 K 애널리스트는 “장기적으로 보면 적립식 펀드와 퇴직연금, 국민연금이 주식시장에 들어오면서 주식시장은 한 단계 레벨업 될 것”이라며 “그러나 단기적으로 보면 너무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에 주식 대 현금 비중을 50 대 50 수준으로 맞추고 1850∼1900선에서 저가 매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그는 “예전에는 모든 종목이 함께 올라갔지만 이젠 개별적으로 오르는 장세가 펼쳐질 것”이라며 직접투자는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G 증권사 J 펀드매니저 역시 “사고 싶은 종목을 골랐다가 저점에 사서 주식수를 늘리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주식시장이 단기 급등한 탓에 조정을 보이면서 우상향 할 것”이라며 “철강 화학 건설 등 세계경기 부양에 후광효과가 예상되는 업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H 증권사 J 리서치센터장은 “연초만 해도 주식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을 테지만 지금은 주식 비중을 줄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주식에 가장 관심이 많은 40대 투자자의 자산 중에 주식이 50%를 차지한다면 한 30% 수준까지 줄여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면서 “그 대신 간접투자, 상가 등 수익성 부동산, 골프회원권 등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주식시장을 정확히 모르는 ‘어설픈 투자자’는 무조건 직접투자를 그만두고 간접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직접투자를 하기에는 주가 수준이 부담스럽고 특히 개인투자자가 수익을 올리기에는 시장이 너무 복잡해졌다는 것이다.
그는 “증권회사나 은행, 전문투자자가 아닌 이상 개인투자자에게는 절대 직접투자를 권하지 않는다. 무조건, 100% 간접투자를 해야 한다. 주식시장이 성장을 하지만 철저히 차별화될 것이고 이에 따라 예전과 같은 개인투자자들의 수익률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전용기 파이낸셜뉴스 기자 courage@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