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는 ‘골든’ 2026년 3월 열리는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상 후보로 출품할 계획을 밝혔다. 정식 후보 지명은 2026년 1월에 확정되지만, 지금 미국 빌보드와 스포티파이 등 글로벌 음악 차트에서 확인되는 ‘골든’의 폭발적인 인기와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성과를 고려하면 후보 진출은 물론 최종 수상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골든’의 성공으로 주목받는 이재

이 영화의 인기를 견인하는 원동력은 K-팝으로 꽉 채운 강력한 OST다. 특히 ‘골든’은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중독성 강한 멜로디, 운명을 개척하겠다는 힘찬 메시지를 담은 노랫말, 시원하게 내지르는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글로벌 음악 차트 최상위권에 올랐다. ‘골든’이 화제를 모을수록 작사·작곡은 물론 가창까지 맡은 가수 이재(EJAE·본명 김은재) 역시 주목받고 있다.
이재는 한국의 연예 기획사에서 아이돌 데뷔를 준비한 일명 ‘연습생 출신’이다. 하지만 데뷔 기회를 잡지 못했고, 우여곡절 끝에 가수가 아닌 작곡가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 전 세계 음악팬을 사로잡는 K-팝 뮤지션이 됐다. 더 흥미로운 부분은 이재의 외할아버지가 다름 아닌 1960~1970년대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원로배우 신영균이라는 사실이다. 지금도 영화계와 활발히 교류하면서 재단 활동을 벌이는 신영균의 외손녀인 이재는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다양한 재능을 글로벌 무대에서 펼치고 있다.
#‘SM 연습생’이었지만 데뷔 못해
과거 이재는 SM엔터테인먼트(SM엔터)에서 가수 데뷔를 오랜 기간 준비해왔다. ‘SM 연습생’으로 훈련을 거듭했지만 아쉽게도 데뷔 기회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미국 뉴욕대에 진학해 음악을 전공하면서 실력을 키웠고, 그 과정에서 작곡가 전향했다. SM엔터 연습생을 관뒀을 무렵 우연히 만난 K-팝 프로듀서 고 신사동호랭이로부터 ‘작곡을 해보라’는 권유를 받으면서다. 이재는 뜻밖의 재능을 발견하게 되면서 당시 신사동호랭이가 프로듀서를 맡고 있던 그룹 EXID의 멤버 하니의 솔로곡 ‘헬로’(Hello)에 참여하는 기회를 얻었다. 2016년 발표한 ‘헬로’가 이재의 작곡 데뷔작이다.
이후 이재는 K-팝 작곡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K-팝 그룹의 음악 작업에 참여했고, SM엔터 소속 레드벨벳과 에스파의 음악 작업도 맡았다. SM엔터 소속 아이돌은 되지 못했지만 SM엔터 아이돌의 음악을 맡는 이색적인 인연도 눈길을 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돌풍을 일으키기 전까지 이재의 존재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건 ‘음악의 힘’이다. 영화의 주인공인 헌트릭스의 루미가 부르는 노래들의 가창을 맡은 이재는 특유의 파워풀한 음색으로 음악의 완성도를 높였다. ‘골든’뿐 아니라 또 다른 히트곡 ‘하우 잇츠 던’(How It’s Done)의 작사·작곡과 가창도 맡았다. 극 중 보이그룹 사자보이즈가 부르는 노래 ‘유어 아이돌’(Your Idol)의 작사·작곡도 공동으로 만들었다. 영화에 수록된 대표적인 곡들을 만들면서 K-팝 애니메이션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각종 글로벌 음원 차트까지 석권하는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원로배우 신영균의 외손녀

1928년생으로 90대 후반인 지금도 영화계와 꾸준히 교류 중인 원로배우로도 꼽힌다. 자신의 이름을 딴 신영균예술문화재단을 설립해 매년 활약을 하는 배우들을 선정하는 ‘아름다운예술인상’을 운영하면서 영향력도 발휘하고 있다.
이재는 그런 외할아버지의 재능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신영균은 오래전부터 외손녀의 재능을 아낌없이 지원해왔다. 특히 2011년 KBS 2TV 아침 프로그램 ‘여유만만’에 외손녀와 함께 출연해 “노래에 소질이 있고 열심히 한다”면서 각별한 사랑도 드러냈다. 이재는 종종 ‘아름다운예술인상’ 무대에서 축하 공연을 벌였지만 당시만 해도 ‘아이돌 연습생’ 혹은 ‘가수 지망생’이었던 탓에 존재감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돌풍으로 인생의 전환점을 맞고 있다.

‘골든’의 인기는 국내보다 미국에서 더 뜨겁다. 미국 빌보드 차트가 발표한 최신 차트(8월 2일자)에서 메인 싱글차트 ‘핫 100’의 2위까지 올랐다. 매주 순위 상승을 거듭하면서 이제 1위 달성만 남겨두고 있다. 동시에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넷플릭스가 그동안 제작한 애니메이션 가운데 가장 많이 본 작품에 등극했다. 7월 30일 넷플릭스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역대 애니메이션 1위 성적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의미를 부여했다. ‘골든’의 주제가상 후보 지명을 위해 넷플릭스가 전폭적인 지원을 쏟아부을 가능성도 크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