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엡스타인은 생전에 두 차례 체포됐다. 한번은 2005년, 14세 소녀의 부모가 딸이 팜비치 자택에서 엡스타인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하면서였다. 당시 엡스타인의 집을 조사했던 마이애미 경찰과 FBI는 집안 곳곳에서 소녀들의 사진을 발견했고, 결국 재판에 회부된 엡스타인은 미성년자 매춘 알선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끝은 싱거웠다. 연방 검사와 엡스타인 변호인단의 협상 끝에 징역 13월형으로 마무리된 것이다. 미성년 성범죄에 유달리 민감한 미국에서는 이런 경우 으레 최대 종신형을 선고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이례적인 결과였다.
수감 생활 중에도 특혜는 이어졌다. 엡스타인은 보란듯이 자유롭게 외출했으며, 심지어 호텔을 드나들면서 평소와 같은 일상생활을 이어나갔다. 그러자 곧 의혹과 비난이 쏟아졌다. 도대체 그의 배후에 누가 있길래 이런 대우를 받느냐 하는 의심이었다.
그가 다시 체포된 건 2019년이었다. 신고를 받은 뉴욕주 경찰과 FBI가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고, 이번에도 역시 그의 자택에서는 성범죄를 입증하는 사진과 영상들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게다가 당시 한창이던 미투 운동과 맞물리면서 피해자들의 증언도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왔다. 결국 미성년자 성매매 조직 운영 혐의로 체포된 엡스타인은 뉴욕 맨해튼의 메트로폴리탄 교도소에 수감됐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수감된 지 한 달 만에 그가 교도소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독방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는 점, 외부 침입 흔적이 없었다는 점, 그리고 보름 전에도 한 차례 자살 시도를 했다는 점을 바탕으로 그의 사망은 자살로 종결지어졌다.

‘와이어드’가 포렌식 분석한 결과, ‘편집되지 않은 전체 영상’이라고 소개한 해당 자료는 사실상 두 개의 클립을 이어붙인 것이었다. 두 개 클립 가운데 하나의 원본 영상은 최종 공개본보다 2분 53초나 더 긴 것으로 확인됐다. 다시 말해 단순히 1분이 누락된 게 아니라 더 많은 분량이 삭제됐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심지어 메타데이터에 따르면, 이 영상 파일은 여러 차례 편집 및 저장된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와 관련, UC버클리의 하니 파리드 교수는 영상의 화면 비율이 여러 지점에서 눈에 띄게 달라진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영상이 여러 다른 소스로부터 편집 및 조작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 사라진 2분 53초는 그간 음모론자들 사이에서는 타살을 의심할 만한 중요한 근거가 돼왔다. 가령 엡스타인은 그 누락된 시간에 살해당했고, 범인은 엡스타인과 친분이 있던 권력층 인물이라는 추측이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