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의 깜짝 실적을 놓고 재계의 해석이 구구하다. 사진은 현대차 사옥. | ||
올 2분기 동안 정몽구 회장의 1심 유죄판결에 이은 항소심 재판과정, 환율 하락, 노사 갈등 같은 난제들이 겹치며 현대차 영업실적에 대한 우려가 확산된 바 있다. 올 초 업계 인사들 사이에 나돈 기아차 위기설 역시 그룹의 큰형님 격인 현대차 실적에 대한 전망을 더 어둡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였다.
이렇다 보니 현대차 실적 호조 발표를 반갑게 맞이하는 시선이 많지만 말 그대로 ‘깜짝 실적’이다 보니 이런저런 뒷이야기들도 양산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현대차 실적과 관련된 위기설이다.
일부 인사들은 2분기 깜짝 실적이 3분기 악재로 이어질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한다. 현대차의 이번 실적 호조는 원가절감 노력과 내수판매 호조에 따른 것으로 알려진다. 현대차의 올 상반기 수출은 지난해보다 2.5% 줄었지만 내수가 8.3% 늘어난 것이 최근 3년간 분기별 최고 실적 달성의 큰 요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수출은 줄어든 반면 신차종의 국내 판매가 신장돼 실적이 ‘반짝 상승’한 것이므로 3분기 중에 결판 날 노사간 임금교섭 결과와 수출 회복 여부에 따라 3분기 실적이 주춤할 가능성 또한 열려있다는 비관론이 나돌기도 한다.
재계 호사가들 사이에선 현대차의 2분기 깜짝 실적을 둘러싼 일종의 음모론이 나돌기도 한다. 현대차 실적이 일부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이다. 근거 없는 소문에 불과하지만 올 상반기 기아차 위기설이 나돌 당시에도 이와 비슷한 분석이 일각에서 제기된 바 있어 눈길을 끈다. 2014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실패한 현 정부가 어려운 회사 사정에도 2012년 여수 세계 박람회 유치에 앞장서는 정몽구 회장을 후원하기 위해 물밑 지원한다는 이야기가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루머가 사실일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현대차 비자금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3년 선고를 받은 정몽구 회장은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돈 문제로 실형 선고를 받은 정 회장 측이 또 다시 시끄러워질 돈 문제를 만들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현대차 깜짝 실적 논란이 거듭되는 배경으로 일부 업계 인사들은 ‘다른 재벌이 군불을 때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현재 사상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굴지의 대기업이 자사에 쏟아지는 부담스러운 시선을 피하고자 현대차 실적 관련 소문을 퍼뜨리고 다닌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증권가에선 현대차의 깜짝 실적이 충분히 근거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2분기 현대차 영업이익률 7.1%에 가장 근접한 6.8%의 영업이익률을 예측했던 신영증권의 박화진 연구원은 “현대차의 판매대수가 늘면서 단위당 고정비가 줄었다는 점, 원-유로 환율이 강세를 보인 점 등이 뒷받침이 돼 현대차가 깜짝 실적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의 영업이익률 상승이 납품가 후려치기로 가능해진 게 아니냐는 비판도 없지 않다. 이에 대해 박 연구원은 “비현대차 계열 부품사들의 영업이익률이 5% 이상이던 업체들은 2분기에 더 좋아지고 그 이하였던 업체들은 더 나빠졌다”며 “납품가 인하 때문이라고 단정짓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원가관리가 한계가 뻔한 무조건적인 비용절감에서 상생할 수 있는 ‘비용개혁’으로 옮겨갔다는 얘기다.
최근 3년간 최대 분기 영업실적을 내고도 이런저런 구설수에 오를 수밖에 없는 현대차의 입장이 정 회장의 항소심 재판 결과를 기다리는 속내만큼이나 답답할 것으로 보인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