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회사 모두 실적 악화의 주요인으로 장기화한 내수 부진을 지목했다. 침체된 소비 경기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은 데다 폭우가 잦아진 기상여건 등 여러 환경 요인으로 과자와 빙과류, 음료, 주류까지 대부분 매출 상황이 좋지 않은 것으로 진단했다. 특히 롯데웰푸드는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 가격의 고공행진이 재료 원가 부담을 키워 수익성을 끌어내렸다는 설명도 내놨다.
신동빈 회장은 그룹 비상경영체제 속에서 식품 계열사를 ‘캐시카우’로 점찍고 수익 개선을 위한 여러 행보를 보여왔던 터라 식품부문의 저조한 상반기 실적이 그룹 전체에 꽤 큰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웰푸드 등의 해외시장 개척 현장을 직접 챙겼다. 올해 초 롯데웰푸드가 인수한 인도의 대표적인 아이스크림 브랜드 ‘하브모어’의 현지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 지난해 9월에는 롯데웰푸드가 인수한 벨기에 초콜릿 업체 ‘길리안’을 찾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가나를 찾아가 카카오 수급 현황을 직접 확인했다.
현재 롯데웰푸드와 롯데칠성 모두 인도와 동남아시아, 유럽, 러시아 등에서 글로벌 매출 비중을 키우는 모양새다. 이를 통해 글로벌 부문 매출 실적이 증가하는 성과도 있었다. 롯데웰푸드의 올해 상반기 해외법인 매출은 2439억 원으로 전년 상반기 대비 11.2% 증가했다. 롯데웰푸드의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상반기 26%에서 올해 29.5%로 증가했다. 롯데칠성음료의 올해 상반기 해외법인 매출(4434억 원)은 전년 동기 대비 15.2% 증가, 영업이익(358억 원)도 70% 급등했다.
신동빈 회장이 VCM(옛 사장단 회의) 등을 통해 여러 번 강조했던 ‘경쟁력 회복을 위한 브랜드 가치 강화’를 위해 ‘메가 브랜드’ 육성과 HMR·건강·프리미엄 라인 확대를 추진하기도 했다. 제과와 식음료 모두에서 ‘제로’ 브랜드를 확대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이 올해 상반기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불과 1년 전에는 두 계열사의 영업이익이 전체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롯데웰푸드 33.5%, 롯데칠성음료 32%로 그룹 내 기여도가 컸지만 올해 상황은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위기감은 지난달 열린 VCM에서 감지됐다. 매년 상·하반기에 한 번씩 신동빈 회장 주재로 열리는 VCM은 신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을 비롯해 롯데지주 대표이사 및 실장, 사업군 총괄 대표와 계열사 대표 등 80여 명이 참석해 반나절 가량 롯데월드타워에서 진행돼 왔다. 올해 상반기에는 이례적으로 1박 2일이라는 장시간 동안 경영 실적 점검과 하반기 세부 방침 전달이 시종일관 엄중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신동빈 회장은 “식품군은 핵심 브랜드를 강화하라”는 지시를 직접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쟁사들이 메가 히트 상품을 내세워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반면 롯데는 이렇다 할 (인기) 상품도 없고, 해외 진출도 늦은 편”이라며 “기존에 갖고 있는 상품으로 해외 시장에 덤벼들 것이 아니라 현지에 맞는 상품, MZ세대에 먹힐 상품을 개발해 철저하고 심도 있는 마케팅 전략을 가지고 뛰어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매출도 함께 개선해야 수익 지표가 나아질 것이란 조언도 나온다. 기후변화에 따른 원자재 값 상승 등 대외 변수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근본적 대책 강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유통학회장)는 “현재도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내수 시장 악화로 깎아 먹고 있는 형국인데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며 “특히 이상기후로 인한 식품 원자재 값 상승의 영향을 덜 받으려면 원자재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빼빼로, 월드콘, 설레임, 가나 등 메가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지속해 나갈 예정으로, 제로‧저당 카테고리 등 이른바 ‘헬스‧웰니스(건강)’ 영역에서도 시장 지위를 공고히 하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소비 쿠폰 등 영향으로 내수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음료와 주류 모두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갖고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