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마를 틈이 없었다. 내내 눈물이 고인 얼굴로 분당 스카이캐슬 추모공원 한 컨에 서 있던 고 최진실의 모친 정옥숙 씨는 슬픔 가득한 표정으로 사위였던 고 조성민의 장례 절차를 지켜봤다.
고 조성민의 발인 현장부터 함께 했지만 정 씨는 계속 뒤편에서 눈에 띄지 않게 움직였다. 종종 두 손주 환희와 준희를 살필 때만 모습을 보이곤 했다. 몇몇 취재진이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거듭 “미안하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장례절차의 마지막 행선지인 장지 분당 스카이캐슬 추모공원에 도착해 관련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정 씨는 1층 로비 한 켠에서 연신 눈물을 닦고 있었다. 한 방송 매체에서 고 조성민에게 한 마디 해 달라고 부탁하자 “되돌아보지 말고 편히 가게”라는 짧은 한 마디를 했을 뿐이었다.
▲ 유골식 안치 절차를 지켜보며 우는 환희 준희 남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고인의 유골함 안치가 끝난 뒤 제사를 올리는 동안 정 씨는 몇몇 취재기자들과 짧은 대화를 나눴다. 고 조성민의 사망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의 심정을 묻자 정 씨는 너무 놀라 잠시 기절을 했었다고 말했다.
“정말 깜짝 놀랐죠. 잠시 기절을 했을 정도에요. 또 이런 일이 생기다니 정말 너무 놀라고 충격적이었어요.”
정 씨의 걱정은 남겨진 두 손주 환희와 준희였다. 고 조성민과 환희 준희는 크리스마스 선물과 관련해서 전화 통화를 하긴 했지만 끝내 만나진 못했다고 한다.
“아빠랑 전화 통화 하면서 무슨 선물을 받고 싶다는 등 얘기를 했지만 서로 시간이 잘 맞지 않아 만나진 못했어요. 그때만 해도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정말 몰랐는데….”
빈소에서 발인을 하고 성남화장터에서 화장을 한 뒤 장지로 오는 동안 환희 준희 남매는 눈물을 흘리지 않고 내내 덤덤한 표정이었다. 그렇지만 장지인 분당 스카이캐슬 추모공원 5층에 유골함을 안치하는 과정에선 끝내 환희 준희 남매가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하루 전인 7일 밤 장례식장을 다녀온 뒤 집에서 이들 남매가 상당히 많이 울었다고 한다.
“아직 어린데 애들이 죽음이 뭔지 알겠어요? 그냥 멍하게 있는 거죠. 어제는 빈소에 다녀와서 애들이 많이 울었어요. 환희가 아빠한테 너무 미안하다고 아빠가 불쌍하다면서 계속 울더라고요. 전화는 자주 할 수 있었는데 자주 못해서 너무 미안하다며 우는데 정말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그렇게 정 씨와의 짧은 대화는 마무리됐다. 제사를 마치고 나온 손녀 준희를 한 번 안아주면 짧은 대화를 나눈 정 씨는 다시 자리를 옮겼다.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 연이어 보낸 정 씨에게 남겨진 두 손주의 아빠인 사위까지 자살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은 엄청난 충격과 슬픔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 씨는 장례절차 내내 그 슬픔 보다는 남겨진 두 손주를 걱정하고 챙기는 모습을 보여 주위를 더 숙연케 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