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후 고양시의회는 결산 심사 과정에서 이 문제를 재차 지적하며 해당 예비비 지출을 공식적으로 ‘불승인’ 의결했다. 아울러 "위법·부당하게 지출된 예산을 변상하라"는 시정요구까지 내렸지만, 고양시는 "예비비 사용 목적에 부합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이를 사실상 거부했다. 감사 지적과 의회의 요구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자 주민들이 직접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이번 법원의 판단으로 이어졌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고양시의회는 결산 심사 결과 이 사건 지출이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보아 시정요구를 했고, 시장은 이에 따라 변상권을 행사해 의회에 보고할 의무가 있다"며 "그러나 피고가 이 사건 시정요구에 반하는 회신을 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고 밝혔다. 이어 "시정요구 중 변상요구 부분을 처리하지 않은 것은 지방자치법 제22조 제2항 제3호에 정한 재산 관리 의무를 게을리한 것에 해당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본예산·추경 미편성, 예비비 승인 미득, 시의회 감사요구 불이행 등에 대한 다른 청구 항목은 소송 요건 미비로 각하됐다.
이번 판결은 이동환 시장이 내린 행정 결정이 의회의 법적 통제를 거부한 행위로 규정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재판부가 '재산 관리 의무 위반'을 명시함에 따라 향후 시장 개인에게 재정적 책임을 묻는 추가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시 행정 전반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판결에 대해 의회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임홍열 시의원은 “이동환 시장의 독선 행정이 설 자리를 잃었음을 보여준 판결”이라며 “법치 유린과 시정 혼란에 대해 시민 앞에 사죄하고, 위법으로 확인된 변상 요구를 즉각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운남 의장 역시 “주민의 뜻이 옳음을 확인한 중요한 첫걸음”이라며 판결 취지의 성실한 수용을 주문했다.

반면 고양시는 이번 판결의 의미를 제한적으로 해석했다. 시는 "예비비 지출 자체의 위법성은 인정되지 않았으며, 법원이 문제 삼은 부분은 시의회의 변상 요구 미이행 여부에 국한된다"고 밝혔다. 이어 "타당성 검토 용역은 정당한 절차에 따른 결과였고, 그 대가 지급은 당연한 행정 행위임에도 시의회가 과도한 변상 요구를 제기한 것이 이번 분쟁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시는 또 이번 판결이 시청사 이전 사업의 추진 근거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심에서 행정의 정당성을 다시 입증하겠다는 방침이다.
시의회와 주민소송단이 추가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고양시가 항소 의지를 밝힌 만큼, 시청사 이전을 둘러싼 법적 공방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영식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