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월 신세계푸드 수장으로 취임한 전임 강승협 전 대표는 이마트에서 관리담당·재무담당·재무본부장 등을 지낸 ‘재무통’이다. 강 대표 체제에서 신세계푸드는 모든 사업부문에 걸쳐 부진한 신사업과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는 등 재무 안정화와 사업 효율화에 집중했다.
실제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말 ‘노브랜드 피자’ 영업을 종료했고, 올해 10월부로 스무디 전문점 ‘스무디킹’ 국내 사업을 철수시켰다. 8월에는 급식사업부를 한화그룹 계열 아워홈 자회사 고메드갤러리아에 1200억 원에 넘겼다. 부진한 대안식품 부문도 정리했다. 미국 대안식품 법인 ‘베러푸즈’는 올해 2분기 중 청산됐고, 국내 식물성 대안식 브랜드 ‘유아왓유잇’ 사업마저 축소했다.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 한 관계자는 “여러 사업이 잠시 잘 되더라도 본사 인력은 한정돼 있고 인건비 등 부담이 크기 때문에 역량을 오랫동안 유지하기가 어렵다”며 “‘문어발식 운영’이라는 비판을 대체로 의식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 효율화에 조금 더 신경 쓰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체 매출 중 5분의 1에 가까운 급식사업부문 등이 정리됐기에 올해 매출이 역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해 신세계푸드 전체 매출은 1조 5348억 원인데, 이 중 급식사업부문 매출은 2754억 원이었다. 신세계푸드의 2025년 연간 매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전년 대비 4% 감소한 1조 4759억 원이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 이후 외형 확장이라는 숙제를 안게 된 신세계푸드는 지난 9월 말 임형섭 B2B 담당을 새 대표로 선임했다. 임 대표는 식품유통본부를 비롯해 급식·식자재 사업 부문으로 두루 경력을 쌓은 영업·유통 전문가로 손꼽힌다.
이와 관련,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성공적인 내실 다지기에 이어, 향후 식품과 베어커리를 중심으로 ‘식품 B2B 전문기업’으로 비전을 추진하기 위해 임형섭 대표를 선임했다”며 “신세계푸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만큼 체질 개선과 식품 B2B 전문기업 전환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신세계푸드는 색조 화장품 ODM(제조업자생산) 기업인 씨앤씨인터내셔널에 투자해 눈길을 끌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뷰티시너지2025사모투자(대표자 어센트에쿼티파트너스) 합자회사의 지분 36.9%(500억 원 규모)를 취득했다. 자본시장법상 기관전용 사모펀드(PEF)에 유한책임사원(LP)으로 참여하는 간접투자 방식이다. 앞서 어센트에쿼티파트너스는 해당 PEF를 통해 올해 8월 씨앤씨인터내셔널 지분 41.22%를 약 2850억 원에 인수했다.
신세계푸드는 재무 효율화와 투자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화장품 ODM·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기업들의 투자가치가 커지고 있다”며 “2010년대 중반 중국 수출로 화장품 업계가 호황이었는데, 현재 해외 진출 시장이 커졌고 향후 몇 년 이후에도 부진할 확률이 크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타 업종에서도 M&A(인수합병)나 단순 투자에 참여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식품과 화장품 간 사업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이종우 아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화장품 판매처와 식품 판매처가 겹치지는 않는다”며 “식품은 화장품 대비 원재료 값 비중이 큰 가운데, 마케팅 전략도 다르게 가져가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소위 ‘피부에 바르는 식품’(푸드메틱)도 있기 때문에 사업 시너지가 아예 없다고 볼 순 없다”며 “안정적인 수익을 얻으려는 전략도 좋지만 향후 시너지를 도모해 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신세계푸드는 버거 프랜차이즈 ‘노브랜드 버거’와 베이커리 B2B사업 등의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베이커리 부문에서는 카페 프랜차이즈와 편의점 등 비계열사 채널 공급을 확대하며 외부 유통망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노브랜드 버거의 경우 2030년까지 연 매출 7000억 원을 달성해 버거 상위 3위 브랜드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식품·외식업체 한 관계자는 “국내 B2B 가공식품 시장은 약 30조 원 규모에서 2030년 50조 원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베이커리 B2B 채널도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된다”며 “다만 국내 버거 시장에서는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와 국내 토종 브랜드가 동시에 점포 확대에 나서기 때문에 전략적인 브랜드 포지셔닝, 운영 효율성 등이 생존 핵심 요인으로 작용할 것 같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0년 3조 원 수준이던 국내 버거 시장은 지난해 5조 원 이상으로 커졌다. 과열화된 출점 경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가 관건이다. 지난해 국내 주요 버거 프랜차이즈 실적을 살펴보면 △한국맥도날드 1조 4090억 원 △버거킹(BKR) 7927억 원 △맘스터치앤컴퍼니 4179억 원 △KFC코리아 2923억 원 등으로 1200억 원 수준인 노브랜드 버거와의 격차가 크다.
신세계푸드의 매출 중 수출 비중이 거의 없는 점도 불안 요소다. 이종우 교수는 “일부 토종 버거 브랜드들이 미국, 아시아 등에 진출해 있고 국내 식품 업체들이 해외 시장에 적극 진출해 있지만, 신세계푸드는 이런 점에서 취약점을 보이고 있다”며 “본연의 색을 잃고 시장 트렌드만 너무 쫓아가는 모양새인데, 핵심 브랜드를 어떻게 키울지에 대한 전략 구상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앞서의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합작법인을 통해 현지에서 할랄푸드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자체 해외 진출 관련 결정된 사항은 없다”며 “기존 대비 창업비용을 40%가량 낮춘 ‘콤팩트 매장 모델’을 도입해 노브랜드 버거 가맹점포를 확대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략적 사업 재편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