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무진 회장 |
화제를 뿌리게 된 이유는 오너 이무진 회장(79)이 보유한 지분 51.28% 전량을 서른다섯 살이나 어린 부인 노미정 부회장(44)에게 증여, 최대주주를 바꾼 까닭에서다. 증여일 종가 주당 1만 6800원을 기준으로 총 증여가액은 207억 원이 넘는다.
이 회장에게는 지난 2000년 등기이사를 시작으로, 2002~2009년 대표이사를 지낸 장남 이택섭 전 사장(56)과 2009~2012년 등기이사를 역임한 차남 이택노 전 상무(53) 등 경영권을 물려받을 아들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 회장의 선택은 전 부인의 아들보다 한참 어린 재혼녀 노미정 부회장이었다.
하루아침에 상장사 최대주주와 최고경영자(CEO)가 됐으니 노 부회장이 ‘현대판 신데렐라’로 불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럼에도 이 주인공은 베일에 싸여 있다. 이 회장과 노 부회장은 지난 2008년 결혼, 슬하에 두 자녀를 둔 것으로 전해질 뿐이다. 영풍제지 측은 지분 증여 배경이나 노 부회장의 신상 등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영풍제지 관계자는 “지극히 개인적인 사안으로 아는 것도, 할 얘기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노미정 부회장의 존재가 처음 세상에 알려진 것은 지난해 3월 29일 영풍제지의 2011년 사업보고서 공시를 통해서다. 그는 사업보고서 임원 및 직원의 현황에 이무진 회장 다음인 부회장(미등기 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출생년월(1969.04), 담당업무(경영총괄), 재직기간(1개월) 등이 기재됐지만 주요경력은 공란(-)으로 처리됐다.
노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주목받은 것은 지난 8월 30일 15억 원가량을 들여 영풍제지 지분 4.36%(9만 6730주)를 사들이면서부터다. 그리고 4개월여 뒤인 지난 3일 영풍제지 최대주주 변경 관련 공시가 우르르 떴다. 이무진 회장이 지난 12월 26일 노미정 부회장에게 영풍제지 주식 113만 8452주(지분율 51.28%)를 증여했다는 내용이다. 이로써 노 부회장 지분은 기존 보유분 4.36%에 51.28%를 합해 총 55.64%가 됐다.
이번 공시에서 노 부회장은 주소지를 ‘경기도 구리시’로 적었다. 법인등기부 등 공개된 자료를 추적한 결과 그곳에 그는 시가 10억 원대 아파트 한 채(2010년 6월 매입가 14억 2000만 원)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법인등기부상 이무진 회장의 주소지는 서울 광진구의 한 아파트. 부부의 주소지가 다른 셈이지만 이 회장 주소지 아파트는 노 부회장의 소유였다. 노 부회장은 지난해 5월 이 아파트를 14억 8000만 원에 샀다. 이 회장이 주소지를 옮긴 것은 노 부회장이 처음 영풍제지 지분을 사기 한 달여 전인 지난해 7월이었다.
시장에서의 관심은 또한 1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증여세로 모아진다. 현행법상 상장사 주식 증여의 경우 30억 원 초과 시 50%(증여 전후 2개월, 총 4개월 평균 종가 기준)다. 여기에 30%의 경영권 프리미엄 할증도 있다. 배우자공제와 10년간 증여 재산 합산 등도 감안해야 해 정확한 증여세액은 알기 어렵다. 공인회계사 출신의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제한된 정보로 계산해보면 증여세액은 대략 120억 원대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노 부회장이 현금으로 이를 낼 여력은 없어 보인다. 지난해 8월 주식 매입 때도 10억 원을 은행에서 빌렸다고 한다. 따라서 증여 주식으로 세금을 내는 물납 가능성이 적지 않다. 물납할 경우 노 부회장의 지분율은 25% 정도로 줄어든다. 얼핏 경영권이 불안해 보인다. 그러나 앞서의 변호사는 “의결권은 없지만 우호지분화할 수 있는 자사주가 16.83%나 되고 물납된 지분은 주총에 참석, 최대주주에 찬성표를 던지는 게 일반적이기에 당분간 경영권 위협 가능성은 없을 듯하다”고 전망했다.
영풍제지 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장과 노 부회장은 지난해 1월부터 강남에 위치한 서울사무소 집무실에 출근, 평택 공장을 오가며 ‘부부경영’을 해오고 있다고 한다. 노 부회장의 경영참여 이후 지난해 3분기까지(누적) 영풍제지는 매출액 873억 원, 영업이익 103억 원, 당기순이익 86억 원을 기록했다. 2011년 같은 기간 각 843억, -11억, -6억 원에 비해 실적이 좋다. 새해 최대주주에 등극한 노 부회장의 ‘신데렐라 경영’은 연말에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