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지난 5월 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된 후 총수 일가가 지분을 사고 팔며 지주사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 ||
최근 금호아시아나 총수 일가가 지분 거래로 벌어들인 현금은 100억 원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 그러나 지주회사제 전환을 전후로 한 주식 거래 결과로 인해 엄청난 평가차익을 누리고 있어 ‘실탄’은 두둑하게 쟁여놓은 셈이다. 때문에 총수 일가가 거둬들일 시세차익을 그룹의 대한통운 인수전과 관련짓는 업계 인사들의 해석 또한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우선 금호아시아나 총수 일가의 금호석유화학 우선주 보유 변동사항을 들여다보자. 지난 5월까지만 해도 박삼구 그룹 회장 부자(아들 박세창 경영전략본부 이사)와 박찬구 화학부문 회장 부자(아들 박준경 씨) 그리고 고 박정구 회장의 아들 박철완 씨는 금호석유화학 우선주 8만 3251주씩을 각각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5월 23일 지분을 매각하기 시작해 6월 8일까지 총 10차례에 보유하고 있던 우선주 전량을 팔아 치웠다. 보름 동안 총수 일가 소유 우선주 25만여 주가 전량 처분된 것이다. 이 거래를 통해 48억여 원의 현금이 총수 일가 수중에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일부 재계 인사들은 ‘총수 일가가 지주회사 특수를 누렸다’는 식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금호아시아나는 지난 5월 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지주회사 전환을 공식 신고했다. 금호산업은 대우건설 아시아나항공 등을 자회사로 두고 금호석유화학은 금호타이어 금호생명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는 양대 지주회사제 출범을 선언한 것이다.
금호석유화학 우선주는 지난 3월 초 1만 1000원대로 떨어져 바닥을 헤맸지만 이후 지주회사 전환 소문에 힘입어 반등을 시작했고 총수 일가의 우선주 매도가 시작되는 5월 23일엔 1만 9100원까지 올랐다. 총수 일가는 지주회사 전환 발표 이후 지분 매각으로 이익을 챙긴 셈이다.
우선주는 보통주와 달리 의결권이 없다. 지주회사제 출범으로 지주사 지분율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지만 의결권과 무관한 우선주 매각은 총수 일가의 지배권 변동과는 상관없이 개인의 돈 주머니를 불려주는 역할만 하는 셈이다.
금호아시아나 총수 일가의 다른 지분 변동에서도 지주회사제 전환 특수를 누린 흔적이 엿보인다. 공시에 따르면 박세창-박준경-박철완 사촌형제는 지주회사 전환 신고 4일 전인 지난 4월 27일 금호산업 지분(보통주) 47만 1000주를 금호석유화학으로부터 사들였다. 공시에 나온 취득 단가(주당 2만 9750원)로 환산해 보면 총수 일가가 주식 매입을 위해 쓴 돈은 약 140억 원이다. 9월 21일 금호산업 주가가 6만 600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총수 일가는 불과 5개월 만에 145억 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보고 있다. 본전 다 뽑고도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금호석유화학 지분 거래로부터 열흘쯤 뒤인 5월 8일 박삼구 회장을 비롯한 금호아시아나 총수 일가는 보유하고 있던 대우건설 지분 전량을 시간외매매로 처분한다. 20만 2200주에 해당하는 이 지분은 같은 날 시간외매매를 통해 금호산업에 흡수됐다. 지주회사가 된 금호산업이 총수 일가 보유 대우건설 지분 전량을 매입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공시에 나온 처분 단가(주당 2만 4050원)로 환산하면 대우건설 지분 처분으로 총수 일가가 쥐게 된 돈은 49억여 원. 총수 일가에겐 지주회사 지분만 있으면 되는 까닭에 대우건설 지분을 처분할 수 있었다.
일부 재계 인사들은 최근 금호아시아나 총수 일가의 재산 불리기 작업을 대한통운 인수전과 연결 지어 해석하기도 한다. 박삼구 회장이 대한통운 인수 의사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으며 지난 7월 대우건설 남대문로 빌딩을 9600억 원에 매각하며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 재원 마련’이라 공시한 점 또한 그 의지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금호아시아나는 지난해 말 대우건설 인수 직후 총수 일가가 대우건설 지분구조에 나란히 참여해 차익을 실현한 바 있다. 총수 일가가 대우건설 지분을 사들인 것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직후인 지난해 12월 15일의 일이다. 당시 주가는 2만 650원이었으니 이번 대우건설 지분 거래 또한 총수 일가에 적지 않은 시세차익을 안겨준 셈이다.
대우건설의 경우처럼 대한통운이 금호아시아나에 흡수될 경우 금호아시아나의 재계 순위 상승과 물량 지원 등에 따른 대한통운 주가 상승을 기대해볼 수 있다. 만약 금호아시아나 총수 일가가 최근 마련해 놓은 실탄을 대한통운 인수 직후 지분구조 참여에 활용할 경우 이는 총수 일가에게 또 다른 시세차익을 안겨줄 발판이 될 수도 있다.
금호아시아나 총수 일가는 이미 양대 지주회사 지배에 필요한 지분(우호지분 포함 금호산업 43.39%, 금호석유화학 56.89%)을 충분히 확보한 상태다. 현재 금호산업 지분 1%만 내다 팔아도 250억 원가량의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다. 9월 21일 현재 주가 9만 1800원(보통주)인 금호석유화학 지분 1%를 매각하면 230억 원 정도를 확보할 수 있다.
그동안 실현한 차익금과 더불어 그룹 지배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 투자금액을 마련할 경우 1000억 원까지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는 최근 지분 거래와 업계 상황을 감안한 호사가들의 추측일 뿐, 쌈짓돈을 어디에 쓸지는 ‘돈 주인’만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