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이루어질지니’는 추석 명절 황금연휴에 맞춰 10월 3일에 13편 전체 이야기를 동시에 공개했다. 전략적으로 연휴 기간을 노려 국내 시청자를 공략했지만, 초반부터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판타지 로맨스를 기대한 팬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말장난식의 코미디와 산만한 전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여주인공의 행동에 몰입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다 이루어질지니’ 왜 반응이 갈렸나
‘다 이루어질지니’는 중동의 설화에서 모티프를 얻어 출발한 작품이다. 아라비안나이트에 등장하는 소원을 들어주는 지니의 존재에 상상력을 더했다. 극 중 램프의 정령 지니(김우빈 분)는 사막 한가운데 박힌 램프에 1000년간 갇혀 있다가 가영(수지 분)으로 인해 깨어난다. 가영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 성향의 인물이다.
둘은 전생부터 이어진 특별한 인연을 지닌 관계이지만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 영생을 사는 지니는 긴 시간 램프에 갇혀 누군가 깨워주길 기다렸고, 인간 가영은 환생을 반복하면서 2025년 한국에서 ‘돈 많고 예쁜’ 사이코패스로 살아가고 있다. 지니가 가영의 소원 세 가지를 들어주면서 이들 사이의 비밀을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번 드라마는 김은숙 작가의 장기인 설레는 로맨스 가운데서도 판타지 설정을 극대화했다. 남녀 주인공을 인간이 아닌 정령과 살인 충동을 느끼는 사이코패스로 설정한 부분부터 ‘파격’이다. 특히 수지가 연기한 가영은 아무런 감정을 느낄 수 없고 공격적인 성향도 지녔지만, 함께 사는 할머니와 마을 사람들의 돌봄 속에 자라면서 ‘길들인 사이코패스’가 됐다.

기대했던 설레는 로맨스가 아닌, 서로를 공격하는 관계로 출발한 두 주인공의 상황은 시간이 지나도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시청자들이 누구에게 감정을 이입해 봐야 할지 난감한 상황에서 유치하고 엉뚱한 코미디가 반복되면서 ‘시청 이탈’을 가속화했다. 찰진 대사와 허를 찌는 상황으로 감정을 극대화하는 김은숙 작가의 작품이 지닌 특유의 매력도 약해졌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다만 글로벌 팬덤을 지닌 수지와 김우빈의 출연작이고, 중동 설화에서 시작된 이야기라는 점에서 해외 팬들의 관심은 쏠렸다. 공개 첫 주에 넷플릭스가 자체 집계한 주간 순위에서 비영어 시리즈 부문 5위로 진입한 뒤 2주째에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인기는 지속되지 않았다. 최신 집계인 10월 22일 기록에서는 다시 3위로 하락했다. 이 같은 성적은 최근 임윤아와 이채민이 주연해 인기를 끈 tvN 드라마 ‘폭군의 셰프’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돼, 2주 연속 비영어 부문 1위를 차지한 성과와 비교하면 차이가 분명하다.

반응이 엇갈리는 상황에 배우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우빈은 작품 공개 직후 “이번 드라마가 담은 이야기가 다양해서 여러 의견과 해석이 나오는 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작품을 보고 솔직한 의견을 내준 것들은 감사한 일이다. 의견들을 귀담아 듣고 있다”고 밝혔다.
#감독 교체 등 상황에서 완성도 떨어져
사실 ‘다 이루어질지니’는 제작 도중 감독이 교체되는 상황을 겪었다. 당초 영화 ‘극한직업’과 드라마 ‘닭강정’의 이병헌 감독이 연출을 맡았지만 촬영 도중 하차하고, 김은숙 작가와 ‘더 글로리’를 함께한 안길호 감독이 투입돼 작업을 마쳤다. 감독 교체의 정확한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작품을 해석하고 캐릭터를 표현하는 방식에 제작진 내부의 이견이 발생했다는 이야기가 방송가에서 조심스럽게 흘러나왔다.
실제로 13부작 전체를 본 시청자들은 전반부와 후반부의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초반에는 지니와 가영 및 그 주변 인물들이 어우러진 말장난식의 코미디가 주를 이뤘다면, 중반 이후부터 시간을 초월한 두 주인공의 인연의 비밀이 드러나면서 드라마가 더 깊어진다는 반응이다. ‘정주행’을 포기한 시청자들 사이에서 혹평이 집중된 반면, 끝까지 본 시청자들은 ‘선한 의지’를 사랑 이야기로 풀어낸 김은숙 작가의 메시지에 공감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김은숙 작가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인간의 선한 의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김 작가는 “가영은 자신의 본성이 악하다고 믿지만 할머니와 온 마을 사람들이 자신을 사랑으로 키워낸 걸 학습으로 알기에 본성을 억누르고 평생 좋은 선택을 하면서 살려고 노력한다”며 “착하게 학습된 가영은 과연 착한 사람일까, 악한 사람일까. 인간은 어떻게 태어나는지 보다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가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인간성의 본질이라는 것을 말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작가의 이 같은 의지가 얼마나 많은 시청자와 공감대를 형성했는지에 대한 평가는 회의적이다. 넷플릭스 콘텐츠의 특성상 화제작이 아니고서는 시청 주기가 짧고 빠르게 잊힌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