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갯속 같았던 선두 경쟁은 결국 전라남도의 완벽한 마무리로 귀결됐다. 11월 30일 끝난 ‘부안 투어(9~11라운드)’에서 전라남도는 그야말로 ‘탈아마추어급’ 경기력을 선보였다. 투어 시작 전까지 개최지 팀인 부안 붉은노을과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였으나, 전남은 10라운드 대구광역시전과 11라운드 부안 붉은노을전을 연달아 5-0 퍼펙트 승리로 장식하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최종 전적 10승 1패, 개인승 41승이라는 기록은 전남의 전력이 얼마나 압도적인지를 증명한다.
반면, 홈에서 역전 우승을 노렸던 부안 붉은노을은 ‘안방의 비극’을 맛봤다. 라이벌 전남에게 0-5로 참패하며 자존심을 구긴 부안은 최종 3위(8승 3패)로 내려앉았다. 그 틈을 신생팀 군포시가 파고들었다. 군포시는 막판 3연승을 질주하며 2위(8승 3패)로 도약,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손에 쥐었다. 디펜딩 챔피언 부산 이붕장학회는 5위로 가까스로 막차를 탔고, 부천시가 4위에 안착했다.

오는 12월 10일 열리는 포스트시즌의 첫 관문, 플레이오프 1경기는 마치 운명의 장난처럼 작년과 동일한 매치업이 성사됐다. 4위 부천시와 5위 부산 이붕장학회의 대결이다.
부산 이붕장학회는 자타공인 ‘포스트시즌의 팀’이다. 작년에도 5위로 턱걸이로 올라와 우승까지 차지한 저력이 있다. 온승훈 부산 감독은 “개막 때 ‘작년만큼만 하자’고 했더니 선수들이 말을 너무 잘 들어 또 5위를 했다”며 특유의 여유를 보였다. 그는 “선수들이 감독의 말을 잘 들어줬으니, 작년처럼 밑바닥에서 우승까지 가는 기적을 다시 한 번 기대한다”며 ‘가을 좀비’다운 자신감을 내비쳤다. 부산의 강점은 단기전 승부 호흡을 아는 경험과 온 감독의 용병술이다. 다만 5위부터 시작하는 험난한 일정 탓에 선수들의 체력 저하는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이에 맞서는 부천시는 설욕을 다짐하고 있다. 남자 다승상(10승 1패)을 거머쥔 에이스 김정선이 버티고 있어 전력상으로는 부산에 밀리지 않는다. 윤명철 부천 감독은 “정규리그 4위라는 결과는 아쉽지만 현실”이라며 “작년 부산에게 당한 뼈아픈 역전패의 악몽을 올해는 절대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설욕을 다짐했다.

올해 국내 최초로 세미 실업팀을 창단, 처음 리그에 참가해 2위에 오른 군포시는 그야말로 태풍의 눈이다. 신생팀 특유의 패기가 최대 무기다. 임병만 군포 감독은 “태백 투어에서 연패를 당해 위기가 있었지만 선수들을 믿고 기다린 덕분”이라며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얼마 전 프로 입단을 확정지어 KBF바둑리그를 졸업하게 된 에이스 임지혁 선수는 “마지막 무대를 우승으로 장식해 반드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고 포스트시즌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정규리그 1위 전라남도는 자타공인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다.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해 체력을 비축하고 상대 팀들의 혈투를 지켜볼 수 있는 ‘꽃놀이패’까지 손에 쥐었다. 전력의 핵심인 신현석, 김현석 ‘투톱’의 기량이 절정에 달해 있고, 팀워크 또한 완벽에 가깝다는 평가를 듣는다. 신철호 전남 감독은 “전남은 항상 강팀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아직 우승컵이 없어 아쉬웠다. 마침 올해가 창단 10주년이니 우승의 적기가 아닌가 한다. 특히 선수들과 동고동락하며 헌신해 준 허영락 코치에게 감사하며, 통합 우승컵으로 그간 후원을 아까지 않은 전남도에 보답하고 싶다”고 임전 소감을 대신했다.

‘미생’들이 치열한 수싸움과 끈끈한 팀워크를 통해 ‘완생’으로 거듭나기 위해 질주하는 이번 포스트시즌은 오는 12월 10일 그 화려한 막을 올린다. 과연 누가 이 각본 없는 드라마의 주인공이 될지 바둑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유경춘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