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체들마다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전기면도기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왼쪽부터 필립스의 ‘아키텍’, 브라운의 ‘프로소닉’, 파나소닉의 ‘람데쉬’. | ||
‘턱밑전쟁’의 신호탄은 업계 1위 필립스가 먼저 날렸다. 지난 9월 4일 신제품 ‘아키텍’을 출시한 것. 필립스 측은 아키텍이 세계 최초로 면도날 헤드가 360도 전 방향으로 움직이는 ‘밀착면도’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면도기가 닿기 힘든 턱과 목까지 밀착 면도를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피부자극을 최소화하기 위해 첫 번째 면도날이 수염을 들어 올리면 두 번째 면도날이 수염을 자르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에 대해 필립스의 한 관계자는 “면도기가 많이 떨릴수록 미세 수염을 잡아낼 수 없다. 그래서 모터의 진동을 최소화했다고”고 밝혔다. 고급면도기 시장에서 브라운에 밀리고 있는 필립스로서는 아키텍의 출시로 진정한 최강자로 거듭날 것이라고 자신한다.
필립스의 신제품이 출시된 지 일주일 후 브라운도 ‘맞불’을 놨다. 브라운은 9월 10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신제품인 ‘프로소닉’ 출시행사를 열며 바람몰이에 나섰다. 전기면도기 시장 전체 점유율에서는 필립스에 밀렸지만 고급면도기 시장에서만큼은 1위라고 자부하는 브라운은 필립스가 출시한 아키텍과는 다른 진동방식을 선보이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즉, 필립스가 최소진동을 사용한 반면 브라운은 모터의 진동을 최대화하는 ‘음파 진동’ 방식을 응용한 것.
프로소닉은 기존 제품보다 40% 이상 증가한 모터속도로 음파진동을 일으키며 피부에 진동을 일으켜 누워있는 수염을 일으켜 깎는다고 한다. 브라운 측은 “모터 진동은 늘었지만 피부의 자극은 기존의 전기면도기보다 16% 줄었다. 진동이 강하기 때문에 굳이 밀착면도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브라운의 한 관계자는 “세계 최초로 음파진동 특허를 받았을 만큼 기술력은 자신있다”며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1인자 자리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필립스와 브라운은 다른 진동기술을 선보이며 자사의 제품이 우수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진동의 횟수를 가지고 제품의 우위를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각 업체가 채택하고 있는 면도날 방식에 따라 진동기술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
면도기업계의 한 관계자는 “필립스가 채택하고 있는 진동방식은 수염이 적고 곱슬인 사람한테, 브라운이 채택하고 있는 방식은 수염이 많고 빳빳한 사람한테 어울린다”라며 면도기를 구입하는 고객이 각자의 수염형태에 따라 선택할 것을 주문했다. 다른 관계자도 전통적으로 필립스는 진동을 최소화하는 회전식 방법을 사용해왔고 브라운과 파나소닉은 진동을 최대화하는 왕복식 방법을 사용해왔다며 진동기술 논란이 그리 새로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에 대해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냐며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다.
파나소닉은 그동안 전기면도기 시장에서 부진을 거듭해왔다.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필립스와 브라운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것. 하지만 10월 초 비장의 무기를 선보였다. 전기면도기로는 세계 최초로 4중 날을 장착한 ‘람데쉬’를 출시하면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파나소닉 측은 “기존의 3중 날에 마무리 날을 더해 ‘밀착면도’뿐 아니라 빠르고 간편한 면도를 가능하게 했다. 특히 절삭력만큼은 우리가 최고다”라며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아직 인지도에서는 필립스와 브라운에 밀리고 있다는 것이 파나소닉 측의 말 못할 고민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파나소닉은 남은 2개월 동안 대형할인점을 중심으로 람데쉬를 직접 사용해보는 체험이벤트를 실시하는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있다.
3사는 이번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디자인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말이다. 브라운 측은 “전기면도기 구입의 40%는 여자다. 특히 고급면도기 시장은 그 비율이 더 높다. 선물용으로 전기면도기가 많이 팔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성들을 위해 겉모양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특히 오는 크리스마스, 연말연시 등 ‘선물시즌’을 앞두고 업체들은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면도기 업계 관계자는 “추석과 크리스마스가 대목이다. 다가올 크리스마스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회사가 올해의 최후 승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