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과 일본은 정치적 갈등이 고조될 때마다 경제교류와 무역이 냉각되는 상황이 반복돼왔다. 2012년 영토 분쟁 지역인 ‘센카쿠제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 사태가 대표적이다. 당시 중국 내 반일 감정이 폭발하며 일본계 점포와 공장이 시위대의 공격을 받았고, 피해가 속출했다. 그럼에도 일본 기업들은 사태가 진정되기를 기다리는 소극적인 대응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번에는 기류가 다르다. 일본 매체 FNN프라임은 “중국 사업을 더 이상 일시적 우려가 아닌 구조적 리스크로 인식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생산 거점을 동남아·인도로 이전하거나 연구개발 기능을 국내로 회귀시키는 등 공급망 다각화가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일부 기업은 중국 전용 제품 비중까지 조정하며 중국 의존도 축소를 서두르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함께 일본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다. 거대한 소비시장인 동시에 제조업의 핵심 생산기지이며, 부품·소재 공급망의 주요 거점 역할도 한다. 연간 800만 명에 이르는 방일 중국인 관광객 역시 관광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처럼 경제적 연계가 견고함에도 불구하고, 차이나 리스크가 상시화할 수 있다는 우려는 ‘탈중국’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만들고 있다.
실제로 최근 중국에서 철수하거나 사업을 축소하는 일본 기업이 뚜렷하게 증가 중이다. 제조업에서는 지난 7월 미쓰비시자동차가 중국 내 엔진 생산을 종료하며 완전 철수를 선언했고, 혼다 역시 광둥성 공장을 폐쇄했다. 일본제철은 2024년 7월 중국 철강 대기업 바오산강철과의 합작을 해지하고, 중국 내 철강생산량을 70%나 줄였다. 대신 인도와 태국 등에서 사업을 강화하고 미국 철강기업 US스틸을 인수하는 등 글로벌 네트워크 재편에 나섰다.
#탈중국, 숫자로 드러나는 현실
시장조사기관 데이코쿠데이터뱅크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 수는 2012년 1만 4394개에서 2024년 1만 3034개로 1000개 이상 감소했다. 경제학자 마카베 아키오는 철수 배경에 대해 “제조업의 경우 경쟁 중국 기업의 기술력 향상과 생산비 상승, 시장 경쟁 심화”를 꼽았다. 그는 “디지털가전, 전자부품, 반도체,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차이나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움직임은 앞으로 더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무작정 철수는 기업 성장 기반을 약화시킬 위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받는 것이 ‘차이나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중국 시장은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도요타다. 올해 봄 도요타는 연구개발부터 부품 조달, 제조·판매까지 중국 내에서 일괄 운영하는 ‘렉서스(상하이) 신에너지’를 설립했다.
도요타는 일본에서 개발한 차량을 세계 각국에 수출하며 현지 생산을 병행해왔지만, 중국에서는 렉서스 신에너지를 통해 독자적으로 전기차를 개발·판매한다. 일본 매거진 ‘경제계’의 세키 노부오 편집장은 이를 두고 “연구개발과 공급망을 ‘중국 전용’과 ‘그 외 지역 전용’으로 완전히 분리함으로써 차이나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중국 시장을 유지하려는 구상”이라고 분석했다. 파나소닉 등 일부 기업도 비슷한 전략을 도입하고 있다고 한다.
#희토류, 탈중국의 최대 난제
탈중국 움직임이 확대되면서, 그 여파가 일본 관광산업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중국과의 관계 악화가 장기화될 경우 방일 관광 수요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설령 중국인 관광객이 모두 사라져도 방일 외국인 관광객은 여전히 연 3000만 명 수준이며, 오히려 오버투어리즘(관광객 과잉)을 완화하고 관광 인프라를 정비할 기회가 된다. 중국 없이도 충분히 유지 가능하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일본 경제가 ‘탈중국’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최대 난제가 남아 있다. 바로 전기차(EV)와 하이브리드차(HV)에 필수적인 희토류 의존도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생산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일본은 수요의 약 6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과거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외교적 압박 카드로 활용한 전례까지 있어 부담이 더욱 크다.

또 다른 특수강기업 다이도특수강은 이미 희토류 없이도 작동하는 네오디뮴자석을 HV용으로 실용화하고 있다. 이 회사는 출력 향상을 위해 신제품 개발을 진행 중이며, 기후현에 있는 자회사 공장에 50억 엔을 투자해 2026년 봄 월간 45톤(t) 수준으로, 2030년에는 150t까지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자동차 제조사가 자석을 전환하려면 설계 변경·성능 검증·조달가격 검토 등 절차가 필요해 본격적인 전환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정책적 지원의 실효성도 관건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은 ‘민관일체 공급망 강화’를 핵심 경제안보 과제로 내세우며, 반도체·핵심 광물 공급망의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방일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희토류 공급 협력 문서에 서명했으며, 2027년 대규모 해저 채굴 시스템 실증을 목표로 관련 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채산성이 불투명하고, 해저 진흙에서 희토류를 정련하는 기술 또한 중국 의존도가 높다.
일본 매체 머니포스트는 “희토류 공급망을 얼마나 독립시킬 수 있는지, 그리고 이 과제를 정부와 민간이 어떻게 풀어갈지가 일본 경제의 방향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