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오랜 전통을 이어온 연기·연예대상의 권위가 점차 하락하고 있다. 지상파 영향력이 감소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대중이 한 해를 정리하며 기억에 남는 콘텐츠로 더 이상 TV에서 본 드라마나 예능을 꼽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납득하기 어려운 수상자 선정까지 더해지면서 상의 권위는 더 떨어졌다. 공동 수상을 남발하고 올해 활동상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 이들에게 트로피를 안기는 구태가 반복되고 있다.

전현무는 2017년, 2022년에도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해 세 번째 트로피를 받았다. 모두 ‘나 혼자 산다’, ‘전지적 참견 시점’을 이끈 공로다. 그사이 몇몇 새로운 프로그램에도 참여했으나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다. 물론 해당 프로그램으로 준수한 시청률과 함께 높은 인기를 누린 것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2017년, 2022년, 2024년 대상 수상 과정에서 변별력은 딱히 없었던 셈이다.
유재석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민 MC’라 불리는 그는 지난해 개인 통산 20번째 연예 대상을 거머쥐었다. SBS와 MBC에서만 각각 8회씩 수상했다. 특히 SBS에서는 ‘런닝맨’을 15년째 이끌고 있다. 토크 예능 ‘틈만 나면’을 새롭게 론칭해 성과를 냈지만, “대상을 받을 만한 퍼포먼스를 냈나?”라는 질문에는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시청률은 3∼4%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는 지상파의 현주소다. 지상파가 방송가를 호령하던 시기, 설과 추석 때마다 각종 파일럿 프로그램이 쏟아졌다. 이 중 반응이 좋은 예능이 정규 편성돼 선순환 구조를 갖췄다.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MC의 세대교체 역시 이런 과정을 통해 이뤄졌다. 하지만 지상파는 더 이상 파일럿 프로그램에 공을 들이지 않는다. 제작비는 높은 반면, 성과는 미미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매 연말마다 ‘그 밥에 그 나물’ 식의 경쟁과 더불어 익숙한 얼굴이 긴장감 없이 대상 트로피의 주인공이 된다. 오랜 고생 끝에 수상한 이들이 트로피를 안고 눈물을 흘리며 수상 소감을 밝히는 모습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올해는 또다시 연기대상을 준비하는 각 방송사들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화제작이 선뜻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SBS만 ‘모범택시3’(SBS)가 자체 최고 시청률이 12%를 돌파하며 대상 분위기를 달구고 있다.
올해를 뜨겁게 달군 드라마로는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중증외상센터’, ‘오징어 게임 2, 3’와 tvN ‘폭군의 셰프’ 정도가 떠오른다. 지상파 드라마는 우선순위 안에서 제목을 찾기 힘들다. 이게 현주소다. 단순히 플랫폼의 지형도가 바뀌어서가 아니다. 기획과 소재 선정, 만듦새 등을 골고루 따졌을 때 지상파 드라마가 하향평준화됐다는 평가는 뼈아프다.
시상식의 포맷이 똑같다는 것도 아쉽다. 벌써 수십 년 동안 시상식을 이어오고 있으나 새로운 시도는 딱히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더 많은 이들을 시상식 좌석에 앉히기 위한 방편으로 각종 상을 남발한다. 제목도 알기 힘든 상이 난무하고, 공동 수상자로 우르르 단상에 오른 이들이 순서를 기다렸다가 소감을 밝힌다. 시상과 수상 과정의 긴장과 기쁨, 엇갈리는 희비는 사라진 지 오래다.

그리고 6년의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굳이 달라진 것을 찾는다면 지상파 연말 시상식의 권위가 당시보다도 훨씬 더 하락했다는 점이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