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권 지역 모임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네이버 카페에는 “링거 출장 아시는 분”, “링거 이모 번호 구한다” 등 불법 시술을 문의하는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댓글에는 “쪽지 확인해 주세요”라며 연락처를 주고받는 모습도 보였다. 다른 게시글에서 “약국에 물어보면 알려준다”, “모르는 번호라 전화를 못 받았는데 뒤늦게 확인했다”며 연락이 오가는 사례도 확인됐다.
SNS에서는 “마늘·백옥·태반·신데렐라 주사 4종 출장 10만 원”이라는 광고 글이 게재됐고, 작성자는 텔레그램 링크를 함께 올렸다. 또 ‘방문 주사’ 홍보뿐 아니라 주사제 자체를 판매하는 오픈채팅방도 존재했다. 해당 주사제는 태반주사 종류인 멜스몬·라이넥 등으로 모두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다.
의료기관 밖에서 이뤄지는 의료행위는 대부분 불법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료인은 의료기관 내에서만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으며, 간호사 역시 의사의 지도 아래에서만 의료행위를 보조할 수 있다. 환자 가정을 방문해 단독으로 시술하려면 별도 교육을 이수한 ‘가정전문간호사’여야 한다. 비의료인이 가정집·숙박업소 등에서 영양수액이나 미용주사를 놓는 행위는 예외 없이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
의료인이라 하더라도 무조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의료법은 △응급환자 진료 △환자 또는 보호자 요청 △국가·지자체장이 공익상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 △가정 간호 △부득이한 사유 등 엄격한 요건이 있을 때만 의료기관 밖 의료행위를 인정한다. 그러나 미용 목적 주사, 피로회복 수액, 향정신성 약물 투여 등은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의료계의 해석이다.
주사 이모를 계속 찾는 데는 편리함과 친밀감 등이 주요 이유로 꼽힌다. 한 의료업계 관계자는 “피부 관리부터 영양 주사까지 한 사람이 모두 처리해 주니 이용자들은 편리하다고 생각한다”며 “과거에는 동네 사람들끼리 아는 ‘주사 이모’를 소개해 부르는 문화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에는 피곤하면 집에서 영양 주사를 놔주거나 여행 가기 전 ‘여행 링거’를 놓아주는 식의 가벼운 몸보신 개념이 많았다”며 “간호사 출신들이 포도당이나 비타민 같은 기본 영양제를 몰래 놔주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병원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병원에서 처방받기 어렵거나 비용이 높은 미용·다이어트 약물, 향정신성 의약품 등을 찾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다. 한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최근에는 근처 병원에서도 쉽게 건강 관련 주사를 맞을 수 있게 되면서 요즘에는 처방이 까다로운 프로포폴을 비롯한 향정신성 약물에 대한 수요층이 많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에는 피로나 컨디션 저하, 체력이 떨어진 사람 혹은 미용 목적으로 유흥업소 종사자들이 주사를 맞았다면 최근에는 프라이버시를 이유로 병원 방문을 꺼리는 사람, 처방받기 어려운 약물을 원하는 사람 등 수요가 더 다양해졌다”고 덧붙였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2024년 간호사 A 씨는 텔레그램을 통해 알게 된 마약 판매상의 지시에 따라 필로폰 등을 전달하고, 미백·피로 회복 주사 의뢰를 받아 포도당주사액·글루타치온 등을 가정에서 불법 투약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올해 11월에는 한 도매업자가 자신과 친분이 있는 약사에게 처방전 없이 약을 구입하고, 병원에 납품한 주사제 등 전문의약품 44종 638개를 반품 처리한 것처럼 꾸며 빼돌린 뒤 SNS를 통해 일반 구매자와 무허가 시술자에게 판매한 혐의로 적발됐다.
이번 박나래 사건에서도 의약품 유통 문제가 지적됐다. 연예매체 디스패치는 주사 이모 이 아무개 씨가 “항우울제 등 전문의약품을 처방전을 모아서 확보하고 있다”는 취지의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를 박 씨의 매니저와 주고받았다고 보도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사건에는 대리 처방과 비대면 처방이 금지된 향정신성 의약품 클로나제팜과 전문의약품인 트라조돈 등이 사용된 정황이 보인다”며 “수사 당국은 해당 약물이 어떤 경로로 비의료인에게 전달되었는지, 도매상 유출인지 혹은 의료기관의 불법 대리 처방이 있었는지 확인해야 하며, 불법 행위가 확인된 당사자는 물론, 유통에 가담한 공급책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와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