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저주대행을 해준다며 “상담만 해도 괜찮다”, “저주 문의해 주세요” 등의 문구를 내건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일부 업체는 단순한 저주뿐 아니라 저주 대상의 행운이나 재물운 등을 의뢰인에게 옮기는 주술 의식도 가능하다고 홍보하기도 한다.
한 저주대행 업체 관계자는 “의뢰인은 학생이나 직장인 등 일상 속에서 분노나 억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대행 방식은 의뢰인이 저주 대상자의 이름과 생년월일 등 기본 정보와 함께 저주 사유를 문자나 이메일로 전달하면, 대행 측이 이를 바탕으로 저주 방식과 가격을 선불로 제시하는 구조다. 상담 과정에서 업체들은 공통적으로 저주 대상자의 사진을 요구했으며, 일부는 머리카락이나 체모 등을 보내면 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가격은 업체마다 천차만별이다. 1만~10만 원대가 주를 이뤘지만 일부 업체는 횟수별 단가를 책정해 회당 수십만 원을 요구했다. 3개월 기준 300만 원에서 횟수 추가 여부에 따라 최대 900만 원대까지 비용을 제시한 경우도 있었다.
저주 방식은 다양했다. 주술사의 단순 기도부터 저주 대상의 사진과 이름을 놓고 부적을 그리거나 사진·인형에 화살·바늘 등을 꽂는 의식 등을 진행한다고 소개했다. 3년 넘게 저주대행을 해왔다는 한 관계자는 “저주 터에 존재하는 원혼이나 귀신을 활용하거나 주술사의 영력을 통해 저주를 대행한다”며 “작은 구조물이나 인형을 직접 제작해 의식을 치르거나 특정 장소에서 악령·악귀를 소환하는 의식을 진행하는 등 저주대행 방식은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32년 경력의 무속인 A 씨는 “한국 무속은 소원 성취나 기복을 중심으로 형성돼왔지 일본처럼 특정 대상을 공격하거나 저주하는 문화가 아니다”라며 “누군가를 해치거나 불행을 기원하는 저주대행은 한국 무속의 전통적 정서와 결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주대행을 내세우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신당도 없고, 신내림을 받은 무속인도 아니다”라며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아 의뢰인이 실체를 검증하기 어려워 사기 위험이 높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저주대행을 한다는 일부 SNS 계정은 자신의 경력이나 이력에 대해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저주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나 저주를 진행했다는 인증 역시 제공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그러면서도 “대부분 성공했고, 시간차는 있어도 실패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한 저주대행 계정은 저주를 실제로 진행했다는 증거로 사진이나 영상을 원한다는 기자의 말에 “구체적인 저주 방식을 드러내면 보복 저주가 돌아올 수 있다”거나 “가족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길 수 있다”는 등의 말을 하며 인증을 거부했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한 무속인은 “연말연초는 불안 심리를 노린 저주대행·주술 서비스 접근이 늘어나는 시기”라며 “효과를 검증할 수 없는 주술을 맹신해 성급히 판단할 경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저주대행이 단순한 미신 행위를 넘어 의뢰인과 무속인 모두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환진 법무법인 한일 변호사는 “저주라는 목적은 정당한 이용 사유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의뢰인이 타인의 사진 등 개인정보를 본인 동의 없이 무속인에게 제공한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무속인의 경우 의뢰인의 절박한 심정을 이용해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기망적 수단을 사용했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며 “특히 ‘반드시 성공한다’거나 ‘성공률 90%’처럼 결과를 확언하는 표현은 단순한 과장 광고를 넘어 거래의 중요한 사항에 대해 구체적인 허위 사실을 고지한 것으로 평가돼 민사상 환불 청구는 물론이고 형사 고소 검토 대상도 된다”고 말했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