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일 주택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박세흠 주공 사장(왼쪽)이 곤혹스런 표정으로 이용락 부사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국감에서 주공은 서민에 인색한 정책과 막대한 분양이익 논란으로 성토당했다. 연합뉴스 | ||
“주공 ‘땅 장사’로만 5년간 1조 422억 원 폭리.”
한나라당 이진구 의원이 발표한 내용이다. 이 의원은 “무늬만 공영개발이지 그 땅을 민간에 팔면서 폭리를 취해왔다”며 주공을 성토했다. 지난 5년간 주공이 분양한 블록은 총 67개. 이 중 조성원가 이하로 판 곳은 단 1곳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수도권보다 경북 충남 등 지방에서 더 큰 수익을 올린 것으로 밝혀졌다.
아파트 분양 솜씨도 땅 장사 못잖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합민주신당 이낙연 의원은 주공이 지난해 3189억 원에 이르는 분양이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이 의원에 따르면 주공이 준공한 일반분양 아파트의 분양이익은 2004년 1800억 원, 2005년 2365억 원으로 매년 증가하다가 올해 3000억 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 의원 측은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여러 번 분양수익이 과다하므로 적정한 수익기준을 마련하라고 질책한 적이 있다”고 꼬집었다.
대통합민주신당 문학진 의원은 주공이 학교용지 부담금 304억 원을 부당하게 입주민에 전가시켰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5년 3월에 입주민에게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문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주공은 2005년 4월 이후 분양한 총 2만 4415가구로부터 7조 6105억 원의 분양금액을 받았는데 여기에는 304억 원의 학교용지부담금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이런 주장들에 대해 주공은 “민간기업과 동일하게 봐서는 곤란하다. 국민임대주택건설이나 주거복지사업을 위해서 우리도 나름대로 수익이 있어야 한다. 폭리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주공의 주장처럼 폭리는 아니라 해도 주공이 비난받을 만한 일은 또 있다. 한나라당 이진구 의원에 따르면 주공은 소형아파트 분양은 줄이고 중대형 아파트 분양을 늘리면서 아파트 장사에 치중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무주택 국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주택 건설 사업을 한다는 주공의 취지와는 거리가 먼 것”이란 게 이 의원의 주장이다.
실제로 주공은 2002년에는 66~79㎡(20~24평형)가 전체 분양가구의 9.9%였으나 지난해엔 1.5%로 떨어졌다. 반면 132㎡(40평형)가 2002년 1.8%에서 17.2%로 급증했다. 주공은 이에 대해 “각 지자체에서 작은 평수를 원하지 않는다”며 책임을 돌렸다.
그러나 돈을 벌어들이는 데에는 남다른(?) 수완을 발휘하면서도 주공의 재무 상태는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나라당 유정복 의원에 따르면 주공의 부채는 2002년 9조 7000억 원이었던 것이 지난해에는 약 31조로 세 배 이상 많아졌다. 자본대비 부채비율도 173%에서 319%로 증가했다.
주공은 “국민임대주택 등의 개발사업과 그에 따르는 금융비용이 증가하면서 생긴 부채”라고 해명했지만 유 의원 측은 “공기업의 부채비율이 200%가 넘는 것은 심각하다. 전반적인 사업진행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공 내부에서 벌어졌던 ‘돈 잔치’도 국정감사에서 성토의 대상이었다. 특히 막대한 빚을 안고 있는 주공 직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기는커녕 돈을 펑펑 쓴 것으로 드러났다. 참주인연합 김선미 의원은 주공이 지난 3년간 직원들에게 992억 원의 성과금을 지급하고 사내 복지기금으로 453억 원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의 윤두환 의원도 주공 직원들의 해외 출장비가 2007년 1인당 390만 원에 달한다며 질책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주승용 의원은 주공의 일부 지역본부 사옥이 지나치게 화려하다며 개선할 것을 요구했다. 주 의원에 따르면 광주지역본부의 경우 직원 1인당 110㎡(33평)을 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공은 이런 지적에 대해 “우리 회사의 규모를 봤을 때 그 정도는 할 수 있다. 사옥도 주민시설 등을 포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반면 주공은 정작 서민들을 위한 투자엔 인색했다. 이낙연 의원은 “주택공사가 공급하는 임대주택의 마감재가 SH공사에서 공급하는 임대주택 마감재보다 질이 떨어진다”라고 주장했다. 또 윤두환 의원은 주공이 어린이 놀이터의 오염문제가 계속 거론되었음에도 예산 등을 핑계로 별다른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주공은 이에 대해 “잘못 알려진 것”이라며 부인했다.
지난 7월 주공은 모든 임직원이 도덕을 준수하겠다며 청렴 한마음 운동 실천결의대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이번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주공의 도덕 불감증은 당시의 결의가 단지 구호에 불과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이낙연 의원에 따르면 주공이 외부에 감리를 맡긴 공사에서 주공 출신이 60%를 차지했다. 전관예우를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주공은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다. 감리 분야가 워낙 좁은 분야”라고 해명했다. 이 밖에도 주공의 몇몇 연구원은 금품수수 등 개인비리를 저질렀을 뿐 아니라 논문 조작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기획예산처가 공기업을 대상으로 한 종합보고서에서 2003년부터 2006년까지 4년 연속 고객 불만율이 가장 높은 기관으로 선정된 주공. 사회적 공헌도나 청렴도 부문에서도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러한 평가에 대부분의 국민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는 사실을 주공은 알고 있을까.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