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황은 이날 “인간과 하느님 중 어느 하나를 거부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다른 하나를 거부하는 결과를 낳는다”며 “가난과 소외로 고통받는 이들을 외면하는 행위는 곧 하느님을 밀어내는 것과 같다”고 역설했다. 인간이 신의 형상대로 창조된 존재인 만큼, 타인에 대한 존중이 신앙의 핵심임을 짚은 것이다.
그는 2012년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성탄전야 미사 강론을 인용하며 “우리가 이러한 진리를 깨닫지 못한다면 어린이와 가난한 이들, 이방인들을 위한 자리는 사라질 것”이라며 “우리가 어려움에 처한 인간을 존중하고 손을 내밀 때 비로소 하느님이 함께하실 자리가 생기며, 그때는 마구간조차 성전보다 더 신성한 곳이 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자본주의 확산에 따른 인간 소외 현상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교황은 “오늘날의 왜곡된 경제 구조는 인간을 단순한 상품처럼 취급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하지만 하느님은 우리와 같은 모습이 됨으로써 모든 인간이 지닌 무한한 존엄성을 직접 드러내셨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즉위 이후 줄곧 이민자와 빈민 구호에 힘써온 레오 14세 교황의 이날 강론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여관방이 없어 마구간에서 예수 탄생 이야기를 오늘날의 난민과 빈민 문제에 빗대어, 이들에 대한 적대가 곧 하느님을 거부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점을 다시 알렸다”고 평했다.
이날 미사에는 6000여 명의 가톨릭 신자가 대성전을 가득 메웠으며, 미처 입장하지 못한 5000여 명의 인파는 성베드로 광장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미사를 지켜봤다. 한편, 레오 14세 교황은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때의 전통을 되살려 25일(현지시간) 성탄절 당일 미사도 집전할 계획이다. 또 성베드로 대성당에 모인 군중 앞에서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로마와 온 세계에)’를 통해 전 세계를 향한 성탄 메시지와 축복을 전한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