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P로 급한 불 끌 수 있을까

하지만 DIP 금융 지원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산은은 홈플러스 채권자가 아니다. 산은이 채권 관계가 없는 기업에 DIP 금융 지원을 해준 사례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요신문이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산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현재까지 산은이 법정관리 기업에 DIP 금융을 지원한 사례는 3건이었다. 이마저도 모두 산은이 대표채권자로서 기업 정상화를 위해 지원해준 사례다.
구체적으로 산은은 2013년 8월 팬오션에 한도성 운영자금 2000억 원을 지원했다. 2014년 7월과 2015년 2월엔 대한조선에 한도성 운영자금 659억 원과 선수금환급보증(R/G) 6176억 원과 신용장(L/C) 881억 원 등 총 8407억 원을 지원했다. 2016년 9월엔 한진해운에 한도성 운영자금 500억 원을 지원했다.

DIP 금융 지원의 또 다른 당사자인 메리츠증권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2024년 5월 메리츠금융그룹은 홈플러스에 총 1조 2166억 원을 대여했다. 대여 규모는 메리츠증권이 6551억 원으로 가장 크다.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캐피탈도 홈플러스에 각각 2807억 원을 대여했다. 지난해 5월까지 메리츠는 홈플러스로부터 원금과 이자 등 2561억 원을 회수했지만 1조 원가량의 대출 잔액이 남아있다.
메리츠가 DIP 금융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메리츠는 홈플러스 점포 62개를 담보로 쥐고 있다. 이에 대한 가치는 4조 8000억 원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를 당장 청산한다고 해도 메리츠는 원금과 이자 회수가 가능하다. 이 상황에서 메리츠가 1000억 원 더 투입하면 주주들이 배임이라며 소송을 걸 수도 있다”라며 “DIP 금융은 최선순위 채권인데, 후순위 채권자들 입장에서도 또 다른 빚이 추가로 생길 뿐”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임직원 2만 명 급여 미지급
홈플러스는 심각한 자금난에 직면해 있다. 납품업체에 납품 대금 지연이 반복되면서 올해 1월 기준 거래처 납품률은 지난해 대비 45% 급감했다. 지난 2월 5일 오후 홈플러스 잠실점에서 만난 입점업체 점주는 “마트 상품이 다 채워지지 않아 고객 발길도 많이 줄었다”라고 말했다. 현재 홈플러스는 1400억 원 규모의 세금과 전기요금을 체납한 상태다. 올 1월엔 2만 명에 달하는 임직원에 급여가 지급되지 않았다. 통상 설 연휴 전후에 나오던 상여금도 지급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홈플러스는 DIP 금융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1월 20일 홈플러스는 입장문을 통해 “구조혁신 회생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DIP를 통해 3000억 원의 자금이 지원되는 것이 중요하고 또 절실하다”라며 “이번 긴급운영자금대출이 헛되이 소모되는 일이 없게 하겠다. 홈플러스의 회생을 위해 너무도 중요한 시간이므로, 채권자와 정책금융당국의 지원을 간청드린다”고 호소했다.


앞서의 금융업계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MBK가 홈플러스를 살리기 위해 낸 자금은 별로 없다”며 “진정성 있는 태도를 좀 더 보여줘야 메리츠도 DIP 금융 지원을 고려해볼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홈플러스 직원 13%가 속한 민주노총 산하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최철한 사무국장은 “MBK가 M&A 성사 전일지라도 약속했던 2000억 원 정도는 먼저 내놔야 홈플러스를 살리려는 진정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MBK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3000억 원을 투입했고 별개로 2000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라며 “홈플러스를 청산시킬 생각이었으면 지원을 하겠다고 나설 이유가 없다”라고 반박했다.
MBK는 2015년 영국 유통기업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 지분 100%를 인수했다. MBK는 블라인드 펀드로 2조 2000억 원을 투입했고, 나머지는 5조 원은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금을 받는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하지만 이후 업황 부진과 MBK가 인수금융 상환을 위해 핵심 부동산 매각하는 등의 여파로 재무 건전성이 악화됐다.
지난해 11월 금융감독원은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MBK의 불건전영업행위 등을 포착하고 직무정지가 포함된 중징계안을 사전 통보했다. 올 1월 청구된 김병주 MBK 회장 등 경영진의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2월 4일 서울중앙지검은 MBK 홈플러스 사건을 반부패3부에서 반부패2부로 재배당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