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니는 지난해 1억 3000만 개를 판매하며 호빵시장 역사상 최다판매를 기록했다. 샤니 관계자는 “점유율이 52%, 매출액은 280억 원”이라고 밝혔다. 전체 시장규모가 550억 원인 것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을 샤니가 차지하고 있는 것. 지난 2000년에 ‘호빵의 원조’ 삼립을 1위 자리에서 끌어내린 후 6년 동안 독주를 해왔다.
샤니가 1등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편의점에서의 판매가 호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편의점 시장에서 샤니 호빵은 50% 이상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샤니 호빵의 전체매출액 중 일반소매점 50%, 할인점 35%, 편의점 15%로, 비록 편의점 매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젊은 층 공략의 발판이 됐다.
또 편의점에서 팔리는 호빵은 단지 판매뿐 아니라 광고 효과도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샤니는 자사 제품을 호빵이라고 부르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팡찌니’라는 고유 제품명이 있기 때문. 샤니 관계자는 “찐빵이 모두 호빵이라고 불리는 시장에서 유일하게 고유 브랜드를 형성했다”며 호빵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올해 샤니의 신제품 테마는 ‘웰빙’이다. 그 일환으로 ‘밀기울 팡찌니’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무기물과 식이섬유가 풍부하다고 알려진 밀기울이 들어 있어 열량은 적고 소화는 잘 된다는 것이 회사 관계자의 말이다. 특히 여성 소비자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망했다.
샤니에 1위 자리를 내줬지만 삼립은 호빵을 처음 출시한 ‘원조’다. 1964년에 크림빵을 대히트시키면서 양산빵 시장을 개척했던 삼립은 후속작으로 당시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던 찐빵을 골랐다. 2년여의 개발 끝에 1971년 10월 호빵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호빵이라는 이름은 말 그대로 찐빵을 ‘호호’ 불면서 먹는다는 것에서 착안해 만든 것이라고. 삼립이 호빵만 개발한 것은 아니다. 호빵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빨간 찜통기’도 함께 개발한 것. 대량생산된 찐빵을 소비자들에게 따뜻한 상태로 팔기위해서다.
▲ 위에서부터 삼립 호빵, 샤니 팡찌니, 기린 호빵. | ||
하지만 올해 변신했다. 고구마, 치즈, 불닭 등이 들어간 호빵을 선보인 것. 신세대의 입맛을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라고 삼립에서는 밝혔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삼립이 샤니에게 1등자리를 빼앗긴 후 절치부심해 신제품을 내놓고 있긴 하지만 역부족이라는 평이 많다. 그만큼 삼립이 브랜드에 안주해 기술개발이나 마케팅에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삼립은 올해를 ‘제2의 도약기’로 삼았다. 실적목표도 작년보다 17%에 상승한 210억 원으로 잡았다. 또 다양한 맛의 호빵을 출시하는 것과 동시에 여성들을 겨냥해 미니 호빵을 출시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미니 호빵은 빵보다 팥의 양을 많게 해 맛이 훨씬 풍부하다”라며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린은 1976년 호빵시장에 뛰어들었다. 호빵업계에서는 후발주자인 셈이다. 줄곧 샤니와 삼립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최근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회사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해 실적은 90억 원. 올해는 그보다 30억 원이 늘어난 12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린의 호빵이 주로 팔리는 곳은 일반소매점과 대형할인점이다. 타사에 비해 편의점에서의 판매가 약한 것이 뼈아프다. 그래서 편의점 시장 공략을 최우선 과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기린이 편의점 시장에 쉽게 명함을 내밀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편의점 시장은 편의점과 제빵 회사 간 계약에 의해 납품을 결정하는데 기존의 샤니와 삼립을 제치기는 힘들어 보이기 때문이다.
기린은 올 겨울을 앞두고 많은 준비를 했다고 한다. 우선 신제품 출시. 기린의 새 제품은 흑미 호빵이다. 이 제품은 통팥앙금에 진도산 흑미를 첨가한 제품이다. 기존 제품인 ‘호빵이 생각날 때’와 ‘호빵 생각’과 함께 기린을 대표하는 호빵이 될 것이라고 기린은 자신하고 있다. 여기에 12월 중순에는 여성들과 어린이가 먹기 쉽도록 한, 입에 쏙 들어가는 미니 호빵을 선보일 것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밝혔다.
홍보에도 열심이다. 개그우먼 강유미가 나와 “기린 호빵에는 기린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라고 말하는 코믹광고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제품 포장에는 ‘광수 생각’ 캐릭터를 이용했다. 자사 제품인 호빵 생각에서 따온 아이디어라고 회사 관계자는 말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